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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왼쪽) 국가대표팀 코치 및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축구 선수인 아들 신재원 군과 식사를 하고 있다. 2015.06.24. 성남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신태용(45) 감독은 지금 ‘투잡’을 뛰고 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노리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을 지휘하고 있고, 2018 러시아월드컵을 겨냥한 국가대표팀에서는 코치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이전에 핌 베어벡 감독이 올림픽팀과 대표팀 사령탑을 겸임한 적은 있지만 한 팀에서는 감독을, 다른 한 팀에서는 코치를 맡고 있는 것은 신 감독이 처음이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려니 자연스럽게 바쁠 수밖에 없고, 자신의 지도자 정체성에 대해서 약간의 혼동도 있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하지만 본인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자신한다. 오히려 ‘투잡’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눈치다. 신 감독을 지난 24일 경기도 분당 자택 인근의 음식점에서 만났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함께 준비하고 있는 그는 여전히 유쾌했고, 자신만만했다. 지난 2010년 K리그 성남 사령탑 시절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잘난 놈”이라고 말해 축구계의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5년이나 흘렀지만 이런 거침없는 자신감과 속마음을 숨기지 않는 솔직담백함은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이런 스타일이야말로 ‘지도자 신태용’을 규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는 과연 리우 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다시 한번 스스로가 ‘잘난 놈’임을 입증해낼 수 있을까.

-‘투잡’을 하고 있어 매우 바쁠 것 같다. 1인2역을 어떻게 소화하고 있는가.

지금까지는 잘 해내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배려를 많이 해줘서 편안하다. 이전처럼 대표팀과 올림픽팀이 무슨 갈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슈틸리케 감독은 ‘당신이 올림픽팀의 수장이니 올림픽팀을 항상 먼저 생각하라’고 조언해 주고 있다. 또 두 팀의 일정이 겹칠 때는 늘 올림픽팀을 우선하라고 배려해 준다. 나도 예를 들어 K리그를 보면서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보이면 먼저 올림픽팀에 올려보고, 그렇게 검증이 된 경우는 대표팀에 추천도 하는 식으로 일하려고 한다. (슈틸리케 감독과)서로 교감이 잘 이뤄지고 있다.

-이야기를 조금 뒤로 돌려보자. 호주 아시안컵이 끝난 뒤 올림픽팀 전임 감독으로 발령됐다가 이후 다시 대표팀 코치 겸임으로 바뀌었다. 이전에 없는 경우인데 도대체 누가 이런 상황을 원한 것인가. 대한축구협회인가, 슈틸리케 감독인가, 아니면 신태용 자신인가.

일단 나는 아니다.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 조추첨이 끝나고 다시 그 다음날에 이용수 기술위원장에게 연락이 와서 대표팀에 복직해야겠다는 뜻을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과도 이야기가 끝났다고 했다. 그래서 알았다고 했다. (대표팀 복귀는)내가 말할 상황이 아니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나를 원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이 위원장과 감독 사이에 소통이 잘되고 있으니 두 분 사이에서 이야기가 있었을 것 같다.

-1인2역을 하다보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을 듯하다.

막상 해보니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것 같다. 일단 슈틸리케 감독이 올림픽팀에 우선하라고 교통정리를 해줬다. 올림픽팀과 대표팀 사이에 연계가 크게 강화된 것이 장점이다. 내가 올림픽팀을 직접 가르치다 보니 장래가 있다 싶은 친구들을 자신있게 대표팀에 추천할 수 있겠더라. 이런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경력이 붙고 그러면 더 좋아질 수 있고, 이런게 한국축구를 위해 좋은 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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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국가대표팀 코치 겸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위해 나타났다. 2015.06.24. 성남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두가지 역할 중에서는 역시 올림픽팀에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가.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다. 올림픽팀은 내가 모든 신경을 써야 하고, 대표팀은 감독을 서포터하는 입장이니 스트레스가 좀 다르다.

-감독과 코치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 그런데 감독과 코치를 동시에 하면 지도자로서의 정체성이나 행동기준이 헷갈릴 것도 같은데.

그런 것은 크게 없다. 사실 내가 대표팀에서 처음 코치를 해봤는데, 코치의 마음을 처음으로 알겠더라. 내가 감독만 했을 때는 코치들이 무슨 마음을 갖는지 잘 몰랐다. 내가 감독만 하다가 (대표팀에서)코치로 갔는데 자연스럽게 슈틸리케 감독이 코치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감독이라면 지금 이런 생각을 하겠구나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코치로서 보좌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코치만 했던 사람이라면 그런 (감독의)생각을 잘 못따라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내년 리우올림픽까지 올림픽팀이나 대표팀의 중요 일정이 겹치는 경우는 없는가.

지금 현재 일정상으로는 거의 없다. 다만 우리가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하면 그때부터 일부 겹칠 수는 있다. 내년 3~4월에 올림픽팀이 자체 평가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에도 약간 겹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그때는 올림픽팀에 전념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만에 하나 올림픽 예선과 본선에서 신 감독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국가대표팀에 계속 있을 명분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내 능력이 안된다면 당연히 나와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경우 나를 필요하다고 한다면 같이 가야하는 것이 도리다. 내가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성적이 안좋고, 인정을 받지 못해 나와야 하는 경우도 물론 생길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투잡’을 하다보니 시기를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웃으면서)요즘 직장 구하기 힘든데 내가 투잡을 하고 있으니 최소한 한 사람의 일자리는 뺏은 셈이 아닌가. 그런데 내가 지금이라도 옷을 벗으면 두 사람 일자리가 생기는 것인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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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국가대표팀 코치 겸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스포츠서울과 인터뷰하고 있다. 성남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아시안컵이 끝나고 잠시 나가있던 대표팀에 8월 동아시아컵부터 본격적으로 다시 들어가게 되는데 이전과 분위기가 달라진 게 있던가.

전혀 그런 거 없다. 조추첨 끝나고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예전처럼 회의를 같이하고 그랬다.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인)미얀마-라오스전도 슈틸리케 감독이 나보고 직접 보고 전력분석을 한 뒤 대표팀에 오라고 했는데 갑자기 (올림픽팀 평가전인)프랑스, 튀니지 경기가 잡혀서 대표팀에 못가게 된 것이었다. (슈틸리케 감독,대표팀과는)좋은 인연으로 만났다가 잠시 헤어진뒤 다시 만난 거다. 서먹서먹하게 다시 합류한 게 아니다.

-축구계 일부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이 당신을 굉장히 의지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머, 그것은 좋게 보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이겠지. 지난 아시안컵에서 3차전 호주전을 전후해 감독과 국내 코칭스태프 사이에 교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전에는 외국인 감독 특유의 고집같은 거, ‘내가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 출신인데’같은 강한 자존심에서 약간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면서 한국 선수들, 코치들도 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호주전이 끝나고 나서 눈에 띄게 감독의 자세나 태도가 달라지고 진심으로 소통하겠다는 것이 마음으로도 느껴졌다.

-슈틸리케 감독이 팬들에게는 좋은 인상을 주고 있는 것과 별도로 실질적으로 ‘슈틸리케 축구’가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다는 지적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철학과 우리 선수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직 편차가 있는 것 같다. 감독은 오픈 마인드로 선수들이 스스로 창의적인 축구를 하게 만드려고 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아직 그런 부분이 확 와닿지 못하는 듯하다. 우리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축구를 하면서 몸에 굳어있는 습성들이 있고, 그런 것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감독도 자신의 생각과 한국만의 관습,문화를 잘 접목시키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런 교집합을 점점 넓히는게 우리 코치들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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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국가대표팀 코치 겸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축구 선수인 아들 신재원 군과 함께 인터뷰를 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2015.06.24. 성남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가까이서 지켜본 슈틸리케 감독은 지도자로서 장단점이 어떤가.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소통을 잘 하는듯하다가 고집도 세고. 지내다보면 장점과 단잠이 잘 구분이 안될 때도 있다. 그래도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역대 외국인 대표팀 감독 가운데 가장 소통하고, 유연한 분이라고는 하더라.

-이제 본업인 올림픽팀 이야기를 해보자. 이번 올림픽팀이 역대 최약체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신태용의 아이들’이 몇명 나올 수 있겠는가.

분명히 나올 수 있다. 의외로 생각지도 못했던 선수들이 튀어나올 것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실망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번 (프랑스,튀니지와의)평가전을 통해서 많은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 선수들도 그렇다. 이번 평가전에 내가 구상한 멤버의 80% 정도는 갔다. 어느 정도 그림은 만들어진 단계다.

-‘신태용호’의 올림픽 목표는 무엇인가. 전임 홍명보 감독이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서 부담이 클 것같은데.

물론 부담이 크다. 명보형이 런던에서 동메달 따고 돌아왔을 때 사석에서 “후임이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큰일났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사실인데, 일단 본선 진출이 목표다. 본선에만 나가면 나도 사고 한번 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내 머리속에 생각이 다 있다. 우리에게 최약체니 뭐니 말들이 많지만 무언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느낌이 있다. 런던 멤버는 너무 화려했다. 반면 이번 올림픽팀은 대표팀에서 뛸 수 있는 친구들도 거의 없다. 하지만 축구는 조직의 경기다. 우리나라에 메시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조직의 힘으로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동안 올림픽팀 코칭스태프 변화가 있었다. 최문식 코치가 대전 감독으로 가고 전경준 코치가 새로 들어왔는데.

대전 감독이 공석이 됐을 때 나는 독일에 있었다. 어느 날 최코치에게 전화가 왔다. 대전에서 연락이 왔다는 거다. 잘 판단하라고 말해줬는데 결국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감독으로 간다는데 잡을 수가 없더라. 열심히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줬다. 전 코치는 지난해 내가 국가대표팀 감독대행으로 두 경기를 치를 때 축구협회에서 전임지도자 가운데 파견해 준 사람이었다. 그때 만난게 인연이 됐다. 올림픽팀 코치로 데리고 오기 전에 제주 조성환 감독과 먼저 상의를 했다. 조 감독이 전 코치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준 것 같다.

-국내 40대 지도자의 선두그룹으로 꼽힌다. 홍명보 감독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를 한뒤 ‘대권’이 외국인에게 다시 돌아갔지만 차후에 다시 국내 지도자에게 기회가 주어질 때 황선홍 포항 감독, 최용수 서울 감독 그리고 신태용 중 한명에게 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동의하는가.

그렇다. 지도자라면 모두 언젠가 대표팀을 맡고 싶다는 것이 꿈 아니겠는가. 축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다 그렇게 생각할 것이고 나 또한 마찬가지다. 황선홍 최용수 두 지도자가 K리그에서 잘하고 있으니 우리가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거다. 그런 경쟁속에서 서로 성장하는 것이 참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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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국가대표팀 코치 겸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스포츠서울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5.06.24. 성남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선의의 경쟁자인 황선홍, 최용수 감독에 대해서 한줄평을 한다면.

선홍이 형은 포항에서 지략가로 만개하고 있다. 용수 후배는 나름대로 묘한 지도방식과 스타일을 갖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스텝바이스텝으로 잘하고 있다고 본다.

-K리그에서도 인상적인 족적을 남겼는데 언젠가는 리그로 돌아가야 할 터인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조금도 없다. 아무리 좋은 조건의 제의가 있어도 그렇다. 오로지 올림픽팀과 대표팀에 올인할 것이다.

-인간 신태용의 매력은 무엇인가.

나는 거짓이 없다. 뒤끝도 없다. 앞에서 있는 그대로 말한다. ‘뒷담화’안하고 솔직담백하다.

-지도자 신태용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상황에 따라 눈높이를 잘 맞춘다. 선수들과 ‘밀당’을 잘한다. 말하자면 선수들의 마음을 빨리 읽어내서 잘 활용하는 능력이 있다고 자평한다. 단점은…,더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투잡을 수락한 것도 내가 아직 슈틸리케 감독 밑에서 배우면서 내 것으로 만들어내야 할 것들이 더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들지만 투잡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감독들을 만날 때도 귀를 많이 기울인다. 모든 사람들에게 배울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축구인 신태용의 궁극적인 꿈은 무엇인가.

국가대표팀 감독을 한번 해서 월드컵 8강, 4강 한번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다. 당장은 리우 올림픽 본선에서 사고를 한번 치고 싶다. 선수 때 내가 대표선수로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지도자로서는 대표팀에서 강한 이미지를 남기고 싶다는 보상심리가 있다.

위원석 체육부장 batma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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