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태형 기자] 방송인 박수홍의 개인 돈과 회사 자금 등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친형 박모씨가 1심에서 실형을, 형수 이모씨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중의 관심이 쏠린 재판이었고, 여론 재판에서도 박수홍 측이 유리하게 돌아가는 듯 보인 가운데 예상보다 낮은 양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박수홍의 친형 박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 아내이자 박수홍의 형수 이 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박씨에게 7년, 이씨에게 3년을 구형했었다.

◇예상보다 낮은 양형 왜? 박수홍이 자산관리 맡긴건 양해 구한 것→형수 외 다른 가족도 회사 임원

박씨의 양형이 예상보다 낮은 이유는 박수홍의 개인 자금 16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가 무죄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박 씨가 박수홍의 연예활동과 가족 경제활동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위치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박수홍은 피고인에게 자산관리를 맡기면서 부모를 잘 돌봐달라는 말을 했으므로 일정 금액이 지출되는 것에 어느 정도 양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박수홍과 가족 전체에 대해 총체적 관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서울 강서구의 상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중도금이 부족하자 법인 자금 10억원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무죄를 봤다. 추후 상가가 연예기획사로 소유권이 이전됐다는 취지다. 법인자금 1억원을 빼돌려 부동산 등기 비용에 쓴 점도 무죄로 인정했다.

또 형수 이씨의 경우 부모, 동생 등 가족들 전부가 이사나 감사 등으로 등기된 상황에서 이씨가 이사로 등기됐다는 이유만으로 회사 세무를 실질적으로 관리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이씨가 범행에 공모했다는 부분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박수홍 형의 죄는? 기획사 20억원 횡령 인정, 가족관계 전부 파탄냈다 질책

박씨 부부는 총 61억원 횡령혐의로 기소됐지만 재판부는 박 씨가 운영한 연예기획사 라엘과 메디아붐에서 각각 7억 원, 13억 원 총 20억 원을 횡령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박 씨)은 회사 직원의 복리후생비로 지출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복리후생비 지출 규정이 없고 회계장부상 복리후생비 항목에 법인카드 사용 항목이 포함되지 않는다”라며 유죄로 봤다.

또한 라엘에 허위직원을 두고 급여를 지급한 뒤 다시 돌려받는 식으로 횡령한 점에 대해 “절세 내지 탈세를 위해 허위직원을 등재하는 등 외형적으로 탈법적 방식을 사용했다”라고 지적했다.

메디아붐 자금을 아파트 관리비와 개인변호사 선임 비용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1인 회사라는 점을 악용해 사적 용도에까지 회사 자금을 사용했다”라며 “피고인은 법정에서도 여전히 탈세를 절세로 정당화했다. 경영자로서 윤리의식과 준법의식이 우려된다”라고도 따끔하게 질책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박수홍과 신뢰관계에 기초해 피해 회사들의 자금을 관리하게 됐으나 이를 주먹구구식으로 방만하게 사용해 가족관계 전부가 파탄에 이르게 된 결과에 대해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이번 사건 때문에 박씨는 물론 가족들 모두 대중의 지탄을 받아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며 “실형을 선고하나 구속 석방 이후 성실히 재판이 임한 점을 고려해 방어권을 보장하며 법정 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명인 친족간의 다툼이라는 점, 여론의 관심이 쏠린 재판이라는 점을 의식한 판시였다.

◇박수홍 측 “끝까지 간다” 항소의지 밝혀, 198억원 청구 민사재판에도 관심집중

박수홍 측은 즉각 항소 의지를 밝혔다. 박수홍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존재는 1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양형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퉈야 할 부분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검찰 측에 강력한 항소 의지를 전달하는 바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존재 측은 “박수홍의 인생을 파멸시키기 위해 고 김용호에게 허위사실을 제보해 악의적인 거짓방송을 사주하고, 지인을 통해 허위 악성댓글을 유포하여 극심한 고통을 주고 천륜까지 끊게 만든 형수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 허위사실을 무차별적으로 옮긴 수많은 악플러, 유튜버들과 긴 싸움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존재의 노종언 변호사는 15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양형의 부당성에 대해서 만약 2심에 들어가게 되면 저희도 적극적으로 다툴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노 변호사는 “재산의 포괄적 관리자 지위를 박씨한테 인정하면서도 재산이 증발된 부분에 대해서 검찰의 입증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 돈이 어디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는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형수의 무죄판결과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박수홍 측은 이번 재판과 별개로 친형 측에 198억원 상당의 민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형사 재판에서 일부 무죄가 나오면서 향후 민사 재판에 어떤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tha9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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