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순조롭게 돌아가던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이 갑자기 오류를 범했다. 투수가 던진 공을 추적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볼·스트라이크 판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지난 27일 5회초 LG 이우찬과 KIA 김선빈이 맞서는 과정에서 이우찬의 두 번째 공을 ABS가 추적하지 못했다. 주심과 3루심이 착용한 인이어 장비에 판정이 들리지 않았고 추적 실패가 확인됐다. 이 경우 규정에 따라 주심이 이전처럼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한다. 김성철 주심은 추적 실패가 나온 공을 볼로 판정했다.

한 번은 단순한 오류로 보였다. 그런데 얼마 안 가 다시 추적 실패가 나왔다. 6회초 LG 김대현과 KIA 이창진이 마주하는 상황에서 초구를 ABS가 포착하지 못했다. 김성철 주심은 이 공도 볼로 판정했다. 그런데 이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것으로 보였다. 당시 중계 화면을 돌아봐도 박동원 포수가 김대현의 공을 포구하기 전 공은 스트라이크존 안에 자리했다.

ABS가 도입되면서 주심은 볼·스트라이크 판정보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이뤄지는 플레이에 신경 쓴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타구가 바운드될 때 페어와 파울 여부, 체크 스윙이나 타격 방해 등에 집중한다. 당연히 들려야 할 볼·스트라이크 음성이 들리지 않아 한 템포 늦게 판정하는 건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추적 실패가 나온 원인이다. 이날 양 팀 투수가 던진 전체 342구 중 추적 실패는 2구에 그쳤다. 하지만 언제 또 이런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승부처에서 추적 실패 판정이 나오면 이는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KBO는 당시 추적 실패 원인이 이물질이나 날벌레에 있다고 했다. KBO 관계자는 “카메라 앞 혹은 추적 범위 내에 갑자기 날벌레와 같은 이물질이 움직이면 추적에 실패할 수 있다. 27일 잠실구장 추적 실패 두 건도 이와 같은 사유”라고 밝혔다.

이날 잠실구장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사이에는 이렇다 할 이물질이 보이지 않았다. ABS 장비인 PTS 카메라 앞에 이물질이 자리해 추적 실패가 일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앞으로다. 잠실구장의 경우 초여름부터 여름 내내 날벌레가 기승을 부린다. 비 오는 날 전후로 소위 ‘팅커벨’로 불리는 날벌레가 야구장 곳곳을 날아다닌다. 심할 때는 야구장 관중 수보다 날벌레 숫자가 많다. 타석 앞에도 날벌레가 가득해 타자가 배트 혹은 손으로 날벌레를 내쫓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즉 여름에는 이물질에 따른 추적 실패가 빈번해질 수 있다. 심판진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 주심은 이전처럼 공 하나하나에 시선을 고정하고 추적 실패에도 정상적인 플레이가 이뤄질 수 있게 경기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ABS 보편화는 시간문제다. 언젠가는 메이저리그(ML)는 물론 전 세계 야구장에 ABS가 가동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곳곳에 보인다. 야심 차게 내세운 ABS를 꾸준히 보완하는 게 KBO리그의 우선 과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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