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그래도 아직은…”

젊은 투수들이 쑥쑥 큰다. 어느새 투수조 최선참이 됐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고, 책임감이 있다. 괜히 ‘대투수’가 아니다. 이번시즌 리그 1호 완투승을 따냈다. KIA 양현종(36)이다.

양현종은 이번시즌 7경기에 등판해 44.2이닝을 소화했다. 3승1패, 평균자책점 3.02를 기록 중이다. 33삼진-12볼넷으로 비율도 좋다. 가장 못 던진 경기가 5.1이닝 4실점일 정도로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다시 2점대 평균자책점도 바라보고 있다.

지난 1일 홈 KT전이 ‘백미’다. 9이닝 8안타 1볼넷 6삼진 1실점 완투승을 따냈다. KIA도 9-1 완승. 외국인 투수가 득세한 상황에서 양현종이 2024시즌 첫 번째로 완투를 만든 투수가 됐다. ‘토종의 자존심’이다.

환상투다. 1회초 2루타와 안타를 맞아 먼저 1점을 줬다. 이후 7회까지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였다. 3회와 5~7회는 삼자범퇴로 막았다. 4회도 안타를 하나 맞은 후 병살을 끌어냈다.

8회 다시 만루 위기가 왔지만, 병살을 유도하며 이닝 종료. 9회 들어 1사 1,2루에서 삼진과 땅볼을 통해 경기를 끝냈다. 오롯이 한 경기를 홀로 책임졌다. 투구수도 단 102개다. 무리해서 만든 완투가 아니라는 의미다. 통산 171승으로 역대 1위 송진우의 210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범호 감독은 “제구, 구위 모두 완벽했다. 왜 양현종이 대투수인지 느끼게 해 준 경기다. 포수 한준수와 호흡도 좋았다”고 호평을 남겼다.

그리고 ‘이닝’이다. “긴 이닝을 책임져준 부분이 고맙다”고 했다. 이번시즌 두루두루 잘하고 있지만, 역시나 돋보이는 쪽을 꼽자면 이쪽이다.

현재 44.2이닝으로 리그 1위다. 경기당 6이닝이 넘는다. 대략 7회 1사까지 막고 내려온다는 계산이 나온다. 7경기에 등판한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40이닝을 넘긴 토종 투수다.

지난 스프링캠프 당시 양현종은 ‘170이닝’을 말했다. 지난 2014년 171.1이닝을 소화한 후 2023년까지 꼬박꼬박 170이닝 이상을 해냈다. 2016년에는 200.1이닝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올해도 170이닝은 해야 할 것 같다. 10년 연속이 되는데, 내 과제이면서 임무다. 팀에 이의리, 윤영철 등 좋은 투수가 많다. 이들이 좋은 경험을 쌓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아직은 버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내가 버텨야 어린 선수들이 쉴 수 있고, 필요하면 조정하는 시간도 얻을 수 있다. 내가 무너지면 선발진뿐만 아니라 팀에도 마이너스가 크다. 올해까지는 이닝 욕심을 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단단한 각오가 엿보였다. 맏형의 책임감이다. 이 추세면 이번시즌도 무난해 보인다. 이의리가 지난 4월10일 LG전에서 팔꿈치에 이상이 생기면서 빠진 상태다. 시즌 3경기 등판이 전부다. 윤영철도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88로 썩 좋지 못하다.

토종 선발진에 꽤 큰 균열이 생겼다. 그래서 양현종의 호투가 반갑다. 후배들이 마음 놓고 회복할 수 있는 버팀목이다. 이 추세면 170이닝은 기본으로 깔고 갈 전망이다. 무려 199이닝 페이스다.

양현종의 마지막 ‘190이닝’은 2017년이다. 당시 31경기 193.1이닝, 20승6패, 평균자책점 3.44를 찍었다. KIA는 통합우승을 품었다. 정규시즌 MVP와 한국시리즈 MVP 모두 양현종 몫이었다.

마침 이번시즌 KIA가 초반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다시 정상에 도전한다. 양현종이 중심에 선다. 에이스의 ‘힘’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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