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가뜩이나 힘든데, 어버이날까지 겹치니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에요. 올해는 부모님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네요.”

지난 6일 대형 쇼핑센터 꽃 상점에 진열된 꽃바구니를 두고 한 시민이 근심을 토로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5월 가정의달을 맞아 어버이날을 앞두고 있는데, 고물가로 얇아지는 지갑 사정에 서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 올랐다.

이에 따라 특히 올해는 대폭 오른 물가에 프리미엄을 추구했던 예년 어버이날과 달리 ‘가성비’를 따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중고 거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꽃바구니, 건강식품 등이 인기다.

어버이날 선물 중 다소 저렴한 선물로 꼽히는 카네이션조차도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중고로 판매되고 있다. 어버이날 생화 카네이션 꽃바구니(4만원), 카네이션 쥬얼리 브로치(1만원), 카네이션 생화 화병세트(2만5000원) 등이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도 가성비를 내세워 고객잡기에 한창이다. 쿠팡은 ‘가정의달’ 카테고리를 따로 생성해 어버이날 특가존에서 저렴한 선물을 판매 중이다. 1만원대의 카네이션 비누꽃, 5만원대 건강식품, 2~3만원대 화장품 등이 즐비해 있다.

꽃값 또한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가성비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어버이날 필수 선물로 꼽혔던 카네이션 구매율도 해마다 감소 중이다. 카네이션 소비가 증가하는 가정의달에 국산 카네이션 거래가 1년 전보다 3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거래된 국산 절화(자른 꽃) 카네이션은 3만5528속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6366속)과 비교해 37.0% 감소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인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직후인 2022년 같은 기간 거래량 7만5937속과 비교하면 53.2% 줄어든 수치다.

속은 절화 거래의 기본 단위로, 카네이션의 경우 20송이가 1속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거래 가격은 한 속에 평균 8411원으로, 지난해 동기의 7438원보다 13.1% 올랐으나 2022년 같은 기간의 8806원보다 4.5% 내렸다.

또한 경기 악화, 소비 트렌드의 변화 등으로 꽃다발이나 꽃꽂이에 쓰는 절화류 카네이션 소비 자체가 줄었다는 시각도 있다.

뿐만 아닌 외식 물가도 대폭 올라 가정의달이 아닌 ‘가난의달’이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도 등장했다. 외식 물가는 소비자물가보다 빠른 속도로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대표적인 외식 메뉴인 삼겹살(200g) 가격은 지난해 동월(1만9236원) 대비 3.4% 오른 1만9981원이었다.

한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도 최근 대표 메뉴 가격을 1만80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1900원(10.5%) 올렸고, 맥도날드 역시 2일부터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피자헛은 2종 메뉴 가격을 약 3%씩 인상했다.

여전한 경기불황 속에서 고물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시름이 깊어진다. 중동 전쟁 등에 따른 유가 상승은 물가 인상을 불러왔고, 이에 따라 지출이 줄어들면서 경기 침체도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과 공공기관을 압박해 가격·요금 상승을 억누르고 있지만, 이 또한 미래 전가 부담, 풍선 효과만 불러왔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고 있다.

40대 가장 회사원 김윤식 씨는“5월만큼 두려운 달도 없다. 결혼식도 성수기인 이달은 각종 경조사비,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지출할 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어린 시절 손꼽아 기다렸던 5월이 이젠 가장 피하고 싶은 달이 됐다”고 토로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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