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요코하마=김용일 기자] ‘요코하마의 비극’을 겪은 울산HD가 유일하게 얻은 소득은 스웨덴 미드필더 보야니치(30)의 대활약이다.

보야니치는 지난 24일 일본 요코하마시에 있는 요코하마 닛산스타디움에서 끝난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4강 2차전 요코하마 마리노스와 원정 경기에서 팀이 0-3으로 뒤진 전반 34분 교체 투입됐다.

울산은 그가 그라운드에 들어선 뒤 대반전을 이뤄냈다. 1분 뒤 코너킥 때 마테우스의 헤더 만회골어 터졌다. 그리고 전반 40분 보야니치의 빠른 드리블에 이은 전진 패스를 엄원상이 이어받아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요코하마 수비수 가미지마 다쿠미의 퇴장까지 이뤄지며 수적 우위를 안았다. 보야니치가 차분하게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팀의 두 번째 골을 해냈다.

후반과 연장 전,후반 울산은 10명이 싸운 요코하마를 가둬놓고 공격을 퍼부었다. 이때 보야니치는 상대 역습을 제어하고 공격으로 나가는 데 시발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정교한 볼 컨트롤과 송곳 같은 패스가 일품이었다. 축구 통계업체 ‘풋몹’에 따르면 그는 86분을 뛰면서 131회 볼 터치했다. 득점은 물론, 패스 성공률 91%(105개 시도 96회 성공)를 기록했다. 특히 긴 패스 성공률이 무려 94%(16회 시도 15회 성공)나 됐다. 수비에서도 두 차례 태클 모두 성공했고, 리커버리 8회였다. 그야말로 ‘군계일학’의 활약이었다.

그러나 보야니치의 분투에도 공격진의 골 결정력이 떨어지며 뒤집기에 실패했다. 1,2차전 합계 3-3으로 맞선 뒤 연장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 김민우가 실축하며 울산의 ACL 결승행은 물거품이 됐다. 보야니치는 탈락 직후 그라운드에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울산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도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보야니치에게 이 경기는 울산 생활의 변곡점이 될 만했다. 헬싱보리, 함마르뷔 등 자국 리그에서만 뛰다가 지난해 울산을 통해 첫 해외 무대 도전에 나선 그는 기대만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원인 그는 팀 내 옵션에서 3~4번째로 밀렸다. 타이트한 K리그 스타일에 녹아들지 못한다는 평가가 짙었다. 지난 시즌 9경기(1도움)를 뛰는 데 그쳤고 이번시즌에도 현재까지 3경기만 뛰었다.

스웨덴에서 활동하면서 주장직도 수행하는 등 리더십이 강한 보야니치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법했다. 그러나 리더의 경험은 오히려 그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출전 시간은 적지만 동료를 배려하고 친화적으로 다가섰다. 자연스럽게 동료도 그를 지원사격했다.

조금씩 울산 축구에 스며든 보야니치는 홍 감독의 신뢰를 얻었다. 마침내 최악의 흐름 속 ‘교체 카드 1번’으로 투입됐고 가장 빛났다. 그의 진한 눈물에도 찬란한 미래가 열린 셈이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