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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7시20분 일본 도쿄를 출발, 오후 9시50분 인천공항 도착 예정이었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OZ 105편은 시스템 정비를 이유로 3시간 넘게 지연됐다.

[도쿄=스포츠서울 김자영기자]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9일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에서 3시간 넘게 지연출발하는 과정에서 공항 측으로부터 심야 운항금지를 당해 다음날 출발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펼쳐졌다. 이 와중에 안전수칙 위반, 불성실한 서비스 등으로 15시간이나 가깝게 늦게 한국에 돌아와야 했던 탑승객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급하게 출발하려다 안전수칙 위반

지난 19일 나리타공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오후 7시20분 일본 도쿄를 출발, 오후 9시50분 인천공항 도착 예정이었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OZ 105편은 시스템 정비를 이유로 3시간 반 가량 지연됐다. 애초 항공기 점검이란 두루뭉실한 이유로 지연에 대한 양해를 구했지만 승객들에게 구체적인 안내나 설명이 없었다. 직접 승무원을 찾아가 지연 이유에 대해 묻자 “정확히 어떤 시스템인지는 모르지만 시스템이 다운돼 복구중이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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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은 비행 지연에 따른 보상 차원으로 음료쿠폰을 나눠줬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용할 수 있는 매장은 4곳에 불과했고 마감시간도 임박해 승객들은 불편을 겪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예고된 시각보다 점검 시간이 길어지자 이에 대한 안내방송을 생략하기도 했다. 대신 1000엔(약 1만원) 상당의 음료 쿠폰을 나눠줬는데 이마저도 사용할 수 있는 매장이 제한적이었다. 당시 음료 등의 주문이 가능한 매장은 총 4곳에 불과했고, 대부분 마감시간이 10분 정도 밖에 남지않아 촉박하게 주문을 해야했다. 한 승객은 “기다리는 승객에 대한 배려가 전혀없다. 음료쿠폰도 생색내기용으로 나눠준 것 같다”면서 볼멘 소리를 내기도 했다. 주먹구구식의 서비스로 승객들은 큰 불편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공항 라운지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탑승객에게 탑승신호가 떨어진 것은 오후 10시40분 무렵. 승무원들은 다급한 목소리로 “11시 전에는 나리타공항을 비워줘야하기 때문에 빠른 탑승을 부탁한다”면서 승객들을 재촉했다. 이륙하는 과정에서 오버헤드 빈(overhead bin·기내 상단 캐비넷)은 채 닫히지도 않았지만 승무원들은 “저희가 정리할테니 일단 착석해달라”고 주문했다. 국제 항공법에 따르면 램프아웃(ramp out)부터 테이크아웃(take off) 전까지 즉, 항공기 출발 시 출입문 닫는 시점부터 이륙 시까지 원칙적으로 오버헤드 빈은 닫혀있어야 한다. 승객들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체크하는 것 역시 뒷전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이 기본적인 항공안전수칙을 무시한 채 빠른 출발에만 매달린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급하게 진행된 탑승과 이륙도 활주로로 이동하는 과정에 제지를 당했다. 나리타공항은 오후 11시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 커퓨 타임(curfew time·야간 운항 통제시간)으로 야간 운항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은 11시 1분에 운항을 중단해야 했다. 결국 이날 비행기가 뜰 수 없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승객들은 언성을 높였다. 한 승객은 “비행기가 무슨 자전거에요? 탑승 20분만에 이륙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애초에 탑승을 시킨 게 무리수였다”면서 불만을 터트렸다.

◇기내에서의 50분 대기, 15시간 늦게 한국 도착

이후의 아시아나항공 측의 대응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승객 231명은 아시아나항공측의 후속 조치가 결정될 때까지 40분 가량 비행기 안에 꼼짝없이 갖히고 말았다. 아시아나항공 측이 호텔 등 지연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데 그만큼의 시간을 심야에 소비했기 때문이다.

승객들이 하기한 후에도 비행 지연에 대한 체계적인 매뉴얼이 없어 큰 불편을 겪었다. 아시아나항공측의 미흡한 대책 마련에 일부 승객들은 “호텔에 가지 않고 공항에 머물겠다”, “항공 지연에 따른 매뉴얼이 없냐”, “아시아나항공 못믿겠으니 다른 대체편을 마련해달라” 는 등 분통을 터트렸다. 업계에 따르면 탑승 마감 이후 커퓨 타임으로 인해 탑승 승객 전원이 하기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 과정에 안타까운 사연도 잇따랐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 승객은 “내일 오전이 어머니 발인이다. 경제적인 보상은 필요없다. 어떻게든 가장 빠른 대체편을 마련해달라”며 눈시울을 붉혀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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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은 오후 10시 40분부터 승객들을 탑승시킨 후 13분만에 무리하게 이륙을 시도했으나 결국 이륙 도중 나리타공항으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사진은 승객들 수화물을 다시 내리는 모습.

결국 승객 231명은 애초 출발 시간으로부터 약 6시간만에 나리타공항을 빠져나왔다. 승객들은 아시아나항공측이 마련한 인근 호텔에서 머문 뒤 다음날 낮 12시 20분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왔다. 약 15시간이 지연된 셈이다. 아시아안항공측은 10만원 상당의 아시아나 상품권으로 미안함을 전했다.

이번 지연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빠른 귀국을 원하는 승객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서둘러 이륙을 시도했던 것으로 항공 안전 규정을 어기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sou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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