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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장원준이 2일 블랙타운구장에서 불펜투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스포츠서울 | 블랙스톤(호주)=장강훈기자] “6년 만에 처음인데요.”

은퇴했으면 아쉬울 뻔했다. 아직 뚜껑을 열지 않았지만, 컨트롤 아티스트 찬사를 되찾을 가능성을 던졌다. 두산 장원준(38)이 불펜에서 재기 기대감을 키웠다. 통증이 재발할 것이라는 부담을 덜어냈고, 부드럽고 유연한 특유의 폼으로 원하는 곳에 공을 뿌려댔다. 최고구속은 138㎞까지 측정됐고, 회전도 직진성도 좋을 때 모습에 가까웠다.

장원준은 2일 호주 블랙타운 베이스볼센터(블랙타운구장)에서 캠프 시작 후 첫 불펜피칭을 했다. 불펜포수와 양의지가 번갈아가며 포구했는데, 둘 다 연신 고개를 끄덕일만큼 인상적이었다. 투구 수는 30개였고 첫 투구인만큼 속구 위주로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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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의지(왼쪽)와 이승엽 감독이 2일 블랙타운구장 불펜에 설치한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을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블랙타운구장 불펜에는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을 흰색 줄로 만들어뒀다. 코치진은 ‘낮은 코스로 날아드는 공’ 감각을 익히려는 의도로 기존 스트라이크존보다 2개가량 낮게 설정했다. 장원준은 좌우뿐만 아니라 상하 보더라인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포수가 미트를 대면, 오차없이 들어가는 공이 대부분. 미트를 차고 들어가는 묵직한 구위도 눈에 띄었다.

장원준은 “캠프 시작 이틀 만에 불펜피칭한 건 2017년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2018년 스프링캠프에서도 불펜투구를 했지만, 당시엔 고관절 통증 때문에 전력투구하지 못했다. 2017년에는 일본 미야자키에서 캠프를 시작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합류로 오키나와로 이동했다. 오키나와에서 양의지와 처음 배터리 호흡을 맞췄는데, 당시 대표팀 투수코치였던 선동열 감독에게서 ‘밸런스는 대표팀 투수 중 최고’라고 극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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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장원준이 2일 블랙타운구장에서 불펜투구를 하고 있다. 이승엽 감독(왼쪽)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이날 투구는 당시 모습을 떠올리게 하기 충분했다. 장원준도 “통증에 대한 부담없이 투구한 건 6년 만이다. 던지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느낌으로, 그것도 캠프 초반에 불펜투구한 기억이 어렴풋하다”며 웃었다. 그는 “보강훈련도 꾸준히하고 있고, 던지는 감각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며 과제도 공개했다.

좋을 때 모습을 회복하면, 선발 한자리를 꿰찰 수도 있다. 제구와 완급조절, 경기운영 능력 등은 이미 검증을 마친 129승 투수다. 2017년 14승9패 평균자책점 3.14로 선발진 기둥 역할을 한 그는 2018년부터 부상과 수술 등으로 굴곡을 겪어 2021년까지 4년 동안 97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승리를 추가하지 못해, 통산 승수가 129에 멈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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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장원준이 2일 블랙타운구장에서 포수 양의지를 향해 공을 던지고 있다. 블랙타운(호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그러나 지난해 27경기에서 23이닝을 던졌고 6홀드(1패) 평균자책점 3.71로 재기 신호탄을 쐈다. 적지않은 나이 탓에 은퇴기로에 섰지만, 이승엽 감독이 “은퇴시기는 자신이 결정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 투수”라며 “1년 더”를 외쳤고, 다시 한번 마운드에 우뚝 설 기회를 잡았다.

투수라면 선발 욕심이 있을 터. 장원준은 “구속이 나와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면서도 욕심없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장원준이 두산팬 곁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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