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귀포=장강훈기자] 처음 느껴보는 극한의 긴장감. 몸이 경직된다는 것을 느낄만큼 걱정이 많았다. “그만큼 간절했다”며 눈시울을 붉힌 ‘돌격대장’ 황유민(21·롯데)이 개막전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황유민은 7일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태디벨리 골프&리조트(파72·6685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건설 위브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에서 14언더파 274타로 우승했다.

2타 차 단독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황유민은 2번(파4) 3번(파3)홀에서 연속보기를 범해 박혜준(21·한화큐셀)의 추격을 허용했다. 4번홀(파5)과 6번홀(파4)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낚아 잃은 타수를 회복한 그는 9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아 우승을 확정하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들어 티샷 실수가 잦았고, 12번홀(파4)에서는 왼쪽으로 감긴 볼이 카트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러프옆 장애물에 맞고 멈춰서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행운이 크게 따른 장면. 덕분에 후반 9홀을 모두 파로 장식해 1타 차 우승을 확정했다.

황유민은 “전지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다. 티샷 정확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고, 드로우 구질뿐만 아니라 페이드 구질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훈련했다. 3라운드까지는 편하게 플레이했는데, 최종라운드 12번홀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감긴 이후 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단독선두였지만, 챔피언퍼트를 마다하고 먼저 홀아웃한 것도 골프하면서 처음 느낀 중압감 때문이다.

“티샷이 왼쪽으로 감기는 것을 되게 무서워한다. 머리가 하얗게 될 정도였다”고 털어놓은 황유민은 “박혜준 선수가 버디를 잡을 수도 있어서 먼저 홀아웃했다. 상대가 버디실패한 것을 보고는 ‘아, 끝났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절실하게 우승을 원했고, 심리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도 실낱같은 집중력을 부여잡은 결과가 우승이어서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고 황유민다운 답변을 했다.

그는 “전지훈련과 3월에 치른 두 대회를 통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훈련 성과가 우승으로, 그것도 국내 개막전에서 나타나 너무 감사하다. 지난해보다 성장했다고 느꼈다. 동시에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더 노력해 올해는 다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티샷 트라우마를 극복한 비결 또한 훈련에서 찾은 답 덕분이다. 그는 “나만의 비법이 있다”고 운을 뗀 뒤 “그립을 짧게 잡고 탄도를 낮춰 드로우 구질을 치려고 한다”고 공개했다. 컨트롤 샷으로 두려움을 극복한다는 뜻이다.

경기 운영도 마찬가지. “지난해였으면 아웃 오브 바운스하는 공이 많았을 것”이라고 돌아본 그는 “많이 성장했다고 평가하는 것도 이런 부분이다. 내 샷을 고집하고, 안될 것 같아도 무조건 지르고 보는 습관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렸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나를 칭찬하고 싶다”며 웃었다.

KLPGA 선수권대회와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롯데 챔피언십 등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리는 황유민은 “기회가 닿으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도전하고 싶다”는 꿈을 공개했다. ‘돌격대장’ 별칭에 변화를 주겠다고 선언한 황유민이 ‘개막전의 여왕’으로 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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