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이웅희 기자] ‘슈퍼팀’이 맞았다. 부산 KCC가 역사적인 우승과 함께 시즌을 ‘미라클’로 장식했다.

부산 KCC는 지난 5일 수원 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수원 KT와의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5차전에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왕좌에 올랐다. 구단 통산 6번째(전신 현대 시절 포함) 우승이자, 2010~2011시즌 이후 13년 만의 정상이다.

정규리그 5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팀의 우승도 사상 처음이다. 1997년 KBL 출범한 이후 리그 5위팀의 우승은 KCC가 최초다. 시즌을 앞두고 전주에서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긴 KCC는 부산 연고 프로구단 21세기 첫 우승을 일궈내며 부산 팬들에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프로스포츠팀 우승도 무려 27년 만이다. 1997년 부산 기아 엔터프라이즈(현 현대모비스)와 프로축구 부산 대우 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 이후 부산 연고팀 우승이 없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형제대결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레전드 허재의 두 아들인 KCC 허웅과 KT 허훈은 시리즈 내내 자존심 대결을 펼쳤지만, 형인 허웅이 우승과 함께 챔프전 MVP로 선정되며 활짝 웃었다. PO 12경기 평균 31분 56초를 뛰며 평균 17.3득점, 4.2어시스트로 활약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형에 우승과 MVP를 모두 내주긴 했지만, 허훈 역시 감기몸살에도 매 경기 폭발적인 득점포를 과시하며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준우승에도 불구하고 허훈은 기자단 MVP 투표에서 21표(허웅 31표)를 받았을 정도다. 챔프전 거의 모든 경기를 풀타임 출저하며 5경기 평균 26.6점을 기록했다. 허웅은 “동생과 같이 사는데 잠을 잘 때 기침을 너무 많이 해서 잠을 못 잘 정도였다. 하지만 경기장에 나오면 티를 안 낸다. 농구에 대한 진심이 나도 돌아보게 만든다”고 말했다.

KCC 사령탑 전창진 감독 역시 제자인 KT 송영진 감독과의 사제대결에서 웃었다. DB 시절 3회(2002~2003, 2004~2005, 2007~2008시즌) 우승한 전 감독은 16년 만에 개인 통산 4번째 우승을 지휘했다. 1963년 5월생인 그는 또 역대 최고령 우승 감독으로도 기록됐다. 이 부문 종전 기록은 유재학 전 현대모비스의 감독의 56세(2019년)다.

KCC는 우승과 함께 ‘슈퍼팀’으로 최종 인증을 받았다. 허웅과 송교창, 최준용, 이승현, 라건아 등 국가대표 라인업을 가진 KCC는 PO와 챔프전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뽐냈다. 우승 전 “우승해야 슈퍼팀”이라고 입을 모았던 KCC 선수들도 이제는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공·수에서 핵심 역할을 한 KCC 송교창은 “슈퍼팀이 맞다. 멤버가 좋은 건 상대가 두려워할 만한 부분이다. 팀적으로 잘 맞춘다면 정말로 무서운 팀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내년에도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가장 무서운 팀이 될 것 같다”면서 “자신감은 오늘 우승으로 가득 찼다. 내년에도, 이후 시즌에도 꼭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KCC의 우승 퍼즐이 된 최준용 역시 “슈퍼팀이라 불리며 기대를 받았지만 정규리그에선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확신했다. 힘든 우승이었지만 남은 (계약기간)4년 동안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개성강한 슈퍼스타들이 똘똘 뭉쳐 챔피언이 됐다. 자신들이 하나로 마음을 모으면 얼마나 강한지 체득했다. ‘슈퍼팀’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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