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ena-Williams-and-Mouratoglou-img28579_668
무라토글루와 윌리엄스

[스포츠서울]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여전사들에게 사랑은 힘이 될까, 아니면 방해물일까. 테니스 그랜드슬램 대회 가운데서도 가장 권위 있는 윔블던이 29일 시작된다. 여자 단식 우승을 노리는 톱 스타들 가운데 남자 친구와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는 세 명을 소개한다.

이번 윔블던의 최대 관심사는 여자 테니스 세계 1위 세리나 윌리엄스(34·미국)가 4개 메이저 대회 연속 우승의 위업의 달성하느냐다. 지난해 US오픈을 시작으로 올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을 잇따라 제패한 그는 윔블던에서 정상에 오르면 두 번째 ‘세리나 슬램’을 이루게 된다. 윌리엄스의 올시즌 패배는 부상에 따른 기권을 제외하면 지난달 마드리드오픈에서 크비토바에게 진 것이 유일하다. 투어와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29승 1패. 이같은 무서울 정도의 상승세 뒤에는 코치이자 남자친구인 파트리크 무라토글루(45·프랑스)가 있다.

잡지 배너티 페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때 소원했던 윌리엄스와 무라토글루는 지난 겨울부터 관계를 회복했다. 무라토글루는 지난해 윌리엄스와 멀어지게 됐던 이유를 밝혔다. 윌리엄스의 아버지 리처드와 싸웠다는 것이다. 윌리엄스에게 지난해 윔블던은 최악이었다. 윌리엄스가 단식 3회전에서 알리제 코르네(프랑스)에게 져 초반에 탈락하자 화가 난 리처드는 무라토글루를 불러 “당신이 코치니까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보라”고 했는데 무라토글루는 “뭘 알고 싶으면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고함치며 대들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윌리엄스는 누군가가 아버지를 그렇게 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윌리엄스는 이후 언니 비너스와 함께 나선 복식 2회전에서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상한 모습을 보이다가 기권했다. 당시 윌리엄스는 코트에서 의사로부터 검진을 받다가 울음을 터뜨리는 등 감정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나중에 바이러스 감염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검진 의사는 신체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말해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윌리엄스는 무라토글루와 화해하면서 이전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았을뿐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연인 관계임을 밝힌 적은 없지만 무라토글루가 코치의 역할을 넘어 윌리엄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윌리엄스가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이상 그를 이기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무라토글루는 윌리엄스에게 힘의 원천이다.

instagram
디미트로프와 샤라포바

윌리엄스와 무라토글루와는 달리 마리야 샤라포바(28·러시아)와 그리고르 디미트로프(24·불가리아)는 ‘공식 커플’이다. 거리낌 없이 공개 데이트를 즐기고, 공식 석상에서 연인에 대한 생각을 밝힌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들 커플이 조용하다. 아마도 이번 윔블던이 둘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대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샤라포바는 올해 투어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하기는 했지만 그랜드슬램 대회에서는 아직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호주오픈 결승에서 윌리엄스에게 패했고, 지난해 우승했던 프랑스오픈에서는 4회전에 오른데 그쳤다. 2위였던 세계 랭킹도 4위로 떨어져 있다. 윔블던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디미트로프는 더욱 절실하다.올해 투어 대회에서 아직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세계 11위로 차세대 톱랭커로 꼽히고 있지만 최근 주춤한 모습이다. 디미트로프에게 샤라포바와의 관계에서 다소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면 연상이라는 점보다 실력차가 더 클 것이다. 자신의 테니스보다는 ‘샤라포바의 연인’으로 주목받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자친구에게서 동기 부여와 영감을 얻는다”고 하지만 자신의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디미트로프는 지난해 윔블던에서 4강에 오르며 ‘페더러의 후계자’로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이었다. 이번 윔블던을 벼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샤라포바는 윌리엄스의 독주를 견제할 선수로 꼽혔지만 최근 16연패를 기록할 정도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윌리엄스와는 코트 밖에서도 묘한 관계다. 디미트로프는 샤라포바 이전에 윌리엄스와 사귄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년 전 윌리엄스가 잡지 인터뷰에서 샤라포바와 디미트로프의 교제에 대해 험담에 가까운 코멘트를 한 적이 있다. 샤라포바는 윔블던 기자회견을 통해 “남의 개인사에 대해 말하고 싶으면 유부남인 자신의 남자친구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반격했다. 윌리엄스가 당시 유부남이었던 코치 무라토글루와 사귀고 있었던 것을 가리키며 일침을 놓은 것이다. 이후 윌리엄스가 사과의 뜻을 나타내면서 이들은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앙금은 남아있다. 샤라포바와 윌리엄스는 이번 윔블던에서 서로 순항을 계속한다면 준결승에서 맞붙게 된다.

djkfl
슈바인슈타이거와 이바노비치

세계 7위인 아나 이바노비치(28·세르비아)는 윔블던을 앞두고 런던에서 열린 후원사 행사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나타났다. 독일의 축구 스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31·바이에른 뮌헨)와의 약혼설, 결혼설이 나돌고 있었던 터라 반지에 눈길이 쏠렸다. 이후 이바노비치는 윔블던 전야제에 슈바인슈타이거와 함께 등장해 나란히 포토월 앞에 섰다. 이 때도 반지는 그녀의 손가락에서 빛나고 있었다.

이바노비치는 올해 호주오픈 1회전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프랑스오픈에서는 놀랍게 강해진 모습을 보이며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메이저대회 4강에 오른 것은 2008년 프랑스오픈 우승 이후 처음이었다. 지난해부터 이바노비치와 사귀고 있는 슈바인슈타이거가 교제 후 처음으로 직접 경기장을 찾아 응원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끌었다. 지난 달 프랑스오픈 기자회견에서 ‘비밀 결혼설’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 이바노비치는 ‘노 코멘트’로 넘어갔다. 최근 세르비아 일간지 블리치는 이바노비치 측근의 말을 빌어 그녀가 프랑스오픈 기간 중 파리에서 슈바인슈타이거와 약혼했다고 보도했다.

여자 테니스 레전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는 프랑스오픈 TV 중계 해설을 하면서 “이바노비치가 전에 비해 여유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이바노비치는 ‘여유’와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한때 세계 1위였지만 코트에서는 라인을 밟으면 안된다는 등의 징크스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고, 코트 밖에서는 긴장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었다. 조금이라도 아니다 싶으면 수시로 코치를 갈아치웠다. 자신감 결여가 가장 큰 약점이었다. 그런데 슈바인슈타이거와의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여유가 생긴 것이다. 이바노비치는 4개 그랜드슬램 대회 가운데 윔블던 성적이 가장 좋지 않다. 2007년 4강에 오른 것이 최고였다. 월드컵 우승을 경험한 남자친구는 이번에도 이바노비치에게 승리의 기운을 불어넣어 줄까?

최정식기자 bukra@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