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맥키니(미 텍사스주)=장강훈 기자] 미국 텍사스주 쇼핑몰에도 핑크색으로 물들인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5월 둘째주 일요일(12일)인 마더스데이를 겨냥한 세일즈 마케팅 일환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시즌을 치르는 미국 프로스포츠는 마더스 데이 때 핑크색 유니폼을 착용한다. 헬멧이나 모자, 팔꿈치, 정강이 보호대 등 장신구뿐만 아니라 배트, 글러브, 심지어 메이저리그 공인구에 찍힌 엠블럼에도 핑크색을 곁들인다. 관중석도 핑크색 물결이 파도친다. 그야말로 축제다.

5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총상금 950만달러) 무빙데이가 치러진 미국 텍사스주 맥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7414야드)에는 녹색 물결이 넘실거렸다. 녹색 필드와 나무뿐만 아니라 선수와 캐디, 심지어 갤러리들도 녹색 의상이나 장신구를 착용하고 참가했다. 일명 ‘그린 데이’.

대회 타이틀 스폰서인 CJ그룹 관계자는 “한국은 5월이 가정의 달인데 미국은 멘탈헬스케어의 달이다. 멘탈헬스 상징색이 녹색”이라며 “대회 주최사인 세일즈맨십 클럽은 1940년대부터 지역 아동과 가정을 위한 멘탈헬스 프로그램 지원사업을 전개 중인데, 대회가 열리는 토요일은 정신건강 강화에 동참하자는 의미로 선수와 캐디, 갤러리 등이 녹색 의상이나 장신구를 착용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라고 설명했다.

세일즈맨십 클럽은 1980년대 모멘터스 인스티튜트(Momentous Institute)라는 자선기관을 설립해 지역 아동과 가정의 멘탈헬스 케어를 돕고있다. 아동과 가족뿐만 아니라 이들을 보살피고 정신건강을 강화할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교사 육성 등에도 크게 기부하고 있다. 2031년까지 100만명의 어린이와 가족들이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때문에 각종 부스와 티켓, 광고 등 각종 수익 중 대회운영 경비와 상금을 제외한 차액 전액을 모멘터스 인스티튜트 재단에 기부한다. 1968년 바이런 넬슨 대회 개최 이래 지난해까지 1억8600만달러(약 2527억7400만원) 이상 모금해 ‘건강한 댈러스’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골프장을 찾은 캐롤라인 아버클은 “여러 일을 겪으면서 정신적인 회복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면, 어려움을 겪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게 골프는 그런 해방감을 주는 존재다. 골프장에 나와 헤드폰을 끼고 대회를 즐기면서 여유를 찾는다. 그래서 오늘도 초록색 옷을 입고 구경 왔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바이런 넬슨과 손잡은 CJ그룹은 17번홀(파3)에서 선수들이 버디나 홀인원 등을 기록할 때마다 1타당 1000달러를 적립해 대회가 끝난 뒤 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자기만의 정신건강 관리 비법을 캐디빕 뒤에 새겨 눈길을 끌었다. 디펜딩챔피언 제이슨 데이는 ‘패밀리 타임(Family time)’이라고 적어 남다른 가족애를 과시했다. 김성현은 ‘잘 먹는 것’ 이경훈은 ‘영화보기’ 등이라고 적었고, 김찬은 ‘웃기’라고 썼다.

이날 녹색 상의를 착용하고 플레이한 안병훈은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는 게 정신건강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PGA투어는 그 자체로 커다란 지역 축제다. TPC 크레이그 랜치에도 매일 수만 명의 갤러리가 운집해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힐링타임’을 보냈다. 축제에 의미를 더하는 건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것인데, 바이런 넬슨 대회는 그 자체로 사회공헌 실현으로 존재이유를 대신했다.

대회 토너먼트 디렉터 존 드라고는 “어린이, 가족, 지역사회의 정신 건강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 대회의 핵심 가치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익히면, 성인이 된 후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현명하게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정신 건강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오늘 ‘그린 아웃 데이’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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