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모
LG 문성주(가운데)가 지난 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자이언츠 컴플렉스에러 열린 특별 타격훈련 시간을 앞두고 이호준 코치, 모창민 코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애리조나 | 윤세호기자 bng7@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애리조나=윤세호기자] 캠프 휴식일이었던 지난 5일(한국시간) LG 염경엽 감독과 이호준 타격코치가 마주한 자리는 무거웠다. 둘은 지난해 도약한 신예 타자를 두고 한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변화를 택한 선수의 뜻을 존중하고 싶었으나 훈련에서 보여준 결과가 좋지 않았다. 염 감독과 이 코치는 선수와 대화를 나눈 후 이전의 타격 메커닉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하기로 했다.

염 감독과 이 코치의 대화 주제는 외야수 문성주(26)였다. 문성주는 지난해 106경기 390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303 6홈런 9도루 41타점 55득점 OPS 0.823으로 활약했다. 홍창기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혜성처럼 등장해 쉬지않고 출루했다. LG에 또 한 명의 신데렐라맨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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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문성주가 지난해 8월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SSG와의 경기 6회초 SSG 선발 폰트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문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그런데 문성주는 이번 캠프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스윙의 각도가 높아지면서 스윙 후 오른손이 머리 위로 높이 향했다. 누가봐도 장타를 의식해 변화를 택한 모습이었다.

기본적으로 지도자들은 선수가 원하는 방향을 마냥 반대하지 않는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비시즌부터 고민하고 실행한 방향을 이어가면 분명 얻는 게 있다. 하지만 염 감독과 이 코치는 문성주가 무모한 도전에 임한다고 판단했다. 이미 완성도 높은 스윙 메커닉을 보유했고 지난해 결과도 냈는데 확률이 낮은 방향을 선택했다고 봤다.

때마침 6일은 이 코치와 모창민 코치가 문성주를 특별지도하는 날이었다. LG는 이번 캠프에서 유망주 선수 위주로 이 코치와 모 코치의 특별 개인지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송찬의, 3일에는 문보경, 4일에는 이재원이 특별지도 대상이었다. 강훈련이 아닌 40분 가량 천천히 티배팅을 하면서 깊은 대화를 나누고 방향을 설정한다.

특별지도 시작에 앞서 이 코치는 문성주에게 “어제 한 시간 동안 감독님과 너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감독님과 나는 네가 왜 변화를 줬는지 이해는 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다. 이에 대한 네 생각부터 들어보고 싶다”고 물었다. 문성주는 “함께 경쟁하는 (이)재원이와 (송)찬의 모두 장타력을 갖춘 타자다. 내가 이들 만큼 장타력을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장타의 비중을 높이고 싶었다. 그래서 비시즌 동안 웨이트를 많이 하고 스윙 궤도를 수정했다”고 답했다.

문성주 입장에서는 단행할 수 있는 변화였다.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린 2022시즌이었으나 팀에서 위치는 4, 5번째 외야수다. 국가대표 김현수와 박해민, 2021 외야수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홍창기, 새 외국인야수 오스틴 딘이 외야진에 자리하고 있다. 문성주 입장에서는 지난해보다 월등히 나은 모습을 보여야 주전으로 올라설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발전 포인트를 장타로 뒀다.

문제는 바뀐 스윙궤적이 문성주의 장점을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문성주는 정확도와 선구안을 두루 갖춘 타자다. 스윙궤적이 좋아 배트가 볼에 맞는 면적이 크다. 더불어 히팅포인트가 뒤에 있어 공을 보는 데에도 유리하다. 늘 3할대 타율과 4할대 출루율을 기대할 수 있는 기량이며 모두가 부러워하고 따라하는 타격 메커닉이다. 그런데 문성주가 자신의 장점을 포기하려 한다는 게 염 감독과 이 코치의 진단이었다.

그래서 염 감독과 이 코치는 문성주가 이전부터 보여준 스윙의 장점을 강조했다. 염 감독은 문성주가 다시 지난해처럼 스윙하는 모습을 보고 “옐리치 같네. 폼이 이쁘다. 정말 좋다”고 칭찬했다. 염 감독이 말한 메이저리그 외야수 크리스티안 옐리치는 LG 코칭스태프가 타격 표본으로 삼은 선수다. 2018년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했는데 염 감독은 당시 옐리치의 스윙을 핸드폰에 저장해놓았다. 간결하면서도 강한 회전으로 배트를 휘두르는데 타격시 배트가 공에 맞는 면적이 넓어 부채꼴로 빠른 인플레이 타구를 만든다.

사령탑과 담당 코치의 설명을 들은 문성주는 지난해 스윙 메커닉으로 돌아간 채 티배팅을 마쳤다. 훈련 후 그는 “사실 갈피를 못잡고 있었다. 비시즌부터 계속 내 타격에 대해 방황했는데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다시 방향을 잡아주신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급한 마음도 있었다. 우리팀 외야진은 국가대표다. 그래도 다시 정한 방향으로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나 자신을 갈고닦으면서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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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내야수 송찬의와 문성주와 타격훈련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현재 염 감독 구상에서 문성주는 주전 바로 다음에 자리한 선수다. 기본적으로 좌익수 김현수, 중견수 박해민, 우익수 오스틴, 지명타자 홍창기로 라인업을 짜지만 넷 중 한 명이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부상으로 이탈하면 문성주가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다.

염 감독은 “지금은 이렇게 구상을 하지만 시즌 중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기본적으로 컨디션이 안 좋은 타자를 무리해서 선발 출장시키지 않을 것이다. 4타수 무안타가 보이는 데 내보낼 수 없다. 문성주는 이러한 상황에서 첫 번째 옵션이다. 그리고 문성주가 잘 하면 누군가 자리를 빼앗길 것”이라고 외야진 뎁스를 최대한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문성주는 “그래도 작년에 보여드려서 3000만원 받던 내가 9500만원으로 연봉이 올랐다. 하지만 이대로 만족할 수 없다. 올해 더 잘해서 연봉협상에서 큰 소리도 치고 싶다. 올해 타율 3할3푼은 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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