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에 흥미로운 기사 내용을 접했다. 지난해 전국 골프장에서 홀인원이 47곳에서 1794개가 나왔고, 아시아나CC가 113개로 6년 연속 1위를 했으며 클럽 브랜드는 젝시오가 160개, 골프공은 타이틀리스트가 683개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흔히들 홀인원을 로또 1등 당첨에 비유하는데, 필자도 30년 동안 필드에서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고 스크린 3000번 치는 동안 홀인원 2번 한 것이 전부이다. 대부분의 골퍼가 깃대 근처나 홀컵 볼 한두 개 들어갈 정도까지 경험들은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홀컵으로 볼이 빨려 들어가서 홀인원이 되는 경우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게 현실이다.

내가 아는 지인은 오로지 홀인원을 지상 최대의 목표이자 골프를 치는 이유로 삼고, 수십 년을 한결같이 라운딩한다. 가끔 같이 쳐보면 홀마다 코스 매니지먼트를 잘해오다가, 파3만 나오면 눈빛이 공격적으로 변하면서 앞뒤 가리지 않고 핀대로 직접 샷을 해버린다. 로우 핸디임에도 불구하고 파3의 스코어는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그 열정만큼은 높이 평가해 주고 싶었다.

프로들은 파3홀을 가장 싫어한다. 최소한에 파로 마무리해야 하는데, 타수가 적어 자칫 보기로 끝나면 순위 경쟁에서 치명타를 입기 때문이다. 따라서 깃대를 직접 공략하지 않고, 안전하게 핀과 그린 사이로 샷을 하는 것이다. 반면 하수 아마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홀인원이나 버디를 하기 위해 무조건 핀 방향으로 공략한다. 여기서 문제는 볼이 핀 방향으로 가지 않고 와이파이로 어디로 튈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때로는 나무와 바위 맞고 그린으로 들어오고, 심할 경우에는 그린 앞 해저드 조형물을 맞고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런 비정상적인 눈먼 샷이 홀인원이 될 확률이 높다. 고수들은 볼이 핀빨(?)로 가더라도 홀컵 근처에 가거나, 깃대를 맞고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시 말해 홀인원은 실력과는 전혀 무관하며, 어쩌다 그 분(?)이 와서 주고 가는 행운의 선물에 불과한 것이다.

주변에 주식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다들 돈 딴 얘기만 하고, 그동안 잃은 얘기는 하지도 않는다. 골프도 지난번 어디 가서 버디를 몇 개 했고 이글도 했다고 하지만, 트리플 양파는 말도 꺼내지 않는다.

골프는 홀인원, 이글, 버디를 많이 하는 것보다 파를 지키고 리커버리를 잘 해서 트러블 샷이 발생하더라도 최소한 보기로 막는 것이 고수로 가는 지름길이다. 프로의 적은 보기다. 투어에 나가서 버디는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최악의 조건에서도 보기를 안 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마추어는 보기를 밥 먹듯이 하면서도 항상 머릿속엔 홀인원, 이글, 버디가 갈망으로 각인되어 있다. 필드에 가서 “오늘은 양파를 해도 좋다, 버디 하나만 하고 가자”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면, 연습장에서 죽어라 연습해 와도 스코어는 줄지 않는다. 차라리 “오늘은 올보기를 하더라도 더블은 하지 말자”는 마인드를 갖고 코스 매니지먼트에 신경을 쓴다면, 평소보다 좋은 스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홀인원이 누구나 평생에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최대의 이벤트 중의 하나임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동반자들에게 축하도 받고 싶고, 분위기 있는 데 가서 술도 사고 홀인원 패도 받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골프는 과학이면서도 확률의 게임이다. 우리가 살면서 날벼락을 맞거나 로또 1등이 될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에, 홀인원이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영원히 지워버려라. 스코어 카드의 파가 홀인원보다 더 귀하고 값진 선물이라 여기고 홀마다 코스 매지니지먼트에 신경 써서, 트러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리커버리 해서 파로 마무리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는 것이 진정한 고수로 가는 지름길이다. <골프칼럼니스트, ‘나나 잘 치셔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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