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석
2013-2014시즌 삼성화재와 우리카드의 경기. 우리카드 신영석이 서브 리셉션을 받지 못하고 쓰러지고 있다. 대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신영석(29·상무)의 비밀 트레이드 사태가 프로배구의 근간을 뒤흔드는 후폭풍으로 불어닥칠 조짐이다.

신영석의 현대캐피탈 선수 이적등록이 각 구단의 반발로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는 거부당했지만 법정은 현대캐피탈의 손을 들어줬다. 본안 소송이 아닌 가처분 결정이지만 그렇다고 그 의미를 축소할 수는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KOVO 이사회에서 논의되고 합의점을 찾았어야 할 문제가 법정으로 넘어가면서 프로배구의 대외적 위상도 크게 떨어졌다. 회원사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꾸려져야 할 프로스포츠 기구의 근간이 흔들리면서 그 권위에도 큰 흠집이 생겼다. 회원사인 각 구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갈등이 생겼을 때 중재해야하는 KOVO 사무국의 능력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예고된 참사였다. 지난 시즌 도중 규정적용을 잘못한 임대 트레이드 무산에 이어 신영석의 비밀 트레이드 후폭풍은 KOVO 사무국과 집행부를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현재 상무에서 뛰고 있는 한국 남자 배구 최고의 센터 신영석은 지난해 7월 비밀리에 원 소속팀인 우리카드에서 현대캐피탈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이 사실은 철통같은 보안속에 비밀에 부쳐졌다가 지난 3월 KOVO 이사회에서 전격 공개돼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우리카드는 회원사 탈퇴를 선언했다가 신영석의 비밀 트레이드가 각 구단의 반대로 공시되지 않자 ‘양치기 소년’처럼 회원사 복귀를 선언해 큰 비난을 받았다.

현대캐피탈은 우리카드로부터 트레이드머니 16억원도 받지 못하고,신영석을 소속선수로 등록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면서 이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갔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최근 현대캐티탈이 제기한 선수이적 등록 및 공시 가처분 신청에서 현대캐피탈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누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 이 문제는 프로배구의 위기로 읽혀질 수 있다. 프로배구 회원사인 각 구단이 신뢰를 바탕으로 지켜야 할 규약과 규정이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중요하다. 논리적 설득력과 타당성을 떠나 자기 구단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면 규약과 규정의 허점을 파고들어 법정으로 끌어가는 일은 공동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위기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캐피탈이 ‘집안 일’을 법정으로 끌고 간데는 KOVO 사무국과 집행부의 책임이 크다. 각 구단이 신영석의 이적 및 선수등록을 덮어놓고 반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병역의무를 마친 선수는 병역의무 개시 당시의 소속구단 또는 그 구단의 권리 및 의무를 승계한 구단으로만 복귀가 인정된다’는 KOVO 선수등록 규정 제 10조 2항에 따라 현대캐피탈의 요구에 제동을 걸었다

(스포츠서울 4월 3일자 보도 참고)

. 각 구단은 규정에 따라 신영석이 군 제대 후 우리카드로 복귀한 뒤 현대캐피탈로 이적하면 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논란속에 KOVO는 또 다시 무책임과 무능력한 행정으로 사태를 더욱 키웠다. 갈등의 중재능력은 찾아볼 수 없었고,각 구단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법의 힘을 빌리는 현대캐피탈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책임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KOVO 사무국의 수상쩍은 행동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신영석의 비밀 트레이드가 알려진 지난 3월 이사회에서 “그 동안 전혀 몰랐다”고 발뺌을 했지만 일부에선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만약 KOVO가 이 사실을 훨씬 이전에 알았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총재와 사무총장이 모두 물러나야한다는 책임론마저 대두되고 있다.

고진현기자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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