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사직=원성윤 기자] 황성빈의 하루 3홈런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건 ‘발’이다. 100% 도루성공률이다. 롯데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황성빈은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와 홈 경기를 앞둔 23일 현재 KIA 김도영과 함께 도루부문 공동 3위(10개)에 올라있다. 1위 LG 박해민(16개) 2위 삼성 김지찬(11개)을 뒤쫓고 있다.

추세는 놀랍다. 대부분 기록을 대주자로 만들었다. 한 경기에 한번 오는 기회다. 부담감이 크다. 실패하면 누상에 주자가 없어진다. 이를 모두 성공한 건 주루에 물이 올랐단 뜻이다. 최근 4경기 타율 0.529로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2번 타자로 입지를 굳혔다. 이제 대주자가 아닌 선발출장으로 본격적인 도루 레이스에 뛰어들 모양새다.

도루질이 우수하다. 10번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지난해 14번 시도해 9번 성공해 성공률 64%였다. 경기 흐름을 읽고 뛰는 타이밍이 빨라졌다.

롯데 고영민 주루코치 역할이 주효했다. 고 코치는 김태형 감독이 롯데에 부임하며 함께 왔다. 현역 시절 뽐낸 주루플레이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함께 두산에서 건너온 김광수 벤치코치와 유재신 주루코치도 수시로 조언했다.

완성형 대도(大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비시즌부터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스킵 동작을 비롯해 타구 판단 등 전반적인 주루 센스 향상에 열을 올렸다. 견제가 뛰어난 투수여도 투구 습관을 잡아낼 눈을 키웠다.

특히 황성빈에겐 ‘그린라이트’ 권한도 줬다. 주루코치 사인 없이도 스스로 판단해 뛸 수 있도록 했다. 스타트를 강조했다. 투수 호흡을 파악해 투구를 시작하는 순간 곧바로 뛰는 훈련도 반복했다. 포수 송구 능력이 출중해도 타이밍만 빼앗으면 세이프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18일 LG전에서 나온 도루가 그랬다. 견제 동작과 투구 동작 구분을 잘했다. 안타로 출루한 황성빈에게 케이시 캘리가 견제를 했다. 이후 투구 동작이라 판단해 켈리가 왼발을 드는 순간 곧바로 스타트를 끊었다. 포수 박동원 송구가 정확했으나 황성빈 손이 더 빨랐다. 빠른 스피드에 베이스를 지나치지 않게 속도를 줄이면서 누를 감싸는 마무리 동작까지 완벽했다.

황성빈은 “올시즌 도루 성공률이 높아진 건 지난해 도루 실패경험 덕분”이라며 “고영민 코치님이 자신감을 심어주고 스타트 끊는 방법을 많이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고 코치는 황성빈이 리그를 대표하는 대도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봤다. 고 코치는 “두산 조수행과 같은 선수가 될 자질이 있다”며 “앞으로 상대팀에서 황성빈을 분석하고 나올 것이다. 우리는 거기에 대비해서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과감할 때는 더 과감하게 스타트를 끊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코치는 최근 타격감까지 살아나는 것 역시 “누상에 나가서 죽지 않고 홈으로 들어오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에너지도 받았다. 시너지 효과가 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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