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희
영화 ‘차이나 타운’의 한준희 감독이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20대 내내 ‘재능이 없다’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들었어요.”

생애 첫 장편영화로 제68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인 ‘비평가주간’에 가는 영화감독의 말이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영화 ‘차이나타운’(폴룩스픽처스 제작)의 한준희 감독은 “영화를 시작한 이후 재능이 없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영화학과 시험도 다 떨어졌고, 공모전 같은 데서 수상도 못했다. ‘하지 말라’고 말한 사람도 많았다”라며 ‘믿기 힘든’ 과거를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단편영화를 찍기 시작한 이후 한 번도 다른 꿈을 꾼 적이 없다는 32살의 그는 첫 영화부터 기대를 모으는 감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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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차이나타운’ 포스터.제공|CGV아트하우스


한 감독은 29일 개봉한 영화 ‘차이나타운’으로 장편영화에 데뷔했다. 영화는 그간 국내 영화는 물론 해외에서도 드문 본격 ‘여성 느와르’다. 20대에 본격적으로 충무로에 발을 들인 그는 각본가는 물론, 미술팀에서도 일했고, 뮤직비디오, CF조감독 등을 하면서 쭉 영화계에 머물렀다. “재능이 없다”며 말리는 사람들 틈에서도 영화계에서 10년 이상 머물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감독이 되거나 무엇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다. 다만 영화를 하면서 그게 직업이 되고 먹고 살 수 있다는 게 내겐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준희감독
영화 ‘차이나 타운’의 한준희 감독이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어쩌면 영화계에서의 10년은 조용히 내공을 쌓아가는 시기였던 것 같기도 했다. 그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이야기’라고 꼽았다. “이야기라는 것이 플롯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이번 영화에서 그가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관객분들이 보시기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을 하시겠지만, 나는 영화를 통해 ‘생존’과 ‘수긍’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차이나타운’의 ‘엄마’(김혜수 분)와 식구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삶이 언제나 내가 원하는대로 내 뜻대로 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뜻이었다.

첫 영화였지만, 김혜수, 김고은, 박보검 등 한 감독과 함께 한 배우들은 “첫 작품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며 한 감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우들에게서 이런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고 배웠다. 내 머리 속에 있는 그림과 똑같이 나와야 좋은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같이 만드는 게 아닐까? 이 세계의 가장 훌륭한 아티스트, 전문가들이고. 인물을 만드는 건 감독이지만, 살아내는 것은 배우니까. 같이 가는 사람들을 존중한다면 그들도 최선을 다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왜 이렇게 어려운 영화를 첫 작품으로 택했냐”고 묻는 김혜수에게 “이 영화가 마지막이 되더라도 이걸 꼭 찍고 싶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 감독은 “모든 작품이 마찬가지다. 그런 각오로 만들어야하지 않을까”라고 담담해했다.
김정란기자 peac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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