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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피지컬100’ 준우승자 정해민. 제공|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제작진도, 우진용 씨도 여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저 답답할 뿐이다.”

수화기 너머 긴 한숨이 전해졌다.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100’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경륜선수 정해민은 6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몇 번이나 “우진용 선수가 욕 먹을까봐 나도 조심스럽다”고 강조하면서도 “그렇지만 거짓은 거짓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1위에 오른 ‘피지컬:100’이 지난달 21일 최종화가 공개된 뒤 2주가 넘도록 결승전 경기의 공정성 여부를 두고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3번의 재경기가 있었다”는 보도 이후 제작사인 MBC, 준우승자 정해민, 우승자 우진용 등의 입장이 ‘핑퐁’한 가운데, 정해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정해민은 지난 달 28일 ‘피지컬:100’의 결승전 조작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결승전에서 크로스핏 선수 우진용과 만난 정해민은 ‘무한 로프 당기기’ 퀘스트에서 자신이 앞서던 중 상대 선수인 우진용이 소음문제로 경기를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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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공개한 넷플릭스 ‘피지컬:100’ 타임라인.

논란이 확산되자 제작진은 ‘스포츠서울’에 당시 오디오파일에 근거한 타임라인을 공개했다. MBC가 공개한 타임라인에 따르면 줄타래 소음 문제로 1차 경기가 중단됐고 줄타래에서 풀린 밧줄이 회전하던 줄타래 줄과 엉키는 문제로 다시금 경기가 중단됐다. 제작진은 중단시간이 길어질 경우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두 출연자에게 사과와 양해를 구했다고 전했다.

여기서 누가 경기를 중단 시켰느냐를 놓고 정해민은 “우진용이 중단시켰다”는 입장이고, MBC와 우진용 측은 “제작진의 판단이었다”는 입장이다. 우진용은 자신의 채널을 통해 “내가 손을 들고 경기를 먼저 중단 시켰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해민은 6일 스포츠서울과 전화인터뷰에서 “제작진이 공개한 타임라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해민은 “우진용 선수가 먼저 손을 들고 중단한 게 맞다. 그 장면을 본 다수의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며 “심지어 우진용 선수 당사자가 자신이 경기를 중단했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우진용 선수와 제작진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해민은 “우진용 선수 역시 참가자다. 의도치 않게 욕을 많이 먹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제작진이 선수 보호 차원에서 시킨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거짓을 거짓으로 덮으려는 시도는 현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계 소음으로 우진용 선수가 경기를 중단한 것 역시 충분히 항의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제작진이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 처음에는 오디오 문제라고 했고 두 번째는 줄을 잘라내고 경기를 재개했다고 하는데 나는 내가 45m를 앞서는지도 몰랐고 내게 줄을 확인해보라는 언급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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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피지컬100’의 한장면. 제공|넷플릭스

정해민에 따르면 ‘피지컬:100’이 결승에 이르기까지 경기 도중 멈춘 사례는 결승전이 처음이다. 정해민은 “부상 등의 사고는 있었다. 그런 이유들은 납득할만한 상황이었지만 앞서 다른 경기들은 제작진이 개입할만한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정해민은 장호기PD 등 제작진의 연락을 거부하고 있다. 정해민은 “장호기PD에게 계속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내게 ‘우진용 선수가 손을 든 적이 없다며 원본을 보여줄 수 있다’고 하는데 내 입장에서는 장PD가 보여주는 영상이 원본인지 편집본인지 어떻게 알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장PD랑 사적으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내게 개인적으로 원본을 보여줄 게 아니라 유튜브 등의 플랫폼 등을 통해 원본을 공개하는 게 최선이다. 대기시간에도 카메라는 계속 돌아갔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상황인지 알려야 한다”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정해민은 경륜계의 내로라하는 스타다. 그의 부친은 2009년 51세 나이로 은퇴한 경륜 1기 정행모 선수다.

그는 “내가 우진용 선수에게 져서 2등한 게 억울한 게 아니다. 이런 과정들이 감춰진 상황에서 현역 선수가 진 게 억울하고 내가 거짓말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상황이 억울하다”며 “주변에서는 법의 도움을 빌리라는 조언도 하는데 그 부분은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제작진이 계속 거짓말을 하니 나도 마무리를 짓고 싶은데 짓지 못하는 상황이다. 제작진은 참가자의 명예를 얘기하는데 나는 명예를 지키고 싶어서 나선 것이다. 내게 사과 말고 대중에게 사과하기 바란다”고 일침을 놓았다.

정해민은 지난주부터 자신의 본업인 경륜선수로 돌아갔다. 경기에 집중해서 임해야 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피지컬:100’으로 무거운 상황이다. 그는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그 부분은 내가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럴 때일수록 본업에 더욱 충실해야 할 것 같다”고 다부진 다짐을 전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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