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귀포=장강훈기자] 표정이 한결 밝았다. 대화 도중 미소도 짓고, 눈을 맞추기도 했다. 컷 통과 기쁨보다 큰 산 하나를 넘고 버텨냈다는 안도감이 밝은 표정으로 이어진 듯했다. ‘돌아온 스타’ 윤이나(21·하이트진로)가 복귀전 완주를 확정했다.

윤이나는 5일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테디밸리 골프&컨트리클럽(파72·6685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 2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1개, 더블보기 2개로 이븐파를 적었다. 중간합계 2언더파 142타로 컷오프를 통과했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그는 “이틀간 필드 위에서 플레이한 것 자체에 감사한 마음”이라며 “경기감각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동료들과 얘기도 나누고 팬 응원도 받으면서 행복하게 골프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지만, 전날보다 표정에 여유가 생겼다.

그 역시 “1라운드와 비교하면 마음이 조금 더 편해졌다”며 “어릴 때 함께 경쟁했던 동료들과 이틀연속 함께 플레이하면서 소소한 얘기들을 나누는 재미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틀 연속 실수한 티샷이 주차된 카트에 맞았고, 덕분(?)에 모두 버디를 잡아내는 등 행운이 따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랬나? 어쩌다보니 카트 도움을 받은 것 같은데, 이때마다 버디한줄 몰랐다”며 미소지었다.

완전히 뚫리지는 않았지만, 막힌 혈을 뚫은 인상이다. 2022년 시즌 도중 자신의 공이 아닌 것으로 플레이를 이어간 사실을 뒤늦게 알려 대한골프협회(KGA)와 KLPGA로부터 3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그는 ‘도덕성 논란’에 크게 휩싸였다. KGA가 지난해 가을, KLPGA가 올해 초 1년6개월로 징계를 감면했을 때도 갑론을박이 많았다.

갓 약관을 지난 어린 선수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비난과 마주했는데, 두산건설 위브챔피언십을 통해 복귀를 선언하고도 두려움과 맞서야 했다. 1라운드 후 기자회견하며 눈물을 쏟아낸 그는 몇 번이고 “실력보다는 정직한 선수로 거듭나겠다. 팬과 동료에게 계속 사과할 것”이라는 말로 용서를 구했다.

대중 앞에 나서는 게 쉽지 않지만, 눈 딱 감고 한 번 부딪히면 두려움이 조금은 해소될 수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혀있다가 미세한 빛이 보이기 시작하면, 희망이 생긴다. 이날 윤이나의 표정은 다시 대중 앞에 서겠다는 용기가 엿보였다. 경기 후 롤모델인 신지애에게 다가가 수줍게 사진을 찍는 모습 또한 전날까지는 감히 시도조차 못할 심리였다.

윤이나는 “시즌이 끝났을 때 골프 발전에 도움을 주는, 정직하고 성실한 선수라고 평가받고 싶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내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아 ‘믿을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게 올시즌 목표”라고 강조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