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말 첫타석 들어서는 오타니[포토]
일본 WBC 대표팀 오타니 쇼헤이가 11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B조 체코와 경기 1회말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그야말로 오타니 쇼헤이(29) ‘열풍’이다. 야구계 세계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나 부러울 수밖에 없는 선수다. 그러나 조금 다르게 볼 필요도 있다. 오타니가 지향점이 돼서는 곤란하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재’에 가깝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른 쪽을 봐야 한다. ‘팀 밸런스’다.

오타니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최상의 활약을 보였고, 메이저리그로 건너갔다. 빅리그도 폭격했다. 그것도 ‘투타 겸업’으로 해냈다. 2021년 타자로 155경기,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 OPS 0.964를 찍었고, 투수로 23경기 130.1이닝, 9승 2패 156탈삼진, 평균자책점 3.18을 만들었다. 만장일치 아메리칸리그 MVP에 등극했다.

2022시즌에도 타자로 157경기,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 OPS 0.875를 기록했고, 투수로 28경기 166이닝, 15승 9패 219탈삼진, 평균자책점 2.33을 올렸다. 타자로서 기록은 살짝 떨어졌지만, 투수로서 성적은 훨씬 낫다. 역대 최초로 한 시즌 30홈런과 200탈삼진은 만든 선수가 됐다. 1918년 베이브 루스(13승-11홈런)에 이어 104년 만에 단일 시즌에 10승-10홈런도 쐈다.

160km대 강속구 던지는 일본 사사키[포토]
일본 WBC 대표팀 사사키 로키가 11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B조 체코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이번 WBC에서도 명성 그대로다. 타자로 7경기 모두 출전해 타율 0.435, 1홈런 8타점 10볼넷, OPS 1.345를 작성했다. 투수로는 3경기(2선발) 9.2이닝, 2승 무패 11탈삼진, 평균자책점 1.86을 찍었다. 미국과 결승에서는 3-2로 앞선 9회초 올라와 1이닝 무실점으로 우승 확정 투수가 됐다. 대회 MVP도 오타니다.

일단 193㎝-95㎏의 체격조건부터 아시아 수준이 아니다.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둘 다 잘한다. 이런 선수는 어디에도 없다. 미국, 일본, 중남미 등 무수히 많은 야구 천재들을 배출한 나라에도 이런 선수는 없다. 앞으로 또 나올지도 의문이다.

결국 오타니는 ‘논외’로 놔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흔히 투수와 타자는 쓰는 근육이 다르다고 한다. 자칫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이도저도 아닌 선수가 될 수도 있다. 누구나 오타니처럼 될 수는 없다. 동경할 수는 있으나, ‘목표’가 되기는 어렵다. 천재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다른 선수들을 봐야 한다. 일본 대표팀의 경우 오타니가 최고 스타였지만, 오타니만 있던 것이 아니다. 투수에는 오타니보다 빠른 공을 던진다는 사사키 로키가 있고, 일본을 대표하는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도 있다. 요코하마의 에이스 이마나가 쇼타도 좌완 강속구 투수로 이름을 알렸다. 오타 다이세이, 다카하시 히로토 등 많은 투수들이 최정상급 피칭을 뽐냈다.

역전3타점 2루타 요시다[포토]
일본 WBC 대표팀 요시다 마사타카가 11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B조 체코전에서 2회말 2사 만루에서 싹쓸이 2루타를 때린 후 자축하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타자로 봐도 오타니에 버금가는 선수들이 많았다. 타율 0.409, 2홈런 13타점, OPS 1.258을 찍으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한 요시다 마사타카, 체면을 단단히 구기다 준결승-결승에서 호쾌한 장타를 뽐낸 무라카미 무네타카 등이 있고, 요미우리 4번 타자 오카모도 가즈마도 불방망이를 뽐냈다. 50억엔 타자 곤도 겐스케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투수가 됐든, 타자가 됐든, 오타니와 비견될 수 있는 수준의 선수들이 함께 대표팀을 구성했다. 오히려 다른 대표 선수들의 레벨이 높아 오타니가 덜 도드라져보일 정도다. 특출난 재능이 있으면 그쪽에 무게가 쏠리기 마련인데, 그런 것이 없었다.

‘오타니 같은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할 일이 아니다. 어차피 규격 외 선수는 결코 많이 나오지 않는다. 리그 최고로 꼽히는 선수들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먼저다. 오타니가 대단한 것은 맞지만, 전부는 아니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