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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강영조기자]KBO리그 30여년 역사만에 첫 동구장 개장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고척돔이 마무리가 한창이다. 고척돔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입주가 예정된 넥센히어로즈의 줄다리가 첨예한 가운데 돔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2015.09.02.<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시민이 용납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대한 지원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고척돔 완공을 앞두고 서울시와 넥센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넥센의 고척돔 이전과 관련한 20여개의 현안 가운데 이견이 있는 부분은 3개 정도로 좁혀진 상태지만 “명문화된 답을 달라”는 넥센과 “원론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서울시의 뉘앙스 차이는 확연해보인다. 넥센이 ‘생존’의 문제를 전면에 내걸고 있지만 서울시는 넥센이 적자구조를 획기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부가적인 혜택’을 요구하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각의 차이가 선명하다.

◇ 비용이 느는만큼 수익도 늘어난다

서울시 입장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점은 ‘세입자 논리’다. 20평 아파트에 살고 있던 세입자에게 방을 빼서 40평대 주상복합건물로 이사를 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비유다. 넥센이 ‘세입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논리에 서울시를 비난하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세입자 논리’에는 더 나은 환경에서 누릴 수 있는 부가가치가 제외돼 있다. 비용이 늘어나는만큼 수익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서울시 이형삼 체육정책과장은 “넥센이 연간 목동구장 사용료로 연간 40억원 정도를 내고 있는데 고척돔으로 옮기면 80억원으로 비용이 급상승할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80억원은 서울시설공단이 예상한 돔구장의 전체 운영비용이다. 넥센이 직접 운영할 경우 그 비용을 다 떠안아야 하지만 일일대관을 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은 날의 비용까지 떠안는 것은 아니다. 운동장 사용료는 입장권 수입의 10%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설공단이 넥센에 청구하게 되는 비용은 전기, 수도, 가스 등의 공공요금과 운동장 관리비 등 실비가 대부분이다. 비용은 늘어나겠지만 돔구장 효과로 관중이 늘어나면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돔구장은 날씨에 관계없이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날씨 때문에 손해볼 수 있는 관중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과장은 이어 “넥센을 더 열악한 곳에 강제로 밀어넣는 것이 아니다. 운영비는 상승하겠지만 시설규모와 환경이 바뀌면서 관객 확장성은 향상될 것이다. 교통문제는 해결해야할 과제 가운데 하나지만 기존의 목동구장도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구일역 서편 출구가 열리면 지하철로 접근하기에는 고척돔이 훨씬 낫다. 서편 출구에서 고척돔까지는 300m, 동편 출구에서도 760m인데 오목교역에서 목동구장까지는 1015m나 된다. 게다가 목동구장은 야구장 소음 등으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았는데 고척돔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고 부연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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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강영조기자]KBO리그 30여년 역사만에 첫 동구장 개장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고척돔이 마무리가 한창이다. 고척돔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입주가 예정된 넥센히어로즈의 줄다리가 첨예한 가운데 돔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2015.09.02.<kanjo@@sportsseoul.com>
◇ 차기 운영권 위탁시엔 넥센의 경쟁력 가장 높아

“애초에 서울시가 약속했던 돔구장 운영권을 협의도 거치지 않고 서울시설공단에 넘겼다”는 넥센의 주장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조례에 따라 적확한 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소유한 시설의 위탁관리는 수탁자심의위원회에서 적격성 여부를 심사한 뒤 민간위탁 평가위원회를 거쳐 시의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때문에 서울시가 직접 시설위탁 여부를 결정하고 약속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라는 것이다. 더욱이 돔구장 사례는 국내에서 최초였기 때문에 수탁자심의위원회에 앞서 야구계, 공연계, 시의회 등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했고 그 결과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첫 운영권 위탁은 공공기관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돔구장의 주사용자인 넥센이 위탁 경쟁에서 배제된 배경이다.

이 과장은 “당시에는 돔구장 운영비가 기존 구장에 비해 얼마나 상승할지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눈덩이처럼 불어날지도 모르는 운영비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다보니 공공기관에 맡기자는 얘기가 나왔고 최종적으로 서울시설공단이 운영권을 가져간 것”이라고 설명한 뒤 “고척돔 운영권 위탁은 2년 6개월 후에 다시 원점에서 검토하게 돼있는데 그 때 쯤이면 넥센이 가장 우월한 입장에서 운영권 위탁경쟁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일대관 형식으로 운영하지만 사용에 대한 우선권은 넥센에 있다. 시설공단에서 3자대관을 하기도 하겠지만 넥센과 협의를 거치도록 돼있고 그라운드 컨디션을 해치거나 프로야구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이벤트는 유치할 수도 없다. 홈경기가 없는 기간에 넥센이 직접 행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직접 관리를 하지 않더라도 넥센이 돔구장 운영에 대해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갖게 된다는 얘기다. 2018년까지는 운영비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이면서 돔구장 운영 노하우를 축적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도기적인 형태로 야구를 하는 기간 동안만큼은 넥센이 운영권을 가져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도 있지만 이 과장은 분할 위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일일대관 형식은 거의 넥센 측과도 협의가 끝난 상태다. 사용기간을 분할해서 운영권을 위탁한 사례도 없다. 게다가 광고권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연간 단위로 계약을 하고 있고 부착물을 붙였다 뗐다 하기도 어렵다. 돔구장 이벤트의 특성상 야구 외에는 TV로 중계되는 행사가 드물기 때문에 야구가 없는 날은 사실상 광고권의 의미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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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강영조기자]KBO리그 30여년 역사만에 첫 동구장 개장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고척돔이 마무리가 한창이다. 고척돔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입주가 예정된 넥센히어로즈의 줄다리가 첨예한 가운데 돔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야구공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2015.09.02.<kanjo@@sportsseoul.com>
◇ 넥센보다는 시민 입장에서

서울시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서울시도 적자구조를 벗어나기 힘든 프로야구의 현실을 고려해 나름대로 상생의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장은 “서울시가 넥센의 고척돔 이전을 권유했으니 어려운 사정을 나몰라라 할 수 없다. 충분히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협약서를 통해 향후 운영권 보장 등을 명문화하기는 어렵다. MOU 단계에서 명문화된 조건이 강제력을 갖기가 어렵거니와 기본적으로 서울시의 조례와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넥센은 “우리에게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데 담당자가 바뀌면 예전에 했던 약속도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명문화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정책 결정에 넥센의 이해는 우선적인 고려사항이 아니다. 시민의 판단을 존중하고 시민의 반응을 반영해 시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서울시의 고민도 거기에서 출발한다. 상업행위인 프로야구가 시민의 건전한 여가와 직접 연결된 공공재의 성격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넥센이 돔구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겠지만 논란이 될 수 있는 선은 절대 넘지 않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운영권 위탁에 대한 명문화나 사용료 감면 등은 향후 타구단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어 형평의 논리에 어긋나고 자칫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그 ‘적정한 선’을 찾기 위한 ‘솔로몬의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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