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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 제공 | 플레디스


[스포츠서울]프로레슬링 WWE 스맥다운에 열광하던 소녀가 있었다. 주위에 자신 외에 아무도 프로레슬링 팬이 없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존 시나, 커트 앵글, 브록 레스너를 좋아했고, 한국 프로레슬링의 대부 이왕표를 응원했다. 용돈을 모아 WWE 스맥다운 컴퓨터 게임 CD를 사기도 했다. 지금도 저녁 시간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WWE 스맥다운을 보는 게 낙이다. 한때 꿈이 WWE에서 활약하는 ‘디바’이기까지 했다. WWE 디바들의 ‘쭉쭉빵빵’한 몸매를 닮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WWE 사각의 링을 동경하던 엉뚱한 소녀는 요즘 꿈이 바뀌었다. ‘디바’가 되고 싶긴 한데 분야가 바뀌어 연예계 ‘디바’가 되기로 했다. 현역 여자 아이돌로 이례적으로 최근 트로트계에 도전장을 내민 애프터스쿨 리지가 주인공이다.

최근 만난 리지는 “한때는 WWE의 쭉쭉빵빵한 ‘디바’가 되고 싶었지만 꿈을 얼른 접었어요. 사람을 때리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도 여전히 ‘디바’가 되고 싶어요. 가수로서, 예능인으로서, 배우로서 말이에요”라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데뷔 6년차 연예인이지만 그는 요즘 처음 ‘체력의 한계’를 느낄 정도로 눈코 뜰 새 없다. 솔로 가수로서 트로트곡 ‘쉬운 여자 아니에요’를 최근 발표하고 KBS1 ‘전국노래자랑’에서 화려하게 솔로가수로 데뷔했고, 올리브TV의 음식 프로그램 ‘테이스티 로드’의 고정 MC로 발탁됐다. 오는 3월부터 방송할 MBC 수목극 ‘앵그리 맘’에서는 조연으로 여고생 역할을 맡게 됐다. 그의 정체성을 한번에 정의하긴 쉽지 않다. 2010년 애프터스쿨 멤버로 연예계에 데뷔해 오렌지 캬라멜, 솔로가수 등 주로 가수로 활약해 왔지만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예능감’으로 어떤 포맷의 프로그램에서라도 기어이 존재감을 뽐내왔다.

“가수로 데뷔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어떤 것 하나를 선택할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진로 탐색기라고 할까요? 이것 저것 다 열심히 해보려고요”라는 리지는 트로트 가수 장윤정, MC 유재석, 배우 공효진을 롤모델로 꼽았다. “장윤정 선배는 어릴 때부터 팬이었어요. 전 연령대에 사랑받고, 에너지가 넘치는 가수예요. 유재석 선배와 함께 예능을 할 때 보면 상대를 공격하지 않고, 상대의 말을 한번 더 얘기해 살려주더라고요. 그런 배려심을 닮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로는 공효진 선배를 닮고 싶어요.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매력적인 배우 같아요.”

리지는 “트로트 가수로서, MC로서, 예능인으로서, 배우로서 누구를 넘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어요. 저는 아직 시작 단계인데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잖아요. 주어진 것들에 충실하려고요”라며 “2010년 데뷔하자마자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목받았지만 금세 저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든 적이 있어요. 한참 일을 하다 몇년 쉴 때 힘들기도 했지만 그때 많은 걸 배웠어요. 저는 제가 어떤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아요. 제 자리는 공백이 생겼을 때 누군가 쉽게 들어와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으려고요.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진 모습을 보이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라며 ‘깊은 속내’를 보였다.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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