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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우투수 백승현이 지난 1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시범경기에서 투구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2년 전 놀라움을 선사했던 그 모습을 되찾았다. 이대로 시즌을 맞이하면 시속 150㎞ 클럽에 또 한 명이 가입한다. LG 우투수 백승현(28)이 시범경기에서 재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그의 포지션은 투수가 아닌 유격수였다. 2015년 입단 당시 오지환 다음을 책임질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1군 무대에 올라서는 과정도 나쁘지 않았다. 안정된 수비로 착실하게 백업 구실을 했다. 문제는 타격이었다. 수차례 타격폼을 바꿨는데 좀처럼 답을 찾지 못했다.

우연이 운명을 바꿨다. 2019년 겨울 호주리그 질롱코리아에 참가해 의도치 않게 마운드에 올랐다. 야수로 경기를 뛰다가 어느날 투수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등판했다.

그리고 반전이 찾아왔다. 150㎞ 이상의 강속구를 거침없이 뿌리며 상대 타자를 압도했다.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호주리그를 마친 후에도 내야수로 2020년 캠프를 소화했지만 가슴 깊은 곳에 투수라는 두 글자가 남아있었다. 결국 2020시즌 중반 투수 전향을 다짐했다.

다짐은 성공을 향했다. 2021년 투수로서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당해 후반기에는 필승조로 올라섰다. 호주에서 보여준 막강한 구위도 인상적이었지만 더 놀라운 것은 제구였다. 투수 전향 1년차에 16경기 16.2이닝을 소화하며 볼넷 4개만 범했다. 탈삼진 10개에 볼넷 4개, 150㎞가 넘는 속구와 날카롭게 꺾이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마운드를 지켰다. 평균자책점 2.16으로 LG 막강 불펜진에 합류했다.

하지만 몸이 버티지 못했다. 단기간에 투수 전향을 한 만큼 통증이 찾아왔다. 2021년 겨울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았다. 2022시즌 신속히 그라운드로 올라왔으나 구속과 제구가 함께 떨어지고 말았다. 너무 빠른 변화에 따른 후유증이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1군 캠프 명단에 포함됐고 시범경기 기간 투수 첫 해 모습을 고스란히 되찾았다. 150㎞ 구속을 회복했다. 네 번의 시범경기에서 5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지난 21일 광주 KIA전에서 140㎞가 넘는 슬라이더로 땅볼 혹은 헛스윙을 유도했고, 150㎞ 묵직한 포심으로 힘과힘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 유영찬, 박명근과 함께 비좁은 LG 투수 엔트리 한 자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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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우투수 백승현이 지난 1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시범경기에서 호투한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150㎞ 파워피처를 좋아하지 않을 사령탑은 없다. 염경엽 감독 또한 백승현의 재도약을 유심히 바라본다. ‘승리와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만큼, 백승현에게도 문은 열려있다. 지난 2년 동안 전원필승조를 이룬 LG 불펜이지만 변화를 통한 향상을 피할 이유는 없다. 보다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들로 리뉴얼을 꾀한다. 작년 필승조로 활약한 고우석, 정우영, 이정용, 이우찬 외에 유영찬과 백승현까지 150㎞ 클럽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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