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말 수비 삼자범퇴\' 김광현[포토]
WBC 대표팀 김광현이 10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B조 일본전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한국 야구 대표팀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마무리됐다. 충격의 1라운드 탈락. 최고의 선수들을 선발했는데 신통치 않았다. 깊이 들여다보면 KBO리그의 위기와 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표팀은 13일 중국전을 끝으로 2023 WBC를 마쳤다. 22-2의 대승을 거뒀다. WBC 역대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을 썼다. 뒤늦기는 해도 시원하게 터졌다. 이 경기를 포함해 2승 2패. B조 조 3위에 머물렀고,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다.

반드시 잡았어야 했던 1차전 호주전에서 7-8로 진 것이 치명타가 됐다. 일본에 4-13으로 겨우 콜드게임을 면하며 졌다. 사실상 여기서 8강행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체코와 중국을 잡기는 했지만, 야구 수준을 고려했을 때 이기지 못하면 안 되는 상대들이다.

중국전을 마친 후 이강철 감독은 “국민들과 야구 팬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선수들은 정말 준비 잘했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내가 부족해서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야수보다 투수 쪽 성적이 안 좋았다. 생각한대로 뽑아왔는데 여기 와서 어긋나지 않았나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5회초 고영표 이어 등판한 원태인[포토]
WBC 대표팀 원태인이 9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B조 호주전에서 5회 등판해 공을 뿌리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역시나 마운드가 문제가 됐다. 1차적으로 컨디셔닝 실패가 크다. 선수들은 나름대로 착실하게 준비했다. 1월부터 미국, 일본 등 따뜻한 곳으로 날아가 몸을 만들었다.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소속팀 캠프 합류를 위해 다시 해외로 나갔고, 미국에서 집결했다. 이후 한국에서 이틀 훈련한 후 오사카를 거쳐 도쿄로 들어갔다.

대회가 열리자 운용 가능한 투수진은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고우석은 담 증세로 인해 한 경기도 뛰지 못했고, 김윤식은 1경기에 출전해 이닝 소화가 0이다. 김광현과 양현종도 각각 2이닝, 1이닝이 전부다. 원태인, 정철원, 김원중 등에게 과부하가 걸리고 말았다.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4강과 준우승을 차지했던 2006년과 2009년 대회와 비교하면 마운드에서 꽤 확연한 차이가 난다. 확실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에이스’ 카드가 없었다. 전에는 상대별로 낼 수 있는 카드가 있었다. 특히 ‘일본 킬러’는 항상 존재했다. 이강철 감독 또한 “당시는 선발, 중간에서 확실하게 투수를 정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2회말 등판한 소형준[포토]
WBC 대표팀 소형준이 13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B조 중국과 경기에서 2회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이번에는 아니다. ‘또 광현종’이라 했지만, 여전히 이들이 에이스다. 리그 기록이 보여준다. 지난해 규정이닝을 채운 22명 가운데 10명이 외국인 투수다. 토종은 12명. 그리고 이 12명 중 8명이 이번 대표팀에 왔다. 김광현, 소형준, 고영표, 곽빈, 양현종, 이의리, 박세웅, 원태인이다.

이 가운데 2점대 평균자책점 기록자는 김광현 딱 1명이다. 규정이닝 22명의 평균자책점의 중간 지점이라 할 수 있는 ‘3.20’으로 계산해도 소형준(3.05) 1명이 추가될 뿐이다. 번외로 구창모가 있다. 11승, 평균자책점 2.10을 찍었다. 이닝이 111.2이닝으로 적다.

시즌 내내 꾸준하게 에이스로서 활약한 투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뜻이다. 외국인 투수들이 각 팀의 원투펀치를 맡고 있기에 토종의 비중이 확연히 줄었다. 규정이닝을 채우면서 2점대 평균자책점을 만든 외국인 투수가 6명이나 된다. 교체로 들어와 위력을 보인 숀 모리만도, 토마스 파노니 등도 있다.

일본에서도 짚었다. 일본 대표팀 출신의 사토자키 도모야는 “KBO리그는 외국인 투수들이 주축이다. 자국 투수들을 키우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KBO리그와 대표팀 입장에서는 뼈를 제대로 맞은 모양새다.

8회초 등판한 김원중 [포토]
WBC 대표팀 김원중이 12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B조 체코전 8회초 1사 1루에서 올라와 역투하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불펜 쪽은 어찌 보면 그나마 나았다. 롯데의 마무리 김원중, 두산의 필승조 정철원이 ‘혹사’ 소리를 들으면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용찬 또한 필요할 때 올라와 힘을 냈다. 다만, LG 필승 듀오 정우영과 고우석이 제대로 던지지 못한 것은 치명적인 부분이 됐다.

물론 국내 투수 중에 안우진이라는 에이스가 있다. 그러나 야구 외적인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뽑히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은 “결정에 대해서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후회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안우진이 빠지니 인재풀이 ‘확’ 줄어들고 말았다.

이 흐름을 깨야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젊은 선수들의 한계를 봤다. 대신 경험치를 쌓은 대회이기도 하다. 다음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선수 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단순하게 선수에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외국인 투수가 있으니 리그에서는 할 수 있지만, 국가대표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번에 제대로 느꼈다. 거대한 위기에 봉착했다. 남은 것은 슬기롭게 극복하는 일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멀리 보고 가야 한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