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 기자] 원로배우 백일섭이 졸혼으로 멀어졌던 딸과 한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속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한층 가까워졌다.

7일 방송된 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에서 백일섭이 딸 지은씨와 절연 후 첫 데이트에 나섰다.

백일섭과 딸 부부는 아이들 없이 만나기는 처음이라 어색함이 가득했고, 눈도 못 마주쳤다. 침묵을 안주 삼아 와인을 마시는 ‘무소음 부녀’의 모습에 MC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어색함을 깨뜨리기 위해 사위가 나섰다. 그는 “처음 만날 때 나랑 만나려면 1년 뒤에 결혼하자고 했는데, 진짜 1년 뒤에 결혼했다”라더니 “결혼식 날 와인이 나왔는데 아버지랑 장인어른이 ‘야, 소주 가져와’ 하셔서 드셨지 않냐”라고 추억을 꺼내 웃음바다가 됐다.

백일섭은 “너무 떨렸다. 막 눈물이 나올 것 같더라”며 딸의 결혼식에 술을 마셨던 이유를 털어놨다. 보청기를 낀 백일섭은 “한 7~8년 동안 상대방 대사가 안 들려서 신경을 쓰다가 보청기를 결국 꼈다. 머리가 아프고 무기력해져서 끼기 시작했지”라고 말했다.

지은씨는 “아빠가 그 전에도 귀가 안 좋으셨잖아. 그래서 TV도 엄청 크게 봤잖아. 보청기 했으면 했는데 아빠가 끼고 계셔서 너무 좋더라. 아빠가 귀가 밝으면 조곤조곤 말할 기회가 있었을 텐데”라고 말했다.

지은씨는 아빠의 청력 때문에 크게, 필요한 말만 해야 했다고. 그는 “남들이 보면 싸우나 할 정도로 큰 목소리를 내니까 더 소통이 힘들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위는 “이제라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백일섭은 “그게 집을 잘못 지어서 그래. 너무 크게 지었더니 대화가 오히려 단절이 됐어”라고 말했다.

백일섭은 한 번도 꺼낸 적 없던 어린 시절 이야기도 털어놨다. 백일섭은 “내가 엄마라고 부른 사람이 네 명이었다. ‘여기 있으면 사람 안 된다’고 엄마가 다른 누나가 돈을 줘서 친엄마를 찾아 서울로 올라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열일곱에 상경해 보니 엄마도 이미 재혼한 상태라 새아버지가 있는 상태. 백일섭은 “엄마는 안절부절 못했다. 미안해서. 새아버지는 술주정꾼이었다. 집에 가면 소리 지르는 모습뿐이었다. 거기서 배웠나보다. 지금 생각해 보면”이라며 자신의 술버릇을 거론했다.

결국 성까지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되자 더는 견디기 힘들었다. 그는 “동향 친구인 가수 남진을 알게 돼서 그 집에 가 있었다”라고 독립한 일화를 전했다.

잠깐 사위가 자리를 비운 사이 지은씨는 아빠와 둘만의 대화를 나눴다. 지은씨는 “남편 처음 만났을 때, 난 그게 있었거든. 아빠한텐 미안하지만 아빠처럼 술, 담배 안 하고, 놀러 다니지 않는 그런 사람을 찾았어”라고 말했다.

지은씨는 “친구들이 자기 아빠 같은 남자랑 결혼한다고 하면 부러웠다. 아빠는 다혈질이고 감정 기복이 있으셔서, 웃다가도 갑자기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게 무서웠다”라고 말했다.

마음은 있지만 가족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아빠의 말들을 듣던 지은씨는 “아빠가 많이 외로우셨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이날의 부녀 만남에서 사위 수찬씨는 백점만점 활약했다. 장인과 아내 사이를 유연하게 중재하는 모습에 전현무는 “나는 저런 사위가 되는 게 꿈이다”라며 감탄했다.

식사를 마치고 걸어가는 길, 다리가 불편해 걸음이 느린 아버지를 가만히 바라보던 지은씨는 슬며시 팔짱을 끼며 아버지 곁에 다가섰다.

백일섭은 이날 딸에게 외출용 코트를 사주고 싶다며 앞장 섰다. 고심 끝에 카멜색 코트를 고른 백일섭은 “손주들 옷 사줄 때도 좋았는데, 딸 옷 사주니까 더 좋아. 내가 우리 딸 옷 사주긴 난생 처음이다”라며 미소 지었다. gag11@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