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혜
tvN 드라마 ‘환혼’에서 진호경 원장 역을 연기한 배우 박은혜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말레이시아에 갔더니 10대 후반 여학생들이 ‘마마진’이라며 알아봐 신기했다.”

MBC 한류대작 ‘대장금’(2004)의 연생이 역으로 원조 한류를 일군 배우 박은혜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환혼:빛과 그림자’(이하 ‘환혼2’)의 인기에 새삼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환혼’은 가상국가 대호국을 배경으로 ‘환혼술’(영혼을 바꾸는 술법)이라는 낯선 소재를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는 환혼술로 인해 넝쿨처럼 얽히고 설키는 사랑이야기로 주목받으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환혼2’의 경우 넷플릭스가 자체 집계하는 글로벌 톱10 순위에서 무려 1152만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비영어권 TV부문 7위에 오르는 등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했다.

‘대장금’을 통해 K콘텐츠의 인기를 먼저 실감했던 박은혜는 극 초반만 해도 ‘환혼’의 인기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소셜미디어계정 팔로워가 늘고 낯선 언어의 댓글이 달리는 최근 상황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 듯 웃었다.

“‘대장금’의 인기가 워낙 뜨거워 ‘환혼’의 인기를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 ‘대장금’은 이란에서 시청률 70%를 기록했고 아프리카권까지 진출한 작품이다. 루마니아 여행 때도 ‘대장금’의 연생이라고 알아봐주시기도 했다. ‘환혼’은 아시아권에서 많이 보는 듯 한데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계속 늘고 있다. 무엇보다 중학생 조카들이 무척 좋아한다. 물론 학생들 사이에서는 황민현 씨(서율 역) 인기가 가장 높다고 하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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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환혼’에서 진호경 원장 역을 연기한 박은혜. 제공 | tvN

박은혜가 연기한 진호경은 모계 승계를 이어가고 있는 진씨 집안의 수장이자 진요원의 원장이다. 진요원은 대호국의 신비로운 힘을 지닌 물건들을 비밀스럽게 보관하는 장소로 원장의 신력으로 힘을 다스린다. 때문에 진호경은 왕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권력을 지녔지만 어린 시절 장녀 진부연(고윤정 분)을 잃어버린 아픔을 지녔다.

“처음 ‘환혼’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만 해도 ‘환혼술’로 바뀐 영혼이라는 복잡한 세계관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첫 대본을 받는 순간 술술 읽히며 자식을 잃어버린 진원장의 마음에 공감하게 됐다. 나도 두 아이의 엄마다보니 내 자식을 살리기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진호경의 잃어버린 딸 진부연의 혼은 ‘파트1’에서 낙수가 환혼한 무덕(정소민 분)의 몸에 스며들어가지만, ‘파트2’에서는 아예 낙수(고윤정 분)의 몸으로 살아간다. ‘파트1’에서 무덕이 진부연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진호경은 ‘파트2’에서 원수나 마찬가지인 낙수의 얼굴을 한 딸을 거두게 된다.

“내 진짜 딸의 몸을 원수가 뺏다니, 나 같아도 화가 날 것 같다. 하지만 원수의 얼굴을 한 딸이니 진호경 원장의 마음도 오락가락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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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환혼’에서 진호경 원장 역을 연기한 박은혜. 제공 | tvN

박은혜는 극중 분한 세 명의 딸 무덕, 낙수, 초연(아린 분)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이돌 스타의 엄마 역할이라 다소 주저하는 마음도 생겼지만 아린의 모친과 3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이제 내가 나이든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파트1’ 말미 무덕이 진원장에게 ‘어머니’라고 외치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현장에서도 소름이 쫙 끼치며 울컥했다. 소민에게 ‘네가 다 살렸다. 정말 잘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초연 역의 아린이는 ‘대장금’의 연생이를 보는 느낌이다. 당시 나도 신인으로서 이례적으로 대작에 출연한건데 가수 출신인 아린이가 이렇게 큰 작품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맡으니 얼마나 떨릴까. 만약 ‘대장금’을 지금 리메이크 하면 아린이가 연생이를 맡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다. 우리 아들들도 아린 누나의 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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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은혜가 1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사극을 통해 고전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박은혜는 판타지 사극인 ‘환혼’에서는 눈꼬리를 치켜올리는 개성 강한 메이크업으로 시선을 끌기도 했다. 박은혜는 “사극이라 해도 해보지 않은 역할과 작품에 마음이 끌린다. 이제 해외에도 진출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20년 넘게 배우생활을 했는데도 해보지 않은 역할이 더 많다. ‘환혼’도 내 나이에 처음하는 역이라 힘들었는데 50~60대가 되면 더 힘들 것 아닌가. 연기자가 ‘이 역할은 내게 맞지 않다’고 고사할 때가 있지만 특정한 나이대가 지나면 그 역할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 나도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해외에도 진출하고 싶다. 불러만 주신다면 세계 어디든 다 가겠다.(웃음)”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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