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두산 이승엽 감독의 ‘장기집권’이 마침내 종료됐다.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만큼 독보적이었다. 걸출한 후배가 마침내 넘어섰다. ‘화려함’은 떨어질지도 모른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주인공은 최정(37·SSG)이다.

최정은 24일 사직 롯데전에서 통산 468호 홈런을 터뜨렸다. 4-7로 뒤진 5회초 투아웃에서 그린 솔로 아치다. 추격을 알리는 대포. 이 홈런으로 이승엽 감독을 넘어섰다.

이승엽 감독은 홈런의 '대명사'다. 1995년 데뷔해 2017년까지 15시즌을 뛰며 467홈런을 쳤다. 일본 생활이 8년이다. 36세에 한국으로 돌아와 41까지 뛰면서 복귀 후 때린 홈런만 143개다.

홈런왕으로 군림했다. 지난 2013년 6월20일 통산 352호 홈런을 날리면서 KBO리그 홈런 역대 1위에 올랐다. 이날부터 2023년 4월23일까지 3961일 동안 역대 홈런 1위로서 우뚝 섰다.

그 사이 최정이 뚜벅뚜벅 걸었다. “매년 홈런 10개 치는 것만 생각한다”고 입이 닳도록 말한다. 데뷔 시즌을 제외하면 ‘달랑’ 10개만 친 시즌은 없다. 20개는 거의 기본으로 깔고 가는 타자다.

지난 2021년 400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승엽 감독의 기록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정은 “어려울 것 같다”며 손사래 쳤지만, 최정의 신기록 달성을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2021시즌까지 403홈런. 2022년 26홈런, 2023년 29홈런을 날렸다. 통산 458홈런이 됐다.

2024시즌을 앞두고 최정이 최대 관심사가 됐다. 새로운 홈런왕의 탄생을 기다렸다. 개막 전 최정은 “나도 빨리 달성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16일 마침내 이승엽 감독과 나란히 섰다.

3월 8경기에서 4홈런을 날렸다. 4월 들어 햄스트링에 이상이 오면서 잠시 쉬어가기도 했다. 4일부터 10일까지 6경기 홈런 침묵도 있었다. 대신 12~16일 4경기에서 4홈런으로 다시 몰아쳤다. 467홈런. 그리고 이승엽 감독까지 넘어섰다.

지난 17일 KIA 윌 크로우의 공에 맞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골절을 피했고, 최정 스스로 이겨냈다. “부산 원정 3연전에 맞추겠다”고 했다. 실제로 사직에서 신기록을 썼다.

부침은 있을지언정 시즌 전체로 보면 언제나 꾸준한 타자다. 2005년 입단했다. 2년차부터 자리를 잡았다. 92경기에서 12홈런을 쳤다. ‘전설의 시작’이다. 이후 계속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렸다. 20홈런 시즌이 12회, 30홈런 시즌이 5회, 40홈런 시즌이 2회다.

최정은 “난 50홈런이 없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지만, 43년 역사상 시즌 50홈런 타자는 이승엽-심정수-박병호까지 딱 3명이 전부다.

대신 최정은 이 3명이 하지 못한 일을 했다. 1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은 최정이 유일하다. 올해 20홈런을 만들면 박병호와 함께 9년 연속 20홈런으로 공동 1위가 된다. 그리고 이 홈런이 쌓여 ‘역대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더 주목할 점은 ‘오래 뛴다’는 점이다. 10년도 어려운데 무려 20년차다. 이숭용 감독은 “큰 부상 없이 이렇게 오랜 시간 선수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일 아닌가. 그렇게 몸에 맞는 공이 많은데, 다 극복하고 올라왔다. 딱히 말이 필요 없는 선수다”고 극찬했다.

단순히 오래 뛰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리그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선보인다. 최정이 보유한 가장 돋보이는 능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어떤 선수도 다치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꾸준함’의 가치다.

그렇게 KBO리그의 새로운 ‘왕’이 됐다. 끝이 아니다. 역대 최초 ‘단일리그 500홈런’도 보인다. 최정은 “500개? 그건 생각 안 해봤다”며 웃었다. 최다 홈런 신기록 때도 “안 된다”, “모르겠다”고 했다. 최정은 그런 선수다.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머지 않았다. 32개 남았다. 여차하면 올시즌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노쇠화 기미도 없다. 500개가 문제가 아니라 600개도 칠 수 있을 듯하다. ‘왕의 질주’가 계속된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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