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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 방송콘텐츠부문 이명한 본부장

[스포츠서울]‘젊은 채널’, ‘톡톡 튀는 채널’, ‘재미있는 채널’
CJ E&M이 보유하고 있는 케이블채널 가운데 최근 2~3년새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며 급성장한 채널은 tvN이다. 최근 tvN이 내놓는 프로그램은 예능, 드라마를 막론하고 공전의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이같은 tvN 콘텐츠의 성공은 CJ E&M 주가를 견인하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tvN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명한(45) CJ E&M 방송콘텐츠부문 본부장에게 비결과 비전을 들었다.

◇코드명1=세상에 없는 창의적인 콘텐츠를 개발하라

방송 관계자들은 tvN의 성공요인으로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창의적인 킬러 콘텐츠를 꼽는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미생’, ‘나인’은 물론 예능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등 사회적 신드롬으로까지 번질 만큼 폭발적인 킬러 콘텐츠가 최근 2~3년새 잇따라 쏟아져나와 지상파를 긴장하게 하고 있다. tvN이 개척한 금요일 오후 드라마와 예능 시간대는 이제 지상파들이 따라할 정도다. 그렇다면 tvN의 콘텐츠가 이렇게 창의적인 비결은 뭘까?
이명한 본부장은 2006년 개국 초기에 채널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확고하게 잡고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달려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tvN은 올해로 9년차, 내년이면 10년을 맞는다. 지금은 tvN을 떠난 송창의 전 대표 시절부터 정체성을 확고히 잡았기에 최근 콘텐츠들이 터질 수 있었다고 본다”면서 “대한민국의 수많은 프로그램 중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차별성을 가진 독특한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는 게 tvN의 가장 큰 가치다. 그 부분을 어떻게 실제 프로그램에 녹일 것인가를 10년 가까이 고민했고 앞으로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것, 시청률까지 연결되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이 봤을 때 “독특하네!”라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tvN의 지향점이었다. 그것이 tvN의 프로그램이 신선했던 이유다. 돌이켜보면 기존 지상파 드라마에서 필수 요소였던 러브라인이 없었던 ‘미생’이나 출연자들이 시골에 가서 밥을 해먹는 게 전부인 ‘삼시세끼’, 복고 코드와 사투리 정서를 도입했던 ‘응답하라’ 시리즈, 다큐 드라마를 지향했던 ‘막돼먹은 영애씨’ 등 tvN이 세상에 없던 차별화된 콘텐츠를 시도한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tvN '꽃할배 그리스 편' 제1화 방송 장면(06)
‘꽃보다 할배’. 제공 | tvN

모든 시도가 성공을 거둘 수는 없다. 그러나 tvN은 성공했다. 그 비결은 상식의 파괴였다. tvN은 기존 지상파의 관행인 드라마국, 예능국, 시사교양국 등의 조직구조를 파괴했다. 장르 융합형 콘텐츠를 표방하기 때문에 드라마 PD, 예능 PD의 구분 없이 자신이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그런 까닭에 기존에 없었던 포맷인 예능 같은 드라마, 드라마 같은 예능이 나올 수 있었다.

[tvN] 응답하라1994_단체 캠퍼스
‘응답하라 1994’. 제공 | tvN

이 본부장은 “‘롤러코스터’는 예능인데 드라마 같았고, ‘막돼먹은 영애씨’는 다큐 드라마였다. tvN PD들에게는 장르를 넘나드는 것에 거부감이나 이질감이 없다. 장르 융합을 가장 잘 꽃피운 사람이 신원호 PD다. 예능 PD 출신으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만들어 특유의 유머코드를 담은 화제작을 탄생시켰다”고 꼽았다.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새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하는 PD가 아이디어를 내고 책임 프로듀서(CP)가 안을 올리면 본부장이 결정한다. “꼭 해보고 싶다”는 기획안이 있을 경우 대부분 통과된다. 러브라인이 없다는 이유로 지상파에서 외면당했던 ‘미생’을 tvN에서 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분위기 덕분이었다.
tvN 내부에서 성공한 프로그램으로 평가하는 기준도 이색적이다. 일반적인 성공의 잣대인 시청률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했을 때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치는 것이 내부 분위기다. 실제 ‘더 지니어스’의 경우 시청률이 높지는 않지만 독창적인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사내에서 높게 평가받는다.

[tvN] 미생 8인 공식포스터
tvN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 제공 | tvN

◇코드명2=나영석, 신원호 등 tvN만의 브랜드를 키워라
이 본부장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후배 PD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브랜드’다. 시장에서 어쨌든 자기 존재감을 가지고 살아남으려면 브랜드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tvN에는 실제 이름 자체로 브랜드가 된 PD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시리즈로 만드는 프로그램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는 나영석 PD를 비롯해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를 잇달아 히트시키고 ‘응답하라 1988’을 준비중인 신원호 PD, 속시원한 웃음을 선사하는 ‘코미디빅리그’의 김석현 PD 등 다양하다.

[tvN] 응답하라1994_단체 캠퍼스
tvN ‘응답하라 1994’. 제공 | tvN

특히 나영석 PD는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나영석 PD가 만든 프로그램은 “무조건 믿고 본다”는 시청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 본부장은 “나영석이 만든 프로는 확실하게 ‘나영석표’라는 게 있다. PD가 브랜드가 되고 콘텐츠가 브랜드가 되는 게 콘텐츠 회사가 가질 수 있는 자산”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일선 PD가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역할아 자신의 일이라는 이 본부장은 “프로그램은 만드는 PD의 성정이나 기질이 투사된다. 따라서 성정이나 기질에 맞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게 이끌어야 한다. 내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이 PD들의 성향과 기질을 파악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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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 사옥. 제공 | CJ E&M

◇코드명3=종합콘텐츠회사로 성장 비전
최근 2~3년새 tvN의 수익이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6년 개국이래 꾸준한 투자가 결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tvN은 앞으로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과 시장개척은 물론 종합콘텐츠회사로 성장해나간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화, 글로벌화, 미디어 커머스가 새로운 시장을 향한 주요 키워드다. 특히 글로벌화는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꽃보다’ 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의 포맷을 해외로 수출해 수익은 물론 한류 확산에도 앞장서는 분위기다.
이 본부장은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향후 5~10년 후에는 안정화 단계로 진입할 예정이다. 그래서 지금은 케이블 채널이지만 10년후에는 종합콘텐츠회사라는 브랜드 가치를 확보한다는 것이 비전이다”라고 밝혔다.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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