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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장시환, 문동주, 한승혁(왼쪽부터)이 지난 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벨뱅크파크에서 불펜피칭을 하고 있다. 제공 | 한회 이글스

[스포츠서울 | 애리조나=윤세호기자] 실점이 많으면 승리할 수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하위권에 자리한 한화가 그렇다. 지난해 10구단 최다 759실점을 기록했다. 팀 평균자책점 4.82로 이 부문에서도 최하위, 실책도 133개로 최다 실책팀이었다. 실점과 직결되는 투수력과 수비력 모두에서 바닥을 찍었다.

변화를 피할 수 없었다. 프랜차이즈 스타 정민철 단장과 계약이 만료되면서 손혁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를 단장으로 임명했다. 한화는 투수코치와 감독, 그리고 해설위원으로 꾸준히 KBO리그를 경험해온 손혁 단장이 또다른 시각으로 팀을 재건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손 단장이 느낀 한화의 문제점은 너무 많은 실점이었다. 실점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고 팀이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찾아 코칭스태프 개편부터 진행했다. 2021년 KT 통합우승에 힘을 보탠 박승민 투수코치, 그리고 80억원 포수 유강남 육성에 핵심구실을 한 김정민 배터리 코치를 영입했다.

코치가 바뀐다고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 코치는 한화가 부족했던 부분에 있어 스페셜리스트다. 박승민 코치는 KT 시절 마운드에 하이볼을 심어놓았다. 투수들에게 부지런히 하이볼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를 루틴화했다. KT 투수들은 몸을 풀고 공을 던지는 시작점을 하이볼로 한다. 자연스럽게 하이볼에 익숙해졌고 KBO리그에서 스트라이존 상단을 가장 잘 활용하는 팀이 됐다.

손 단장은 “우리 팀에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꽤 있다. 젊은 투수들은 최고 구속이 150㎞를 넘는다”며 “단기간에 야수들의 수비를 끌어올리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삼진과 뜬공이 많아지면 수비가 약해도 아웃카운트를 올릴 수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코치는 현역 시절 보여준 절묘한 프레이밍을 포수들에게 고스란히 이식한다. 대표적인 선수가 유강남이다. 외국인투수도 감탄을 숨기지 않은 프레이밍으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간다. 손 단장은 “지금까지 본 포수 중 프레이밍을 가장 잘하는 포수가 김정민 코치님이었다. 현역에서는 유강남이다. 프레이밍에 있어 유강남은 다른 현역 포수들과 차원이 다르다. 우리팀 외국인코치들도 유강남 같은 프레이밍은 못 봤다고 할 정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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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문동주(가운데)가 지난 8일(한국시간) 장시환, 한승혁과 짝을 이뤄 불펜피칭을 하고 있다. 제공 | 한화 이글스

지난 8일 불펜피칭에서 변화를 꾀하는 한화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한화는 문동주, 장시환, 한승혁, 박준영, 한승주, 윤대경, 윤산흠, 장민재 등이 3인 1조를 이뤄 불펜피칭에 임했다. 그리고 포수 최재훈, 박상언, 허관회, 이성원이 이들의 공을 받았다. 지난해와 달리 하이볼의 비중이 높았고 하이볼과 조화를 이루는 커브 혹은 슬라이더 구사가 눈에 띄었다. 포수들은 공 하나하나를 스트라이크존에 머물게 하도록 프레이밍했다.

손 단장은 “이따금씩 포수가 낮게 떨어지는 공을 덮어버리듯 받을 때가 있다. 여러모로 안 좋은 플레이”리며 “스트라이크존 하단에 걸치더라도 포수가 공을 덮어버리면 심판은 당연히 볼 판정을 한다. 투수는 표정을 감추려 해도 티를 안 내기가 힘들다. 투수가 흔들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프레이밍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하루 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그래도 방향을 잡고 추구하면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날 베테랑 포수 최재훈은 김정민 코치에게 배운 프레이밍을 활용하며 쉬지 않고 투수들의 공을 받았다. 입단 동기 문동주와 박준영은 140㎞ 후반대 하이 패스트볼, 그리고 하이볼과 짝을 이루는 커브와 슬라이더를 던졌다.

한화가 막강 마운드를 자랑하는 KT와 LG의 DNA를 심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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