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단아함’ 또는 ‘우아함’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이영애가 오랜 기다림 끝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지난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끝으로 작품활동이 없던 이영애의 드라마 복귀는 2004년 종영한 ‘대장금’ 이후 약 12년 만으로, 그의 복귀작은 율곡이이의 어머니이자 현모양처의 아이콘 신사임당의 삶을 재해석해 그의 예술혼과 불멸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 ‘사임당, the Herstory’(이하 '사임당')이다. 


지난 1990년 한 초콜릿 브랜드의 광고를 통해 데뷔한 이영애는 특히 스크린에서의 활약이 돋보이는 배우였다. 그러나 이영애는 영화 ‘키스할까요’, ‘공동경비구역 JSA’, ‘선물’, ‘봄날은 간다’, ‘친절한 금자씨’ 등에서 활약하기에 앞서 안방극장에서의 활약도 컸다. 그리고 이영애의 드라마 활약상에는 ‘사극’이 한 몫을 톡톡히 했다.



이영애가 처음 사극에 발을 내딛은 것은 1995년 방송된 드라마 ‘서궁’이다. 현재 방영중인 MBC 50부작 월화드라마 ‘화정’과 시대적 배경이 같은 ‘서궁’은 광해군 시대 한날 한시에 태어난 개시(이영애)와 인목대비(이보희)의 운명적 인연을 그렸다.


‘서궁’에서 이영애가 맡은 인물은 다름아닌 김개시였다. 조선왕조실록은 김개시에 대해 ‘김상궁은 이름이 개시(介屎)로 나이가 차서도 용모가 피지 않았는데, 흉악하고 약았으며 계교가 많았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현재 이영애의 이미지와 김개시는 정반대이기 때문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는 부분이다.


‘서궁’에서 김개시 역을 맡은 이영애는 간드러지는 목소리와 눈웃음으로 무장하고 광해군의 눈과 귀를 멀게 한 채 권력욕에 취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특히 ‘서궁’에서는 광해군이 역모에 대한 고변이 수차례 구체적으로 있었고, 반정 당일에도 김개시와 연회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 “역모는 없다”는 김개시의 거짓말을 믿었기 때문으로 묘사됐다. 김개시는 이미 광해의 운이 다했다고 판단해 반정세력과 내통하고 광해군에게 거짓말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인조반정 후 배신당해 참수당하고 만다.



‘서궁’ 이후 같은 해 이영애는 수라간 궁녀 역할로 음식발기를 둘러싼 친구간의 우정과 오해, 배신과 용서를 그린 사극에 출연한다. ‘수라간’ 이라는 단어에 이영애를 한류스타로 만들어준 ‘대장금’을 떠올리기 쉽지만 ‘대장금’은 2003년 방송됐고, 이영애가 ‘서궁’ 이후 출연한 드라마는 ‘찬품단자’였다.


‘찬품단자’는 ‘대장금’과 많이 닮아 있다. 하지만 ‘대장금’이 조선 중종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찬품단자’는 일제 강점기와 미군정기, 한국전쟁과 휴전을 거쳐 현대에 접어들기까지를 다뤘다.


이 작품에서 이영애는 궁중 전통 음식을 끝까지 지키다 세상으로부터 크게 인정받지는 못하는 반면  그의 동무로 나온 이일화는 일식과 양식 등으로 재빠르게 변신을 거듭해 끝내 전통 궁중요리가로 이름을 날린다. 이 사이 배신과 용서가 있으며, 이는 친일파를 비롯한 기회주의자가 득세하고 독립운동가 등 소신파들은 이들에게 짓눌린 한국 현대사의 뼈아픈 구석을 비유적으로 그렸다고 볼 수 있다.



‘찬품단자’ 이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 ‘선물(2001)’, ‘봄날은 간다(2001)’, 드라마 ‘의가형제(1997)’, ‘불꽃(2000)’ 등에 출연했던 이영애는 2003년 드디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장금’에 출연한다.


‘대장금’은 주인공 서장금(이영애)이 폐비 윤씨의 폐위 사건 당시 궁중 암투에 휘말려 부모를 잃고 수라간 궁녀로서 궁궐에 들어가는 내용이 초반에 그려졌다. 그러나 이후 여러 일을 겪으면서 서장금은 중종의 주치의이자 최초의 어의녀로 성장한다.


조선왕조실록 가운데 중종실록에서 ‘장금(長今)’이라는 이름은 10번 가량 등장한다. 특히 ‘장금’이라는 의녀가 중종의 신임을 받았다는 정도로 기록돼 있고, 의술이 다른 의녀와 달리 뛰어나 중종이 ‘대장금’이라고 칭하기까지 했다.



몇 가지 기록들을 살펴보면 이렇다. 대장금이 역사에 등장하는 것은 태자 인종을 낳고 단경왕후 윤씨가 산후병으로 죽는 1519년이다. 이때 의녀 장금은 조산의녀로 인종 출산에 성공했으나 왕비가 죽으면서 조정의 신하들은 대장금과 의관 하종해를 처벌할 것을 건의했으나 중종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장금이 조산의녀로 출산을 도운 조선왕은 인종과 명종, 선조 3명이라고 기록돼 있다.


5년 뒤(1524년) 중종은 “의관이 급료로 받는 전체아(全遞兒․급료의 전부를 줌)와 반체아(半遞兒․급료의 반을 받는데 의녀는 이 반체아를 받음) 중 의녀 대장금의 의술이 그 무리 중 가장 낫고 대전에 출입하며 간병하니 전체아를 대장금에게 주라”는 교서를 내리기도 한다. 이후 중종 39년(1544년) 중종이 죽을 병이 들고 나서 대장금은 더 이상 사서에 기록되지 않는다.


‘대장금’은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해 여러 아시아 국가를 시작으로 중동 등 세계 각국에 방송되면서 2002년 방송된 '겨울연가'와 함께 '드라마 한류' 붐을 몰고 왔다. 이 가운데 주인공 장금이 역을 맡은  이영애는 ‘한류스타’로 발돋움하면서 큰 인기를 누리게 됐다.



‘대장금’ 성공 이후 이영애는 한동안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비밀결혼을 해 팬들을 놀라게 하고, 이영애를 쏙 닮은 딸아들 쌍둥이를 낳아 키우며 간간이 다큐멘터리와 외부 활동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영애의 차기 작품이 무엇일까 하는 대중의 궁금증이 커지던 가운데 이영애는 다시 한 번 사극을 선택한다. 이번에는 조선시대 유학자이자 정치가로 이름을 알린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자 ‘현모양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는 신사임당의 생애를 그린 ‘사임당, The Herstory’이다.


이영애가 맡은 사임당은 통찰력과 판단력이 뛰어나고 예민한 감수성을 지녀 예술가로서 대성할 인물. 또한 성격만큼이나 그림과 글씨, 시도 매우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그림은 풀벌레, 포도, 화조, 어죽, 매화, 난초, 산수 등을 주로 그렸다. 특히 사임당의 풀벌레 그림은 실제와 매우 비슷해 풀벌레 그림을 마당에 내놓아 볕에 말리려 하자 진짜 풀벌레로 착각한 닭이 쪼아 종이가 뚫어질 뻔한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사임당의 그림과 시에는 당시 시인이나 학자들 역시 감탄을 금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1년 만에 안방팬들을 찾아오는 이영애는 최근 ‘사임당’에 출연하는 배우들과 한자리에 모여 대본 리딩에 임했다. 당시 대본 리딩에서 이영애는 현대 파트의 미술 강사 서지윤 역의 대사를 조금은 억척스럽고 능청스럽게 표현해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연기를 보여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애는 “‘사임당’은 2000년 ‘불꽃’ 이후 SBS에서 처음으로 하는 작품이라 더 감개무량하고 뜻 깊은 작품이 될 것 같다. 즐겁게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사임당’을 맡은 각오를 드러냈다.


한편, 이영애가 출연하는 ‘사임당’은 촬영 전부터 중국, 일본을 비롯해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6개국에 역대 최고가 선판매를 확정지으며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사임당’은 오는 2016년 상반기 SBS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이영애가 또 한번 사극으로 연기 인생을 꽃피울지 주목된다.


뉴미디어팀 장우영기자 elnino8919@sportsseoul.com


사진=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DB,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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