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많이 아쉬웠지만 이참에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지난해 6월 중순이었다. 프로 입단 후 처음 유니폼이 바뀌었고 그만큼 새로운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다. 팔꿈치 뼛조각 수술로 인해 1군에서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시즌 아웃됐다. 보상 선수 지명 당시 선발과 중간에서 두루 활약할 수 있다는 기대 속에서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는데 허무하게 LG에서 첫 시즌이 끝났다. LG 좌투수 김유영(30) 얘기다.

한 시즌의 끝이 커리어 끝은 아니다. 김유영은 올해 스프링 캠프부터 반전을 예고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린 NC와 평가전에서 롯데 시절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찾았다. 함덕주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LG에 필요했던 왼손 필승조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그리고 그 희망은 지금까지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올시즌 김유영은 15경기 18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50으로 활약하고 있다. WHIP(이닝당 추루 허용률) 0.94로 등판마다 깔끔하게 임무를 완수한다. 시작은 추격조에 가까웠으나 지난달 7일 잠실 KT전 호투를 시작으로 팀의 리드를 지키고 있다.

딱히 상황도 가리지 않는다. 우타자와 좌타자를 두루 잡는다. 멀티 이닝, 연투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지난 8일 잠실 SSG전도 그랬다. 전날에 이어 연투에 임했는데 투구수 9개 삼자범퇴로 승리로 향하는 다리를 놓았다. LG는 8-5로 승리했고 김유영은 시즌 두 번째 홀드를 기록했다.

경기 후 김유영은 “어제 던져서 연투였기 때문에 적은 투구수로 이닝을 마치고 싶었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려 했다. 빠르게 승부를 보려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날 경기와 WHIP에서 드러나듯 스트라이크 비중이 높은 것과 관련해 “늘 볼카운트 1-1부터 만들려고 한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면 볼을 던져도 여유가 있다. 초구 볼을 던져도 다음에 스트라이크를 잡으면 충분히 승부를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볼카운트 1-1만 만들자고 생각하면서 등판하는데 결과도 좋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김정준 수석 코치님께서 볼카운트 1-1의 중요성을 알려주셨다. 투수들에게 전체적으로 이를 강조하기도 하셨다. 늘 1-1에 집중했고 결과가 좋으니까 확신도 생겼다”고 밝혔다.

11개월 전 수술대에 올랐을 때를 두고는 “물론 많이 아쉬웠다. 아쉬웠지만 수술했고 따로 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에 이참에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당시 (임)찬규 형이 잘하고 있어서 찬규 형에게 책을 추천 받아서 읽었다”며 “책 보면서 야구 공부를 해보려 했는데 그 경험이 멘탈에 있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투수조 조장 임찬규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빠르게 필승조로 올라서며 활약하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 좋은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경기를 준비하고 경기에 집중하게 된다. 좋은 자리에서 던지는 게 내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본다”고 했다.

개막을 앞두고 불펜에 물음표가 많았던 LG다. 고우석 이정용 함덕주 정우영. 필승조 구실을 할 수 있는 투수 4명이 빠진 채 2024시즌 시작점에 섰다. 하지만 김유영이 빈자리 중 하나를 메우면서 희망을 키운다.

LG 염경엽 감독은 8일 경기 승리 후 “6회부터 4이닝을 우리 새로운 필승조가 완벽히 막아주며 승리를 완성해줬다”고 말했다. 이날 LG는 작년 후반기 맹활약한 김진성. 새로운 클로저로 연착륙하는 유영찬과 다시 도약하는 이우찬도 1이닝 무실점했다.

결국에는 마운드 뎁스 싸움인 페넌트레이스에서 김유영을 비롯한 새로운 필승조가 희망을 밝힌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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