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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강영조기자]KBO리그 30여년 역사만에 첫 돔구장 개장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고척돔이 마무리가 한창이다. 고척돔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입주가 예정된 넥센히어로즈의 줄다리가 첨예한 가운데 돔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국내 최초로 돔구장 시대를 활짝 열 서남권 돔구장(이하 고척돔) 완공이 코앞이다. 이달 내에 준공검사가 끝나고 시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서울시와 넥센 히어로즈의 협상 타결이라는 훈훈한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고 있다. 올해를 끝으로 넥센은 목동구장에서 나와 고척돔으로 옮겨야 하는데,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고 있다. 새로 지은 구장, 그것도 국내 최초 돔구장인데 무엇이 꼬여서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일까.

목동구장을 떠나 고척돔으로 가야하는 현 상황에 대해 넥센 구단 관계자는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세입자 입장에서 보면,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8년간 월세로 근근이 살았고 내년이면 최고급 아파트로 이주해야 하는 격이다. 문제는 지출 능력을 벗어나는 곳으로 ‘강제 이주’를 당하게 됐는데 그곳에 가면 관리비를 낼 여력이 없다. 앞으로 수입이 확 늘어나지도 않을 뿐더러 새집에 정착 후 초반에는 수입이 되레 줄어들 가능성도 다분하다. 수입은 불확실한데 비용은 더 들어가는 곳으로 이사 가라는 ‘주인’의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힘없는 세입자 입장에서 주인의 강요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주인은 한동안 대화가 없다가 지난 해 말부터 집을 옮기라고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서울시와 넥센구단을 둘러싼 고척돔 이전의 핵심은 운영권이다. 비용부터 따져보자. 넥센은 목동구장에서 매년 약 40억원 정도를 서울시에 납부했다. 광고수입 일부와 사용비, 구장 내 임대한 사무실 비용 등이다. 돔구장 특성상 고척돔의 운영비는 목동구장의 2~3배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초의 돔구장이고 아직 운영해보지 않아 직접 비교 대상은 없지만, 대략 80억 이상을 내다본다. 넥센은 목동에 있을 때 보다 2~3배 이상의 수익을 내지 못하면 파산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구단 운영을 위해 돔구장 운영권과 그에 따른 수익이 필요하다. 당초 서울시는 고척돔을 건설하면서 넥센에 운영권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현재 운영주체는 서울시설공단으로 이전된 상태다.

넥센은 지난 8년간 목동구장에서 자리를 잡았다. 지역 친화적인 발걸음을 활발히 했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잔치마당도 열었다. 고척돔 완공을 앞두고 모 야구인은 “주변 민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목동구장 리모델링이 넥센에겐 더 효율적”이라고도 했다. 목동구장과 고척돔은 직선거리로 얼마 되지 않지만, 구단이 지역 자체를 옮겨 다시 뿌리를 내리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무엇보다 고척돔 인근 교통은 최악의 상황이다. 목동구장을 찾은 관중이 그대로 몰린다면 아수라장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우려는 서울시도 알고 있어 지하철 출입구(1호선 구일역)를 새로 만든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접근 환경이 금세 나아질 수 없다.

이런저런 리스크를 안고 고척돔으로 들어가는 넥센에게 구장 및 부대시설 운영권은 필수다. 비용은 많이 발생하고 수입은 얼마인지 모르고, 관중 유입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라운드를 비롯한 구장 내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익 창출’이 아닌 ‘생존’을 위해서다. 고척돔에서 일일대관 형식으로 100일 동안 야구만 해서 생기는 수익으론 제반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 넥센은 하루씩 대여해 쓰는 목동에서도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의 지난 해 당기순손실은 40억 4000만원이었다. 2013년 67억 1000만원 손실에서 나타나듯 매년 적자폭을 많이 줄여나가고 있지만, 고척돔에서는 현실적으로 더 버티기 어렵다. 더구나 넥센은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일반적인 프로구단과 구조적으로 다른 야구전문 기업이다. 모기업의 지원사격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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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강영조기자]KBO리그 30여년 역사만에 첫 돔구장 개장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고척돔이 마무리가 한창이다. 고척돔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입주가 예정된 넥센히어로즈의 줄다리가 첨예한 가운데 돔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포수후면석. <kanjo@@sportsseoul.com>

지난 7월 서울시는 고척돔 광고권을 2년간 한시적으로 넥센 구단에 제공하겠다는 당근책을 내놓았다. 서울시의 전향적인 자세다. 그러나 넥센은 마냥 기뻐할 순 없었다. 구단의 광고권 수입은 유니폼 광고와 펜스 광고, 두 가지로 나뉜다. 이 중에서 유니폼 광고 수입이 더 많다. 돔구장 광고권은 구단운영에 있어 상대적으로 큰 비중이 아니다. 게다가 한시적 제안이기에 2년 뒤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만약 그때 가서 서울시에서 광고권을 회수해 가면 빈털터리가 된 넥센은 뒤통수 맞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넥센은 2년 후에도 그 권리를 인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법의 제약을 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고척돔 관련 협상의 주도권은 서울시가 가지고 있다. 구단은 서울시 앞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다. 야구계에서는 이제 서울시의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의 국내 프로야구구단은 부자와 대기업이 하는 취미생활이 아니다. 넥센 뿐 아니라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구단도, 이제는 단독 법인으로 변신중이다. 프로구단은 대기업 홍보수단에 한하지 않고 연고지와 팬들을 위해 존재한다. 구단 스스로도 생존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 이용자(팬)에게 선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야구계 관계자는 “국내 프로야구는 산업으로 가는 과도기에 서 있다. 어떤 산업이든지 자리를 잡기 전까진 특혜의 개념이 아닌 자립의 기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야구단을 해당 지역의 주요 문화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해외사례까지 굳이 들지 않더라도, 야구가 지닌 문화와 공공재로서의 존재가치를 인식하는 행정력을 서울시가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서울시는 당장 눈앞에 있는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조금 더 멀리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국내 프로야구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구단이 새로운 구장에서 자리 잡으면서 서울시민에게 공공재적인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도록 시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넥센 구단이 야구장 짓는데 아무런 일조를 하지 않고서 무슨 권리를 운운하냐”고 비판한다. “최신식 구장을 사기업에 헐값에 넘겨줄 수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고척돔이 아닌 잠실구장만 봐도 두산과 LG가 30년간 사용하면서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시민의 행복에 기여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넥센 구단은 야구장 운영에 있어 “국내에서 가장 전문화 된 집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는 구장 관련 기본권을 넥센에게 부여해 야구를 비롯한 여러 콘텐츠를 다양하게 생산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생기는 부가가치가 다시 서울시로 돌아가는 수익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면 된다. 비근한 예로 수원시는 kt구단에게 광고와 운영권을 모두 주었고 수원구장을 kt전용구장으로 사용하게 했다. 이는 메가시티 서울시의 논리에 따르면 ‘무한특혜’에 가까운 행보다. 1000만 시민을 품에 안고 있는 메가시티 서울은 야구라는 문화를 통해 발생하는 선순환 효과가 결국 시, 구단, 팬들에게 모두 긍정적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현재 고척돔에 엉켜있는 실타래를 푸는 실마리는 서울시가 쥐고 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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