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 “K콘텐츠는 한창 성장하는 시장인데 젊은 작가들이 이번 사태로 환멸을 느꼈다 합니다. 작가들의 열정을 강탈한 셈이죠. K콘텐츠 생태계의 암적 존재입니다.”

‘스포츠서울’이 지난 달 보도한 ENA·SBS PLUS ‘나는 솔로’ 제작사 대표이자 연출자인 남규홍PD의 ‘셀프 작가’ 데뷔 논란과 관련, 정재홍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은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이사장은 지난 2월 이사장 취임 직후 ‘나는 솔로’ 사태에 직면한 뒤 사태 파악에 나섰다.

정 이사장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남규홍PD가 협회 회원이 아니더라도 재방송료를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안 순간 딸, 후배PD의 이름까지 엔딩크레디트에 올린 건, 긴 시간 협회와 작가들이 부당한 갑질과 싸워 쟁취한 콘텐츠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MBC ‘PD수첩’ 작가 출신이기도 한 정 이사장은 “SBS 시사교양국 공채 PD인 남PD는 ‘그것이 알고싶다’ 출신으로 작가의 권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며 “작가로 엔딩 크레디트에 올리는 건 계약에 의거해야 한다. 과연 딸, 후배PD와 작가계약을 맺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만약 딸이 다른 제작사에서 일하며 표준집필계약서도 쓰지 못하면 어떡할까. 자신의 딸이 귀하면 남의 딸 귀한 줄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송작가들의 저작권이란 대본을 창작하는 작가들의 원고료, 그리고 해당 방송이 재방송 등을 통해 2차로 사용 됐을 때 발생하는 재방송료를 의미한다. 한국방송작가협회는 작가들의 저작권을 신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협회 가입 문턱이 높았지만 지금은 협회 가입 유무와 관계없이 신탁계약을 맺을 수 있다.

남PD는 논란 직후 “재방송료가 프리랜서 노동자인 작가들과 연기자들의 저작권이라는 주장은 현시대 콘텐츠 업계와 맞지 않다”며 “과거는 방송사 공채 중심 PD의 제작환경이었지만 현재는 외주 제작사와 다수의 프리랜서 PD들, 작가들 중심으로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는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정 이사장은 “콘텐츠 시장은 창작자(작가), 자본을 대고 영상화한 제작자, 그리고 플랫폼으로 구성돼 있다. 제작자는 영상에 대한 저작권을 갖는다. 연출자들은 PD협회, 외주제작사는 제작사 협의회 등 각각의 협회를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신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는 남PD가 대표인 촌장엔터테인먼트를 서면계약 위반 및 권리침해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신고한 상태다.

정 이사장은 “조사 결과에 따라 문체부에 지속적인 항의를 이어나가고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플랫폼 ENA와 SBS PLUS에도 문제제기를 계속 할 계획이다”라며 “선배 작가로서 미안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당한 작가는 없는지 전수조사를 할 계획이다. 아울러 제작사 협의회에도 작가들의 표준집필계약과 관련한 공문을 발송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논란 이후에도 남규홍PD는 여전히 ‘나는 솔로’ 엔딩 크레디트에 자신과 딸, 후배PD들을 작가로 올리고 있다. 정 이사장은 “이는 제작사가 부당하게 작가의 이권을 침해한 만큼 법적 조치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추후 법적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mulgae@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