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이동휘는 작품과 예능프로그램에서 재치있는 언변으로 사랑받아왔다 .자연스러운 대화 속, 예측불허 유머나 리액션은 그의 장기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품의 숨통을 틔었다.

하지만 24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4’에서는 웃음기를 지우며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IT 천재이자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장동철이 그 인물이다. 느닷없이 텐션을 높이고, 이상한 지점에서 혼자 크게 웃는 행동을 자주 하며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타인에 대한 이해나 배려, 존중 따윈 없는 이기적인 인간이다.

이동휘의 기존 이미지와 상반됐지만 장동철의 이질감과 까끌까끌한 면모가 ‘범죄도시4’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동휘는 “tvN ‘응답하라 1988’(2015)의 동룡이로 사랑받은 뒤 감초 캐릭터 대본이 많이 들어왔다. 간혹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주신 분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이 동석이 형이다”고 말했다.

이동휘와 마동석의 인연은 영화 ‘부라더’(2017)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사 부딪히는 형제가 교통사고를 일으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는 연기를 펼치며 우정을 쌓았다.

“동석이형이 ‘부라더’ 찍고 ‘범죄도시’(2017)를 촬영했는데, ‘범죄도시’가 먼저 개봉했어요. 시사회도 참석했던 기억이 있어요. 당시 동석이형이 범죄 영화 제작이 꿈이라고 했는데 계획이 90% 이상 이뤄졌어요. 지난 2월 베를린 영화제를 함께 갔을 땐 벅차오르더라고요. 형은 늘 주위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하고, 의리가 있어요. 저한테는 위인이에요.”

장동철 역을 제안받은 뒤 이동휘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장발의 헤어스타일과 독특한 문양의 패션, 그림 등 외형적인 부분을 하나하나 설계했다. 특히 세 줄이 그려진 옷만 입고 나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장동철은 소유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사람이에요. 하나에 꽂히면 전체를 다 사는 거죠. 장동철이 입은 옷은 극 중 배경인 2018년에 유행한 브랜드예요. 하나만 사지 않고 다 살 거라 생각했죠. 시사회 때도 그 옷을 입었는데, 고마움에 대한 표시였어요.”

불법 온라인 사이트를 만든 장동철은 백창기(김무열 분)에게 운영권을 위임했다. 백창기는 본분에 맞게 깔끔하게 운영했다. 새로운 업자들이 나타나면, 완벽하게 처리해 돌려보냈다. 덕분에 장동철의 사이트가 독점하게 됐고, 큰돈을 벌었다.

서로 좋은 게 좋은 상황인데, 백창기가 장동철을 상사로 인정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한 게 눈엣가시였다. 동업자지만 백창기에게 우위를 점하고 싶은 장동철의 욕심이 화근이 됐다. 엄청난 살기를 내뿜는 백창기에게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장동철의 행동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장동철은 해결사였던 사람이라 백창기에게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아요. 고용인과 피고용인 관계고, 백창기도 덕분에 돈을 많이 벌었잖아요. 장동철은 자기가 더 위인 거죠.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백창기를 애증의 소유물로 생각했고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나중에 잘못한 것을 반성하기도 하고요.”

MBC ‘놀면 뭐하니?’의 MSG 워너비로 활약한 이동휘는 예능계에도 블루칩으로 통한다. 특히 유재석의 총애를 받고 있다. 유튜브 채널 ‘뜬뜬’의 코너 ‘핑계고’에도 올해에만 3번 출연했다. 토크쇼 출연을 자제하던 이동휘에겐 큰 변화다.

“요즘 제가 나가는 예능은 대본이 없어요.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나와요. 여자 친구 얘기도 대본 없이 하다 보니 쓱 나오게 돼요. 로맨스 영화 인터뷰에서만 자제할 계획입니다. 최근 예능에서 제가 학벌을 중시한다는 논란이 나왔어요. 맹세코 학벌을 중시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수학을 잘하고 똑똑한 사람들을 동경해요. (강)동원이형 같은 사람이요.”

‘범죄도시4’와 더불어 이동휘는 MBC ‘수사반장1958’(이하 ‘수사반장’)에도 출연한다. ‘미친개’라는 별명이 있는 독종 형사 김상순이다. 이 역시도 익히 알려진 이동휘와 다른 얼굴이다.

“대본을 직접 쓰기도 했고, 독립영화에도 출연하려고 했어요. 연기를 더 잘하고자 하는 마음에 했던 과정이었어요. 그 모습을 예쁘게 봐준 동료 선후배들이 있어요. 진지하게 작품에 임하려는 인식이 퍼져나간다는 걸 느꼈어요. 동석이형도, ‘수사반장’의 김성훈 감독님도 10년 전 인연이 바탕이 돼서 작품으로 만났어요. 더 열심히 올바르게 살아야겠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