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영종도=장강훈 기자] 홀까지 남은 거리는 약 13m. 퍼터에 맞아 구르기 시작한 볼은 경사면을 따라 왼쪽으로 휘더니 홀에 빨려들어갔다.

“와!”하는 탄성을 뒤로 하고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4연속시즌 우승이자 역대 네 번째 생애 상금 40억원을 돌파한 챔피언 퍼트였다. 박지영(28·한국토지신탁)이 시즌 첫 승을 달성했다.

박지영은 14일 인천 영종도에 있는 클럽72 하늘코스(파72·6685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최종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적었다. 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로 정윤지(24·NH투자증권)를 5타 차(16언더파 272타)로 여유있게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22언더파는 역대 최소타 우승(2013년 MBN 김영주골프 여자오픈 김하늘 2020년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유해란·이상 23언더파 265타)에 1타 모자란 역대 3위 진기록이다.

그는 “국내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해 기쁘다. 월요일(8일)부터 위염이 생겨서 힘들었는데 샷감은 또 좋아서 ‘감만 유지하면 우승하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 샷이 잘 돼 우승했다”고 기뻐했다.

지난해 9월 KB금융챔피언십에서 우승한지 7개월 만에 통산 8승째를 달성한 그는 우승상금 1억8000만원을 보태 41억5186만1249원의 생애 상금을 수집했다. 상금 40억원 돌파는 장하나 박민지 이정민에 이어 역대 네 번째 진기록이다.

박지영은 “정말이냐?”고 되물은 뒤 “대박이다”라며 웃었다. 그는 “용돈을 받는 입장이어서 상금에 관해서는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다. 더 벌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2승을 보태면 통산 10승인데, 올해 달성하고 싶다. 지난해 3승했으니, 올해는 4승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각종 진기록을 수립했지만, 아쉬움도 있다. 역대 최초 72홀 노보기 우승을 아쉽게 놓쳤다. 3라운드까지 단 한 개의 보기도 적지 않은 박지영은 최종라운드에서도 15번홀까지 노보기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164야드짜리 16번홀(파3)에서 티샷이 그린을 넘어갔고, 러프에서 한 두 번째 샷이 4m가량 짧게 멈췄다. 신중하게 파 퍼트했지만, 홀을 빗나가 이번대회 첫 보기를 적었다. 갤러리도 장탄식으로 아쉬움을 함께했다. 참고로 박지영은 KLPGA투어에서 91회나 노보기라운드를 해 이 부문 최다 기록 보유자다.

박지영은 “3라운드까지 노보기여서 욕심이 났다. 실수없이 플레이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기록이지 않나. 안타깝게 보기해서 ‘실패했구나’ 싶었지만, 다른 대회에서 다시 도전하겠다”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최초 기록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우승 전선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17번홀에서 침착하게 파를 적은 박지영은 마지막 홀에서 파온에 성공한 뒤 약 13m짜리 버디를 낚아 이 대회 초대 우승(2022년) 이후 2년 만에 또 한 번 좋은 기억을 남겼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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