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마침내 ‘100승’을 달성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끝이 아니다. 이쪽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3년 만에 투구수 100개를 넘겼다. 진짜로 달릴 준비가 됐다는 의미다.

류현진은 30일 대전 SSG전에서 6이닝 7안타 2볼넷 1삼진 2실점(1자책)의 퀄리티스타트(QS) 호투를 선보이며 승리투수가 됐다. 올시즌 2승째다. 4월11일 잠실 두산전 시즌 첫 승을 신고한 뒤 3경기-19일 만에 승리를 추가했다.

KBO리그 역대 33호 100승이다. 한화 소속으로 5호다. 송진우(1997년)-정민철(1999년)-이상군·한용덕(2000년)의 뒤를 잇는다. 또한 197경기-100승으로 역대 최소 경기 3위다. ‘레전드’ 김시진(전 삼성·186경기), 선동열(전 해태·192경기) 다음이다.

물론 메이저리그(ML)에 가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달성했을 기록이기는 하다. 100승이 아니라 200승까지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야구에 만약은 없다.

100승만큼이나 반가운 부분이 또 있다. 복귀 후 투구수 100개를 기록한 첫 경기다. 이날 103개를 던졌다. 5회까지 88구를 기록했고, 6회 다시 올라와 15개 더 던졌다.

류현진이 100구 이상 기록한 경기는 2021시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토론토 시절인 2021년 8월22일 디트로이트와 홈 경기에서 105구를 뿌렸다. 그때는 팔꿈치 수술 전이다. 시간이 흘러 982일 만에 다시 세 자릿수 투구수를 기록했다.

기본적으로 한화는 류현진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계약 자체가 늦었다. 발표일이 2월22일이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고도 한참 지난 시점이다.

그만큼 급하게 몸을 만들어야 했다. 쉬울 리 없다. 결국 류현진은 캠프 연습경기 등판 없이 귀국했다. 3월2일 라이브 피칭만 한 차례 진행했다. 3월12일과 17일 시범경기 두 번 나섰고, 시즌 개막전에 출격했다. 하필 평소보다 개막도 빨랐다.

정규시즌 기록은 7경기 38이닝, 2승 3패, 평균자책점 5.21이다. 기대가 하늘을 찔렀다. 현실은 살짝 따라오지 못한다. 그러나 류현진이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보는 쪽이 타당해 보인다.

한화도 무리하게 갈 생각이 없다. 개막전 86구를 시작으로 여섯 번 등판에서 최다 투구수가 98개다. ‘90구’로 끊어도 딱 두 번이다. 급하게 준비해 시즌에 돌입한 선수에게 드라이브를 걸 이유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으로 100개를 뿌렸다. 5회까지 4-2로 리드한 상태. 교체하고 불펜을 올리는 길도 있었다. 류현진은 한 이닝 더 가기를 원했다. 한화도 이번에는 더 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6이닝 103구’가 나왔다.

개막 후 40일 가까이 지난 시점이다. 등판도 여섯 번이나 치렀다. ‘이 정도면 됐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한화가 류현진에 대한 ‘제한’을 푼 셈이다. ‘진짜 류현진’이 달릴 시간이 왔다.

100승이 끝이 아니다. ‘한미 통산 200승’도 보인다. ML에서 만든 78승을 포함하면 178승이다. 22승 남았다. 올해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최대한 근접할 수 있으면 좋다. 5~9월 월간 2승씩만 올려도 10승 추가다. 2025시즌 200승 고지 점령이 ‘확’ 가까워질 수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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