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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부담은 오히려 집중력으로 이어졌다. 위기에서 빛을 발하는 실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승자가 될 수 있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연세대)가 깔끔한 연기로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손연재는 12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리듬체조 개인종합 둘째날 경기에서 36.400점을 보태 총점 72.550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경기에서 후프 18.000점(1위)과 볼 18.150점(1위)을 기록했던 손연재는 이날 리본에서 18.050점을 획득한데 이어 정확하고 자신감 있는 연기로 곤봉에서 18.350점을 기록해 정상에 올랐다. 전 종목에서 18점이 넘는 안정적인 고득점으로 1위를 휩쓸어 13일 이어지는 종목별 결승에서 다관왕을 달성할 가능성을 높였다.
유니버시아드 사상 한국이 리듬체조에서 개인종합 금메달을 따낸 것은 손연재가 처음이다. 대학생들이 출전하는 대회라고는 하지만 20대 초반이면 선수생명을 다하는 종목의 특성을 고려하면 U대회는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연장이다. 은메달을 따낸 우크라이나의 에이스인 안나 리자트디노바(총점 71.750점)는 손연재가 올 시즌 이겨보지 못한 상대였고, 동메달을 목에 건 벨라루스의 강자 멜리티나 스타니우타(총점 70.800점)도 국제 무대에서 경쟁해왔던 수준급 선수다. 이번 대회에 세계 랭킹 1위인 마르가리타 마문, 3위인 야나 쿠드랍체바(이상 러시아)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우려로 불참했다고 해도 18점대의 성적과 금메달 획득은 자랑스러워할 만한 성과다. 손연재는 “쿠드랍체바와 마문, 두 선수가 안 왔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하는 대회라 금메달보다는 수행 목표에 중점을 뒀다”면서 “유니버시아드에서 금메달을 딸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너무 기쁘다.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손연재는 리본과 곤봉 모두 유력한 금메달 경쟁자였던 리자트디노바의 바로 다음 순서로 매트에 올랐다. 리자트디노바가 잔실수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연기를 펼치며 고득점을 기록하는 와중에도 손연재는 흔들리지 않았다. 리본 연기도중 리본 끝이 묶이는 돌출변수가 생겼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연기를 해냈다. 흥겨운 몸놀림이 특징인 곤봉연기는 손연재가 부담스러운 대회를 즐길줄 아는 배포를 지녔음을 증명했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연기로 작은 실수하나 없이 연기를 마치고는 만족한 듯 환하게 웃었다. 리본이 엉키고 곤봉을 놓치며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주지 못한 지난달 제천 2015 리듬체조 아시아선수권 종목별 결승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는 “이번 대회 준비 과정이 많이 힘들기도 하고 부담감도 정말 많았다. 4종목 모두 실수 없이 하려고 했던 목표를 이루게 돼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손연재는 지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AG) 개인종합 동메달에 이어 2014 인천AG에서는 AG사상 첫 개인종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3 카잔 U대회 당시 U대회 사상 처음으로 볼 종목 동메달을 따냈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첫 개인종합 금메달을 일궈냈다. 지난달 제천 아시아선수권대회 금메달로 아시아선수권은 2연패를 달성했다. 대회 경험을 쌓을수록 실력도 성적도 상승일로를 달리고 있다. 9월로 다가온 세계선수권대회와 내년 리우올림픽에서 앞선 성적보다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손연재는 “내일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종목마다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지난달 제천 아시아선수권 종목별 결승에서 실수가 있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그런 부분을 확실하게 보완했으면 좋겠다”면서 “이번 개인종합 금메달로 지금까지의 노력을 보상받는 것 같아 기쁘다. 9월 세계선수권과 내년 올림픽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서 잘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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