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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오픈에서 우승한 전지희. 사진제공 | 포스코에너지탁구단

‘꿈꾸는 소녀’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기대주로 성장했다.
탁구 하나로 세계 정상에 서고픈 꿈을 안고 2009년 한국 땅을 밟았던 귀화 선수 전지희(23·포스코에너지)가 한국 탁구에 올 시즌 첫 국제대회 우승의 낭보를 전했다. 전지희(세계랭킹 33위)는 30일 새벽(한국시각) 국제탁구연맹(ITTF) 스페인오픈 결승에서 일본의 서른살 노장 히라노 사야카(15위)를 4-1(11-5 11-9 3-11 11-9 11-5)로 꺾고 시상대 맨꼭대기에 섰다. 세계 최강 중국선수들이 출전하지는 않았지만 무섭게 치고 올라온 일본의 내로라하는 강호들을 꺾고 품에 안은 우승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전지희의 투어대회 우승은 2011년 모로코오픈 이후 3년 8개월만이다. 전지희의 생애 두번째 투어대회 우승은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의 청신호로 여겨진다. 한국 여자탁구의 경기력은 국내 선수와 귀화 선수의 절묘한 조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귀화선수인 당예서(현 대한항공 코치)에 이어 석하정(대한한공)마저 지난해 현역은퇴를 선언한 마당에 전지희가 치고 올라오는 기미를 보여 다행스럽다.

전지희는 이번 대회에서 한 단계 올라선 경기력을 뽐냈다. 16강에서 홍콩의 티에 야나(42위)를 4-1로 돌려세운 뒤 8강에선 헝가리 지오지나 포타(17위)를 4-1로 꺾었다. 전지희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4강 멤버는 일본 선수로 채워졌다. 이시가키 유카(26위), 히라노 사야카, 후쿠하라 아이(11위) 등 3명이 4강에 오른 가운데 전지희는 이시가키를 4-2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전지희는 결승에서 반박자 빠른 특유의 리듬감 넘친 탁구로 준결승에서 후쿠하라를 따돌린 히라노를 탱크처럼 밀어붙여 우승 샴페인을 터뜨렸다.

왼손 셰이크핸드인 전지희는 16세였던 2009년 포스코 탁구단을 창단한 김형석 감독의 눈에 들어 한국 땅을 밟았다. 물 설고 낯선 땅에서 3년의 연습생 생활을 눈물로 버텼고,어린 나이에 부모곁을 떠나 느껴야 했던 고독감은 뼈를 깎는 훈련으로 지워버렸다. 2011년 일반 귀화로 한국 국적을 얻은 전지희는 마침내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혼합복식에선 남자 김민석과 짝을 이뤄 동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전지희는 귀화선수 출전 제한 규정에 묶여 오는 4월 말에 열리는 2015세계선수권대회(중국 쑤저우)에는 나서지 못하지만 2016리우올림픽을 정조준했다. 백핸드 푸시가 장기인 그는 겨우내 굵은 땀을 흘렸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기술의 연결력과 안정성이 강점인 그는 세계 정상급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움직임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뼈있는 지적을 받아 들여 이 부문 보강에 전력을 다했다. 부드러운 기술 연결을 결정력 높은 플레이로 전환시키기 위해선 빠른 푸트워크를 앞세워 움직임의 폭을 넓히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만 백핸드 쪽 타구를 결정력 높은 포어핸드 ‘한방’으로 꽂아넣을 수 있다. 키 159cm 몸무게 57kg의 왜소한 체구로는 반박자 빠른 리듬감으로 탁구를 치는 전진속공형이 제격이지만 정상급 선수로 도약하기 위해선 파워 또한 향상시켜야 한다.
전지희는 “3년만에 차지하는 시니어대회 2번째 우승이라 정말 기쁘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랭킹을 경쟁하는 시점에 우승을 차지해 의미가 남다르다”고 기뻐했다.
한 단계 도약이다. ‘작은 거인’ 전지희의 눈에 띈 업그레이드로 한국 여자탁구 전력도 한층 더 탄탄해졌다.
고진현기자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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