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수준 주주들의 직격타, 대화하려다 혼쭐 난 경영진

[스포츠서울 | 수원=표권향 기자] 삼성전자 주주들의 민심을 돌리기 위해 경영진이 직접 대화의 장을 마련했으나, 분위기는 예상보다 날카로웠다. 믿고 보는 글로벌 대기업이지만, 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고 하락세만 보이는 주가에 주주들의 인내심이 폭발했다.

삼성전자는 20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 6개 안건 심의 및 표결 후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사장이 각각 DX부문과 DS부문 사업전략을 공유했고, 올해 처음 마련한 ‘주주와의 대화’로 이어졌다.

마지막 섹션으로 진행된 주주와의 대화에는 한 부회장을 비롯해 각 사업부장 등 주요 경영진 13명이 단상에 올라 주주들의 다양한 질문과 의견에 대해 답변했다.

탄소중립 등 친환경사업부터 메모리 신제품 개발까지 주주들의 정보력은 전문가 수준이었는데, 무엇보다 많이 언급된 단어는 ‘주가’였다. 주주들이 모였기에 당연하지만, 지지부진한 7만원대 주가에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 “올해 실적은 괜찮아지는가” 등 부정적 발언이 주를 이뤘다. 이 때문에 경영진 자질까지 거론됐다.

올해 주주 배당금은 기말 2조4530억원, 분기 배당 7조3565억원 등 총 9조8094억원이다. 기말 배당금은 1주당 보통주 361원·우선주 362원, 분기 배당금은 1주당 보통주 1083원·우선주 1083원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이에 현장은 “주주들을 홀대하는 것 같다”, “다운턴이 온다면 의미가 있는가”, “R&D, 패키징 등 국내외 투자 계획 또는 인수·합병(M&A) 계획은 있는가” 등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주주들은 최근 상승가인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며 HBM 사업 경쟁력과 반도체 시장 개선 등을 꼬집었다. 한 주주는 10년 전 인공지능(AI) 대신 HBM을 먼저 개발한 것에 대해 지적하며 “미래를 보고 경영에 심혈을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위주 경영이라는 특성을 잃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시장 한파로 2022년 대비 14.3% 감소한 매출 258조9400억원을 찍었다. 영업이익은 6조5700억원으로 84.8% 하락하면서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주주는 “고(故) 이병철 삼성전자 창업주가 망가진 실적을 봤다면 지난해와 동일하게 임원들이 이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을까”라며 “임원들은 사퇴할 생각이 없는가”라며 돌직구를 날렸다.

한 부회장은 “주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한다”라며 “전례 없는 메모리 업황 악화에 따른 보유 현금 급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경영 여건이 여전히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가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올해 반도체 시장 회복과 AI 기능 탑재 스마트폰으로 견조한 실적을 예상한다”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당사의 중장기적인 지속 성장을 위해 필요한 설비 투자·R&D·미래 성장 동력 확보 등 기존 정책을 유지하고, 주주 가치 제고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 굳이 치킨게임? 돈 자랑은 이제 그만…실속 챙기자

경계현 사장이 지난 2022년10월 ‘인위적 감산이 없다’라고 밝힌 후 반도체 가격이 급락한 과거 사례도 도마에 올랐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가 미국, 중국, 일본 등 메이저 국가 기업과 이른바 ‘치킨게임’을 한다고 해서 쉽게 우위를 점하게 놔두진 않을 것”이라며 지적했다. 또한 48조원의 설비투자를 하고도 적자 낸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이에 경 사장은 “전략적으로 영리하게 투자 생산을 관리했다고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건강하고 전략적으로 일하도록 생각을 많이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투자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다운턴 이후 업턴이 오는데, 다운턴 때 투자를 잘못하면 업턴 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반대 사이클은 옳지 않기에 균등한 투자로 경쟁할 것”이라며 “근원적 기술경쟁력이 있어야 여러 전략을 펼치는데 용이하다. 올해가 가기 전까지 전 제품 경쟁력 우위를 필히 달성하겠다”라고 했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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