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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과 인터뷰한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위원석 체육부장]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유재학(52) 감독은 이 인터뷰 코너를 2년 넘게 진행하면서 한번은 꼭 초대하고 싶었던 상대였다. 국내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진정한 명장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는 그와 함께 ‘감독은 과연 무엇으로 사는가’는 주제로 밀도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2014~2015 시즌 챔피언에 오른 직후 유 감독과 만나 그런 주제로 언제 한번 인터뷰를 하자고 약속을 했지만 차일피일 날짜가 미뤄졌다. 결국 유 감독과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날은 지난 9일이었다. 2015~2016 시즌 개막을 불과 사흘 앞둔 시점이었고, 공교롭게도 최근 승부조작과 불법베팅 등과 관련해 농구계가 극도로 어수선한 가운데 한국농구연맹(KBL)이 10개 구단 감독과 선수, 코칭스태프들이 모두 참여하는 자정결의대회를 열기로 한 전날이었다. ‘감독론’에만 집중해서 인터뷰를 하기에는 시기가 조금 어수선했다. 그래서 농구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이것저것 자연스럽게 나누게 됐고, 덕분에 화제는 더 풍성해질 수 있었다(고 필자는 자위하고 있다). 유 감독에게 자신이 ‘후계자’로 염두에 두고 있는 양동근에 대한 ‘플랜’을 일부 확인하고, 국내 농구계의 국보같은 존재였지만 지금은 예능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서장훈에 대한 애정을 재확인한 것도 흥미로웠다.

유 감독의 별명은 널리 알려졌듯이 ‘만수(萬手)’다. 농구 경기에서 펼치는 수가 그만큼 능수능란하고 많다는 뜻이겠는데, 필자는 유 감독과 인터뷰를 하면서 오히려 그에게는 ‘일수(一手)’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일에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농구 하나에 모든 것을 던지고, 전념하다는 의미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최근 몇년 동안 팀 리빌딩의 적기를 놓친 뒤 이번 시즌에는 강력한 우승 후보들을 상대로 챔피언 수성의 도전장을 내던진 유 감독이 어떤 ‘일수’를 던질지 더욱 궁금해진다.

-승부조작이나 불법베팅 등의 문제로 농구계가 많이 어수선하다. 심정이 복잡할 것같은데.

그냥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이런 저런 말을 하는 것보다는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더 열심히 경기를 해서 한 명의 팬이라도 더 경기장에 오실 수 있게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수들이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다.

-평소에 승부조작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었나.

사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선수들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안하는 편이었다. 잘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선수들 방에 올라간 적도 없다. 프로선수는 운동이 자기 직업인데 스스로 경각심이 있어야 한다. 훈련 끝나면 감독이 이야기한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노트에 정리를 하라고 한다. 훈련도 밀도 있게 진행하는 편이다. 이래야 평소에 잡 생각들이 덜 나지 않겠는가.

-농구계가 다른 어떤 종목보다 선후배 사이가 친하고 지도자 사이에도 친화력이 높다보니 이런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글쎄, 그건 아닌 것 같다. 이번에 (불법베팅 사건에도)유도 선수도 있었고, 이전에 (승부조작때도)다른 프로종목도 다 있고 그랬다. 농구만 취약하다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2004년 모비스로 옮겨 올해로 12년째 한 팀에 있다(유 감독은 지난 5월에 5년 재계약을 하면서 임기를 채우게 된다면 오는 2020년까지 총 16시즌 동안 모비스를 맡게 된다).

나는 모비스에 있으면서 한 번도 팀을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처음 모비스를 맡았을 때 꼴찌 팀이었다. 그래서 부담이 없었다. 팀을 맡고 나서 꼴찌팀을 7위에 올려놓은 뒤 다음 시즌 곧바로 정규리그 우승을 했다. 모비스와 처음에 3년 계약을 두번 했고, 이후에 5년 계약을 두번했다. 그 기간 동안 구단이 나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면서 터치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국내에 이런 구단이 없다. 이번에 재계약을 할 때 교수들도 안식년이 있는데 나도 한 시즌 정도 쉬면서 재충천하면 안되냐고 했더니 구단에서 안된다고 하더라(웃음).

-10년 넘게 한 팀에 있을 수 있는 장수의 비결은 무엇인가.

프로에서는 무조건 성적이다. 또 하나는 대인관계가 중요하다. 프런트와 상생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우승하고도 팀을 나오는 사례도 있지 않은가. 성적을 냈다고 구단에 무리하게 막 요구를 하거나, 반대로 구단이 부당한 간섭을 하게 되면 서로 마찰이 생기게 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구단 프런트들과 관계가 참 좋았다. 덕분에 아직까지 안 잘렸다(웃음).

-프로 구단에서 감독과 프런트 수장과의 관계나 ‘밀당’이 팀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모비스는 그런 점이 잘된다는 평가가 많다.

나도 프런트에 요구할 것은 요구한다. 나도 강할 때는 무지 강한 사람이다. 만일 구단이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를 했다면 나도 많이 싸웠겠지. 그런 면에서 운이 좋았다는 것이다. 구단이 항상 합리적으로 조목조목 이해를 구하고 설명한다. 나도 그게 맞다고 판단이 되면 바로 오케이한다. 그런 부분이 서로 잘 맞았다.

-현역 시절 최고 스타 선수였다가 부상으로 일찍 은퇴하고 모교(연세대) 코치로 밑바닥부터 지도자 생활을 한 게 거장이 된 지금의 지도자 생활에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밑바닥부터 고생은 했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거장이 아니다. 일찍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게 도움이 된 것은 맞다. 27살 때 연대에서 코치를 시작했다. 현역 시절 한창 뛸 나이였지만 이미 무릎 수술을 3번이나 해서 몸이 좋지 않았다. 선수로 재기를 했지만 모교에서 코치직 제의가 와서 고민하다가 어차피 지도자를 할 거라면 일찍하는 것도 좋겠다고 판단해 뛰어들었다. 현역에 미련은 더이상 없었다. 다만 지도자를 시작하면서 집 사람에게는 일을 할 준비를 하라고 당부했다(웃음). 최희암 감독님 밑에서 코치를 하면서 선수 관리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지도자 생활을 계속하면 언젠가는 모교에서 감독은 한번 할 수 있겠지 하는 목표는 있었다. 그러던 차에 대우가 농구팀을 창단하면서 당시 대우그룹에서 근무하던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창단 코칭스태프를 추천해 달라는 거였다. 존경하던 선배 두분을 추천했는데 이 친구가 명단을 올리면서 내 이름을 코치 후보로 끼워넣은 것을 나중에 알았다. 결국 내가 추천했던 분들은 빠지고, 내가 창단 코치로 가게 됐다. 팀을 구성하면서 선수들을 내가 다 모으고 그랬다.

-감독의 역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역시 선수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팀 운영이나 훈련을 강하게 할 수도 있고, 자율적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방식이든 감독의 생각 안에서 선수들이 왔다갔다해야 한다. 우리 팀은 10개 구단중 훈련 시간은 가장 짧을 것이다. 하루 2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대신 훈련의 질은 강하게, 집중해서 한다. 비 시즌에는 늘 마음이 불안하다. 다음 시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항상 고민한다. 예를 들어 지난 시즌에는 우리 팀이 잘 된 부분이 있고, 못한 부분이 있다. 또 문태영이 시즌이 끝나면 무조건 나갈 것으로 봤다. 그래서 다음 시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항상 고민하다가 비 시즌이 되면 바로 거기에 맞춰 훈련을 한다. 우리 팀은 비교적 시스템이 잘 돼있다. 내 스스로가 특정인에 의존하는 농구, 특출난 스타가 혼자하는 농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미국 NBA보다 유럽식 농구를 더 선호한다.

몇몇 구단은 ‘빅스타를 영입해 승부를 보자’는 경향도 일부 있는데 우리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모비스에 와서 선수 영입으로 큰 돈을 쓴 적이 없다. 한번은 모 스타선수가 FA가 됐을 때 단장님이 원하면 데리고 오라고 했는데 내가 안했다. 그런 선수가 우리 팀에 오면 그 선수에 맞춰 경기를 해야 한다. 그런 것은 우리 스타일이 아니다. 구단 프런트도 선수단을 길게 보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보통 감독들을 지장, 용장, 덕장 식으로 분류하는데 스스로는 어떤 유형에 가깝다고 보는가.

(크게 웃으면서)다 아닌 것 같다. 지장이라고 하면 전술이 특별히 뛰어나야 하는데 우리 농구판에서는 대부분 (전술 수준이)비슷한 것 같다. 국내에서 뛰는 선수층은 한정돼 있다. 보면 다 보인다. 장·단점이 금방 파악된다. 감독들이 전술, 전략을 연구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다들 잘한다. 워낙 안되는 사람도 가끔 있지만 보통은 비슷하다. 그러면 내가 지장이라고 볼 수도 없다. 덕이 많지 않으니 덕장이라고 할 수도 없고, 용장 스타일도 아니다. 굳이 말하면 복장이다(웃음).

-‘만수’라는 별명도 있는데 겸손의 말인 것같다.

언젠가 한 기자가 여러 사람이 있는데서 “수가 정말 많아요. 만수는 되는 것같아요”라고 말했는데,그때부터 별명이 ‘만수’가 돼버렸다. 속으로 내 수가 만수가 아닌 것은 뻔히 알고 있지만 기분은 좋았다.

-지금까지 만수 가운데 몇수나 보여준 것같은가.

국내 감독들의 수는 다 비슷하다. 다만 이런 것은 있을 수 있다. 경기 중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누가 빨리 캐치하고 대처하느냐다. 알다시피 농구 경기의 속도가 얼마나 빠르냐. 감독도 못보고 놓치는게 굉장히 많다. 수가 많은 것의 차이가 아니다. 단지 지금 일어나는 일에 대한 캐치가 얼마나 빠르냐는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수들은 거의 비슷하다. (상황 변화나 대처에 대한)감하고 촉은 다를 수 있다. 그게 크다고 생각한다.

-모비스는 훈련이 강한 팀으로 밖에 알려져 있다. 그런 면에서 야구의 김성근 한화 감독, 배구의 신치용 전 삼성화재 감독하고 팀 운용 방식이 닮은 꼴이라는 이야기도 많다.

그 점에 대해서는 확실한 소신이 있다. 프로스포츠에서 자율은 반대다. 스포츠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하는 것이다. 개인 스스로는 절대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아무리 이야기하고 강조해도 자율적으로 개인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은 한계가 있다. 특히 단체 스포츠에서는 더욱 그렇다. 개인 종목에서는 혼자 스스로의 인생을 걸기 때문에 한계를 넘기도 한다. 단체 스포츠는 다르다. 그런 점에서 나는 김성근, 신치용 감독님을 존경한다. 다른 사람들은 욕을 하고 비난할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율적으로 하는 팀이 잘 나갈 때는 정말 엄청 잘한다. 평균치 이상으로 뛰어난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안 될 때는 그대로 와르르 무너진다. 자율적으로 하는 팀들이 보통 그런 경향이 있다. 그게 선수들에 의해 경기가 좌우되는 경우다. 선수랑 친하게 지내는 감독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선수들은 아닌 척 하지만 감독 머리 위에 있으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신치용 감독과 유재학 감독이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안 그래도 얼마전 신 감독님과 만나 소주 한잔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웃으면서)앞으로 정말 친하게 지내고 싶고, 따르고 싶은 분이다.

-비슷한 성향의 김성근 감독은 열혈팬 못지 않은 안티팬도 참 많다. 유 감독은 자율훈련을 부정하는 사령탑 치고는 언론이나 팬들에게 안티가 거의 없는 것같다.

(웃으면서)그런 것은 잘 모르겠다. 안티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른다. 나는 밖을 많이 안 돌아다닌다. 대외적인 활동을 거의 안한다. 그런 면에서는 보수적이다. 말도 잘 못하고, 노래 춤 이런 거와는 거리가 멀다. 농구 말고는 할 줄 아는게 하나도 없다. (대외적인 것을)잘 안하니까 남들에게 덜 알려져서 그런 건가?

-그렇다면 감독 생활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가.

사우나 하고 술 한잔 먹고 그렇게 푼다. 낚시는 좋아한다. 평소에도 구단 직원들이랑 같이 많이 지내는 편이다. 농구계 밖에 있는 친구들과 자리도 가끔 한다. 14년간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다가 요즘 와이프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쉬는 날이면 부모님이나 형제들 식구들과 같이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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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가 만난 사람울산모비스 유재학 감독.2015.09.02.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2년 전 신치용 감독과 인터뷰를 할 때 삼성화재 외의 다른 팀을 맡을 의향을 물어봤더니 상상할 수 없다고 하더라. 유 감독은 어떤가.

다른 팀이요? 그런 생각을 하기 전에 앞으로 모비스와 5년을 더해야 한다. 내가 모비스에 처음 와서 양동근과 함께 시작했다(모비스는 2004년 드래프트에서 양동근을 선발했고 그해 5월 유재학 감독을 영입하면서 지금의 ‘모비스 왕국’을 만들어낸 둘 사이의 운명적인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 팀이 이 위치에 있는데는 그 친구의 영향력이 컸다. 그런 선수가 있어서 지금의 모비스가 된 것이다. 양동근(34)이 언제까지 현역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플레잉 코치를 시킬 생각은 없다. 선수는 선수고, 코치는 코치다. 플레잉코치는 말이 안된다. 양동근이 언젠가는 이 팀을 맡게 될 것이다. 딴 짓을 안하고 성실한 친구라는 것을 나도 알고, 구단도 인정한다. 내가 감독으로 있을 때 코치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내가 (감독을)그만둔 뒤 (양동근이 감독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이 몇년 뒤가 될지는 지금은 모르겠다. 나도 그런 친구는 처음 봤다.

-올 시즌은 동기이자 라이벌이었던 전창진 감독이 없는 시즌이다. 허전하지 않은가.

그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전 감독은 나와 친구사이였지만 대신 후배들이 올라오고 있다. 밖에서는 세대교체라고 말하지만 지금 감독을 맡은 후배들의 나이가 어린 것이 아니다. 후배들도 이제 마흔이 넘었다(올시즌 새로 팀을 맡은 KCC의 추승균 감독이 41세, 케이티의 조동현 감독이 39세, 인삼공사의 김승기 감독대행이 43세다. 10개 구단 가운데 40대 사령탑이 7명으로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만 현역 선수 생명이 길어지니 상대적으로 감독을 늦게 시작했을 뿐이다. 예전에 김인권 이인표 방열 이런 선배들이 팀을 처음 맡았을 때 나이를 보면 후배들이 팀을 맡는 것이 빠른 것이 아니다. 시즌 개막 전에 케이티와 연습경기를 했는데 조동현 감독이 자기 팀 베테랑 선수를 독하게 다루더라. 한번도 그런 것을 본 적이 없는데, 그런 것을 보면 무섭다. 그런 팀들은 빨리 올라온다. 내 스스로 긴장도 된다.

-아끼는 후배 가운데 서장훈이 요즘 ‘예능 대세’로 떴다. 농구계에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아쉽다는 지적도 있는데.

장훈이는 정말 대단하다. 언젠가 이런 적이 있다. 장훈이를 포함해 5명이 앉아서 5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한마디도 못했다. 장훈이 혼자 계속 떠드는데 모두들 계속 웃었다. 대단한 것은 5시간 동안 이야기하면서도 똑같은 말이 한번도 안나온다. 머리가 뛰어나고 합리적이다. 예전에는 후배들이 가끔 TV프로그램에 나오면 그렇게 보기 싫었다. 요즘 서장훈이 예능 프로그램에 많이 나오는데 그것은 괜찮아 보인다. 서장훈이라서 괜찮은게 아니다. 그 정도로 한다면 괜찮다는 뜻이다. 어쭙잖게 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하면 된다. 장훈이도 언젠가는 농구계에 당연히 돌아와야 한다. 최근 장훈이랑 만났는데 내가 “농구계에 다시 오려면 깨끗하게 (방송일은)집어치우고 들어오라”고 그랬다. 장훈이가 지금은 방송이 취향에도 맞고 재미있어 하는 것같았다. 그 정도면 그 일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장훈이는 성격상 지는 꼴을 못보는 친구다. 자기 마음대로 해야 하는 면도 있다. 농구계라는 것이 들어온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러니 내가 장훈이에게 빨리 돌아오라고 강요는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농구계에서 롤 모델로 생각하는 선배 지도자는 누구인가.

방열 선생님을 존경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기아자동차에 입단해서 가르침을 받았는데 농구의 신세계가 열리는 느낌이었다. 방 선생님은 지도자 생활을 마친 뒤에도 공부를 계속 하셔서 나중에 대학교 총장까지 하셨다. 나도 한때 선생님을 롤 모델로 생각해서 석사 학위를 마치고 박사 과정에 들어갔다가 3학기만에 그만 뒀다. 내가 그럴 깜냥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쳤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질문이다. 훗날 유재학이라는 사람은 후배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옛날에 농구대잔치가 열릴 때면 선수들 프로필에 존경하는 사람을 쓰는 곳이 있었다. 보통 학창 시절 선수들을 많이 기합주던 감독, 코치들 이름이 그곳에 많이 올라갔다(폭소). 나중에 후배들이 유재학이란 사람에게 ‘농구를 참 잘 배웠다’라고만 기억해주면 고맙겠다.

batma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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