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본 -영남제분
호소문을 발표한 영남제분 홈페이지 사진 캡처.

영남제분이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재조명된 ‘여대생 청부 살해사건’과 관련해 민·형사상 적극적으로 대응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영남제분 측으로부터 ‘폐쇄’ 요구를 받은 ‘안티 영남제분’ 측은 “영남제분의 호소문은 사실상 협박문이다. 불매 운동을 꾸준히 전개해 나갈 것”이라는 뜻을 천명했다.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청부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형집행정지를 받아 외부에서 생활한 사실이 알려진 윤모(68)씨가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의 전 부인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30% 이상 떨어지고, 불매운동이 일어나 어려움을 겪던 영남제분은 지난 1일 회사 홈페이지에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박주성·전상기 외 위원 일동 명의로 호소문을 내 “11년 전 사건은 회사와 관련이 없으니 근거 없는 비난을 멈춰 달라”고 촉구했다. “윤씨가 우리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지 않았고 이 사건과 영남제분이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한 영남제분 측은 “현재 인터넷에 개설된 ‘안티 영남제분’ 카페를 당장 폐쇄해 달라. 영남제분이 국민건강에 위배되는 반사회적 제품을 유통 판매한 기업이라면 비난을 달게 받겠지만, 지금 ‘안티 영남제분’ 카페는 11년 전 사건을 악용하고 사회적 불안과 기업에 대해 불신을 초래하는 반기업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영남제분은 일부 블로거들에게는 “근거 없는 악성루머를 퍼뜨리지 말라”고 주문했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일부 언론에 대해서는 편파보도 중단을 요청했다. 향후 법적조치와 민·형사적 대응도 예고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일단 영남제분의 강경 대응이 호재로 작용했다. 영남제분은 호소문을 낸지 하루만인 지난 2일 상한가로 주가가 급등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영남제분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많이 하락한데다 회사에서 여대생 청부살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게재하면서 소액투자자들이 몰려 주가가 반등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후 4일까지 이틀동안 약간 주가가 하락하긴 했지만 소폭에 그쳤다.

그러나 ‘안티 영남제분’ 카페 운영자 정 모(30)씨는 3일 전화통화에서 “호소문이 아니라 사실상 협박문이다. 국민들과 맞장을 한번 떠보겠다는 의미”라는 반응을 보였다. 방송 직후 만들어진 이 카페는 회원 수가 7500명에 달하는 등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사본 -안티 영남
‘안티 영남제분’ 카페 사진 캡처.

정씨는 “윤씨가 청부살인업자에게 준 돈이 어디에서 나왔겠나. 그가 형집행정지를 받은 것도 류 회장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윤씨에게 주식이 한 주도 없기 때문에 영남제분과 아무 연관이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남양유업을 보라. 회사가 잘못했을 때 그래도 대표이사가 공식석상에 나와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이라도 보이지 않았나. 영남제분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국민들이 살아있다는 걸 영남제분에 보여주고 싶다. 다양한 방식으로 영남제분 불매운동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 카페는 이달 안에 영남제분 본사나 다른 장소에서 대규모 시위를 할 예정이다. 영남제분의 제품을 쓰는 것으로 밝혀지는 기업들에 대한 불매 운동도 예고하고 있다. ‘여대생 청부 살해사건’ 관련 비영리 영화 제작도 추진한다.

한편 인터넷상에서 영남제분의 재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지목된 롯데제과, 농심, CJ제일제당, 동서식품 등은 원래 영남제분과 거래를 하지 않았거나 지난달 거래를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영남제분과 거래를 중단한 한 기업 관계자는 “이런 사건과 연관돼 이슈화되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안티 영남제분 카페 측은 “영남제분과 거래를 끊은 기업들로부터 연락이 오고 있다. 그리고 자체 조사 결과 아직 거래를 하는 것으로 확인된 기업도 있다. 이 기업에 항의를 하고, 본사 앞에 가서 시위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으로 엉뚱한 ‘불똥’을 맞은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영남제분의 강경 대응 방침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 업계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영남제분이 정말 억울한 상황이라면 강경 대응을 하는게 맞다. 그러나 사실이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네티즌 등 일반인에 대한 강경 대응이 더 커다란 불씨를 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남제분이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간 거래를 하는 기업이다 보니 홍보나 위기 관리 측면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을 사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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