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사업 지원금 13.9% 줄어…과학기술계 “만만한 사업인가”

[스포츠서울 | 표권향기자]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열풍이 부는 가운데, 관련 중소기업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대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던 정부가 오히려 R&D(연구개발) 지원금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과학기술계도 정부 정책 반대에 뜻을 같이했다.

지난해 11월 챗GPT의 등장으로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자체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대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던 정부는 오히려 R&D(연구개발) 지원금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대한민국 디지털미래혁신대전 2023’에서 “혁신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거브테크 창업, 초거대 AI 기반 서비스 활성화를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말과 행동이 달라진 것이다.

최근 과기정통부는 내년 주요 R&D 예산을 올해보다 13.9%(3조4000억원) 줄였다. 이공계 대학 지원금 등 기획재정부가 간접 지원하는 일반 R&D 예산까지 더하면 감소율은 16.6%(5조2000억원)에 해당 된다. 매년 증가했던 R&D 예산이 삭감된 건 1991년 이후 33년 만이다.

특히 주요 R&D는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직접 지원되는 것으로, 국가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드는 필수항목이다. 이는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줄이지 않았던 분야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뿌려주기식 R&D’의 대표로 지목된 사업에 대해 “꼭 필요한 기업을 공정한 평가를 거쳐 선정”했다고 반박했지만, 과학기술계는 정부가 과학기술계를 ‘카르텔’로 매도했다며 비판했다. 결국 지난달 5일 과학기술 관련 단체들은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를 출범했다.

연대회의는 중기부가 발표한 ‘카르텔’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현 정부는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묵묵히 이바지해온 연구 현장을 비도덕적 카르텔로 매도하며 예산 삭감을 강행하고 있다”며 정부에 사과를 요구했다.

정부 예산 삭감 방침은 전부터 조짐이 보였다. AI 관련사를 운영 중인 A씨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억원이 깎였다”며 하소연했다. 그는 “올해 예산 7억원이 지급 예정됐었으나, 4억원만 받았다. 계획대로 진행해주길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 측은 내년에 해주겠다며 반복해서 상황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R&D 예산을 삭감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유권자들의 입맛에 맞는 지역 복지에만 초점을 맞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과학기술 개발 지원금을 줄였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경기도는 자체 진행하고 있는 R&D 연구 사업에 적극 지원에 나섰다. 지역 대학과 기업, 연구소가 참여하는 정기 모임을 개최하고 정보 교류를 확대해 동맹 체제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는 지원 대상 기업이 있는 화성과 안산시 등과 함께 34억원의 지원금을 마련했다. 이는 정부 예산에서 비롯된 지원금으로 볼 수 있지만, 뚜렷하게 말하면 지역 재산이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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