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 더 매거진 보도_1
ESPN 더 매거진에 실린 ‘페이커’ 이상혁 기사


[스포츠서울] 한국의 e스포츠가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영국의 BBC 뉴스와 미국의 ESPN 자매지인 ‘ESPN 더 매거진’에서 최근 잇따라 한국의 e스포츠를 심층적으로 다뤄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보도는 과거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e스포츠 문화를 ‘동양의 작은 나라의 이상한 현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었다. 한국의 e스포츠 문화와 e스포츠 선수로서의 삶의 모습과 미래에 대한 고민,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캐스터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의 e스포츠와 생태계를 집중 보도했다.

먼저 보도한 곳은 영국의 공영방송 BBC다. BBC는 5일(현지시간) ‘한국 게이밍의 진짜 상처(The real scars of Korean gaming)’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 e스포츠 산업과 선수들을 집중 조명했다.

BBC는 프로 게임단 kt 롤스터를 중심으로 e스포츠 선수들의 일상 생활과 연습 환경, 경기 모습 등을 밀착 취재했다. 이 기사에는 kt 롤스터 선수들은 숙소 생활 등이 담겼으며 연습 과정이나 평소 자유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공개됐다.

BBC는 선수들의 연습 시간을 취재하며 “선수들이 만들어 낸 규칙적인 ‘탁탁탁’ 소리는 최면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연습실은 마치 시험을 치르는 곳 같았고, ‘방해하지 마시오’라고 외치는 것처럼 느껴졌다”라고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는 연습 장면을 소개했다.

BBC보도화면 캡처.
BBC에서 전한 한국의 e스포츠.


BBC는 LoL 챔스가 열리는 현장을 찾아 ‘페이커’ 이상혁을 응원하고 사인을 받으려는, e스포츠의 뜨거운 현장 분위기도 전달했다. 또한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이중적인 시선도 다루는 등 한국의 e스포츠 문화와 게임 문화 등 다양한 시각을 담았다.

ESPN 더 매거진은 10일(현지시간) 발간된 최신호를 통해 ‘Unkillable Demon King (죽지않는 대마왕)’이라는 제목으로 SK텔레콤 T1의 ‘페이커’ 이상혁을 집중조명한 기사를 대서 특필했다.

해당 기사는 10여 페이지에 걸친 장문의 기사로 이상혁의 가정 환경과 데뷔 과정서부터 숙소에서의 연습 분위기, 팬들에게 물어본 페이커 이상혁, 프로팀 감독과 방송 진행자들로 부터 들은 신에 가까운 플레이를 보여준 이상혁에 대해 언급했다.

이 정도의 심층적 기사는 톱 커버 수준으로 축구의 메시나 농구의 르브론 제임스 정도의 슈퍼스타급 선수들에게나 배정하는 것으로 한국 e스포츠와 이상혁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해당 기사는 이상혁에 대해 “10대에게 야구보다 e스포츠가 더 인기 있는 서울에서 페이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LoL 팬들 중 일부는 그에게 ‘죽지 않는 대마왕’이라는 별명을 붙였고 다른 사람들은 그냥 ‘신’이라고 부른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내 생각엔 페이커의 위상은 마이클 조던이나 타이거 우즈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 종목과 관련 업계를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린 선수다. 최초의 진정한 세계적인 스타”라는 온게임넷 전용준 캐스터의 말도 전했다.

지난해 가을 국내 LoL 선수들이 대거 중국으로 떠난 현상에 대해 ‘코리안 엑소더스’라고 말하며 이상혁이 한 팀으로부터 10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팀을 떠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심층 취재했다.

ESPN 더 매거진은 이상혁의 아버지 이경준씨를 만나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기사를 통해 이상혁이 SK텔레콤에 남고 싶어했으며 자기를 키워준 조직에 충성을 다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에서 프로게이머들이 패배에 대해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선수들이 극심한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또한 중국 EDG에서 활동하고 있는 ‘데프트’ 김혁규의 입을 통해 한국 팬들이 공격적이며 중국에서 활동을 하게돼 심적으로 부담이 덜하다는 현실도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LoL이 매번 변화하고 있는 게임으로 선수들이 새로운 업데이트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 게임으로 평가하며 선수생활을 그만둔 선수들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취재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미래에 대해서 명쾌한 답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상혁은 장래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공부를 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무엇을 공부할지에 대해서 정하지는 않았지만 과학을 좋아했고 영화 ‘인터스텔라’를 재미있게 봤다는 말을 전하며 과학도가 되고자하는 그의 꿈도 전했다.

e스포츠 업계에서는 “과거에는 피상적으로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해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그친 보도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 외신들이 바라보는 e스포츠는 향후 메이저 스포츠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과 함께 한국이 어떻게 전세계 e스포츠 문화를 이끌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욱기자 jwki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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