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태형 기자] “첫 촬영 때만 해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 못했어요.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야 주연의 무게감이 느껴지네요.”

13일 개봉을 앞둔 독립영화 ‘돌핀’에서 나영 역을 맡은 소녀시대 멤버 겸 배우 권유리는 첫 단독 주연작을 맡은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돌핀’으로 영화 ‘노브레싱’(2013) 이후 11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2022년 촬영을 마친 ‘돌핀’은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된 후 뒤늦게 관객을 만난다.

‘돌핀’은 삶의 변화가 두려운 30대 지역신문 기자 나영이 우연히 볼링을 통해 즐거움을 발견하고 용기를 얻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권유리가 연기한 나영은 새로운 것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이 사랑하는 바닷가 마을과 사람들, 오래된 것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소박한 인물이다.

“저는 감정과 생각을 사람들한테 적극적으로 드러내곤 하는데 나영이는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인물이에요. 숨겨진 나영이의 감정을 해석하느라 궁금증이 많았어요. 감독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통해서 캐릭터를 구체화할 수 있었죠.”

극 중 나영은 재혼을 앞둔 엄마(길해연 분)가 집을 팔겠다고 선언한 뒤 평온했던 일상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동생 성운(현우석 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시골을 벗어나 서울로 떠나겠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우연히 볼링을 접한다.

나영이 굴린 볼링공은 레인을 벗어나 홈에 빠지지만 끄트머리에서 갑자기 튀어 올라 남은 핀 하나를 쓰러뜨리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볼링장 사장(박미현 분)은 이런 현상이 돌고래를 뜻하는 ‘돌핀’이라 부른다며 축하를 건넸다.

“나영은 갖고 있는 이만큼이라도 지켜내고 싶어하죠. 드러내놓고 1차원적으로 ‘신난다, 잘 됐다’고 표현조차 하지 않는 친구죠. 그에게 ‘돌핀’이란 점수에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아요.”

배두리 감독은 미팅 첫날 흰티에 수수한 모습으로 나타난 권유리를 기억에 남겨놓았다. 권유리는 “감독님이 ‘묵직하고 단단해 보이더라. 웬 흰 티를 입고 온 처녀가’라고 기록해 두셨다 감독님 눈에는 제 친한 사람들만 아는 모습이 보이셨나 보다”고 말했다.

권유리는 소녀시대로 활동하다가 독립한 순간을 떠올리기도 했다.

“‘돌핀’과 나영이를 만났던 시점이 소녀시대로 활동하다 독립해야 하는 시기와 맞물렸어요. 독립은 생각보다 어렵고 따끔거리더라고요. 8분의 1만 써야 할 것을 1로 써야 하니까 되게 어려웠죠.”

소녀시대 멤버인 임윤아와는 연기자 활동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그는 “윤아가 서정적인 감정을 좋아하더라. 영화를 보고나서 ‘편안한 감정을 느꼈다’고 얘기해줬다”고 전했다.

권유리의 꿈은 미니멀리스트다. 하지만 놓지 못하고 있는게 너무 많다며 웃었다. 오래된 것을 놓지 못하는 나영과 닮은 구석이 있다

“기존에 제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덜어내고 담백하게 보이고 싶었죠. 나영이의 이미지가 담담하게 비치려면 메이크업도 덜어내고 옷도 생활감이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서천에서 지내면서 나영이란 사람의 정서에 집중하려 노력했어요. 소녀시대 유리가 아니라 마을 지킴이 나영이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권유리는 학교 끝나면 연습실로 향하고, 압구정역 지하철을 걷던 13살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생각이 복잡할 때마다 혼자 걸었다는 그는 “교복을 입고 걸었던 길은 성인이 되어서도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어 “스크린에 제 얼굴이 나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끝이 창대하게 가는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성장통을 겪고 꽃피운 30대는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권유리는 과거의 찬란한 영광에 머물기보다 미래를 향해 나영처럼 뚜벅뚜벅 걷겠다고 했다.

“많이 다쳐봤던 것 같아요. 스스로 욕심을 냈던 것도 있고, 자괴감에 빠져서 나 자신을 미워했던 적도 있었어요. 생각도 못했던 순간에 마치 ‘돌핀’처럼 행운의 순간이 찾아온 적도 있었고요. 비교를 하면서 나를 갉아먹을 때도 있었죠. 스스로 힘들게 하는 순간이 많았지만 하루하루 잘 이겨내는 것만으로 성공적이라 생각해요. 커리어에 머물 것이 아니라 미래와 꿈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들은 갖고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가치관이 정립되는 것 같아요.” tha9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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