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희
배우 고준희가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배우 고준희(30)가 ‘나의 절친 악당들’(임상수 감독·휠므빠말 제작)에서 나미 역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견인차 기사로 살면서도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그렇다고 과거를 피하지도 않는 멋진 여자 나미 역을 맡은 고준희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서른을 맞이하면서 굉장히 기분이 이상했다. 울기도 많이 울었는데 이 영화를 시작하면서 많이 극복하게 됐다”고 말했다.

◇“난 ‘언쿨녀’.뒤끝있고 소심한 A형”-‘나의 절친 악당들’은 시원한 영화였다. 원래 좋아하는 영화 스타일은.

보고나서 기분이 찜찜해지는 영화가 있지 않나? 가볍고 무겁고를 떠나서 보고 나서 기분이 찜찜해지고… 그런 영화들을 빼면 다 좋아한다.

-영화 속 나미는 굉장히 쿨하고 연연해하지 않는 역할이다.

감독님이 나미는 멋있는 척하지 않아도 누가 봐도 멋있는 친구이길 바라셨다. 사람 많은 환경에서 자란 친구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사랑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고 자랐을 것 같다. 그래도 자기 상황을 어렵다고 설명하지 않지만, 물어보면 빼지 않고 대답한다. 간지러운 상황을 싫어하는 인물이다.

-나미와 고준희는 닮았나.

힘든 걸 얘기 안하는 편이 아니라는 점은 닮았지만, 나는 누가 힘들어도 회피하는데 나미는 그렇지 않아서 멋있었다. 나는 약한데 사람들이 쿨하다고 하는 걸 보면 내가 강한 척 하나 싶다. 원래 고준희는 웃기고 싶은 본능이 있다. 영화 속에 그런 면이 좀 담기기도 했다. 실제 난 ‘언쿨녀’인데 뒤끝있고 소심한 A형이다. 연연해하고 매달리고 그러는데 간지러운 건 싫어하는 편인 것 같다. “이걸로 판을 엎어봐? 일 한번 해봐?” 이런 성격이 아니어서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다.

◇“류승범 선배는 ‘나이스 가이’”-류승범과 처음으로 함께 작업했다.

류승범 선배는 정말 ‘나이스가이’다.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영화를 찍을 때는 준비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이 하는 사람이다. 배우로서든 사람으로서든 굉장히 관심을 갖게 하는 사람이고, 자신감도 있다. 자신감에서 류승범에 대한 모든 것이 나오는 것 같다.

-영화 제목이 독특하다. 류승범도 “처음부터 와닿은 제목은 아니다”라고 하던데.

처음부터 와닿진 않았다. 좀 길기도 하고. 감독님은 되게 ‘귀엽지 않아요?’ 그러시더라. 영화를 보고 나서는 어울리는 것 같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정말 ‘악당’인가.

영화 속 캐릭터들이 “우리 악당이야”라고 하는 장면이 있지 않나? 스스로를 악당이라고 얘기하는 그들이 우리를 대변하는 것 같다. 드라마 ‘야왕’을 찍은 조영광 감독이 “우리 모두 악당이잖아”라며 짠하다고 하시더라.

◇“서른의 우울함을 넘기게 해준 기분좋은 작품”-영화 결말에 좀 잔인한 면도 있더라.

개인적으로 찌른데 또 찌르는 영화를 싫어한다. 꼬챙이 등장하고 사시미로 써는 소리 나오는 그런 건 싫다.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아서 그렇게 잔인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판타지같기도 하고… 임상수 감독님 영화는 톤을 누른 특유의 느낌이 있다. 영화를 스산하게 만드는 그런 부분을 전부터 좋아해왔다.

-이 영화는 배우 고준희에게 어떤 영화가 될까.

지난해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됐다. 갑자기 서른이 되니까 1월1일부터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한 3개월 정도는 울기도 많이 울고 그랬는데 6월부터 감독님과 미팅하고 몸이 바빠지면서 그 우울함에서 빠져나왔다. 나에겐 기분 좋은 영화다. 나미를 하면서 자신감도 있었고, 감독님과 승범오빠가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줘서 좋았다.

김정란기자 peac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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