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한 주요 은행 6곳이 본격 자율배상에 나선다. 이 중 가장 눈길이 쏠리는 건 홍콩 ELS 최다 판매회사인 KB국민은행이다. 최다 판매사인 만큼 고액 배상금이 예상되어, 부진한 실적 또한 면치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KB국민은행의 리딩뱅크 수성에도 제동이 걸렸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 신한은행과 마지막으로 홍콩 ELS 자율배상을 확정했다. 이미 하나은행은 첫 자율 배상과 동시에 배상금을 지급해, 이에 비해 이들은 늦게 자율배상을 결정한 셈이다.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기반으로 한 평균 자율배상 비율은 40%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당국의 분쟁조정 기준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의 홍콩 ELS 판매액은 8조원이 넘는 규모로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많다.

각 은행사는 ‘고객 신뢰’ 훼손 우려에 빠르게 배상금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나, 문제는 홍콩 ELS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40%가 아닌 ‘100%’ 배상을 요구하고 있어, 진통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 KB국민, 실적에 ‘빨간불’ 켜졌다

홍콩 H지수 하락에 ELS 손실 규모는 지속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별 상반기 만기 액수는 △KB국민은행 4조7726억원 △NH농협은행 1조4833억원 △신한은행 1조3766억원 △하나은행 7526억원 △SC제일은행 5800억원 △우리은행 249억원이다. H지수가 현 수준에서 크게 변동 없다면 상반기 중에만 약 4조원대 손실이 예상된다.

지난달 29일 홍콩 ELS 투자자들은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 철회를 주장했다. 이들은 ‘ELS 피해자 모임’ 등을 만들어 100% 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금융당국의 자율배상안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KB금융은 주력 계열사 KB국민은행의 배상액에 따라 리딩뱅크는 물론, ‘리딩금융’ 또한 내어줄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KB국민은행의 입장에선 최대한 배상비율을 줄여 2분기 실적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현재 상황으로썬 자율배상금액이 ‘고객 신뢰’와 직결되는 만큼 이는 불가피해 보인다.

고객 이탈 또한 우려되는 상황이다. 29일 항의 집회를 열었던 홍콩 ELS 투자자들은 이날 국민은행 통장을 찢거나 예금을 인출해 집단 뱅크런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인한 은행과 금융지주 실적악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KB금융에 이번 홍콩H지수 ELS로 대규모 손실이 반영되면 4.6% 영업이익 감소가 전망된다. 금융지주 배상손실 추정치는 KB금융 1조700억원, 신한지주 3500억원, 하나금융 2000억원 정도다.

KB국민은행은 “‘자율조정협의회’를 설치해 기존 고객보호 전담 부서와 함께 신속한 투자자 배상 처리를 지원한다”며 “신설된 ‘자율조정협의회’에는 금융업 및 투자상품 관련 법령과 소비자보호 분야에 경험을 갖춘 외부 전문가 위원들이 투입되며 투자자 별 판매 과정상의 사실관계와 개별 요소를 면밀히 파악해 배상금액 산정을 지원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 홍콩 ELS 투자자들 “100% 배상하라”…결국 소송 가나

판매사인 은행과 다수의 투자자 사이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여러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홍콩 ELS 투자자들은 여전히 100% 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 한 투자자는 “고위험 투자상품을 허가한 금융당국도 책임이 있다. 이복현식의 배상기준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금전액, 배상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이 금감원 조정안에 맞춰 배상이 이뤄질 것이고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결국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은 100% 배상이 안 될 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권과 홍콩 ELS 투자자들의 갈등이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분쟁 조정은 ‘추가 사실 조사 및 검토, 분쟁조정위원회 회부, 조정 결정 통보, 당사자의 수락 또는 불수락, 양 당사자 모두 수락 시 조정 성립’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는 약 2~3개월이 소요되며, 상당한 소송 비용은 물론 시간 역시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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