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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청담 리베라호텔에서 진행된 2023 WBC 대표팀 오리엔테이션 모습. 제공 | KBO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지난 겨울 SSG에서 시작한 비FA(프리에이전트) 다년 계약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많은 선수들이 FA에 앞서 다년계약을 고민한다. 가능하면 한 팀에서 하나의 유니폼만 입고 커리어를 마치고 싶은 게 선수의 심정이다. 핵심선수 대다수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꿈꾼다.

구단도 마찬가지다. 스토브리그마다 나오는 내부 FA는 구단 입장에서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적시 전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성난 팬심과 마주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SSG는 지난 겨울 박종훈, 문승원, 한유섬에 이어 미국에서 돌아온 김광현까지 네 명의 중심선수를 모두 비FA 다년계약으로 붙잡았다. 2022시즌 상위 40인 총연봉 248억7512만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같은 해 키움이 기록한 49억 9422만원에 5배에 가깝다. 그리고 SSG는 KBO리그 40년 역사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정규시즌 우승, 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아낌없는 투자가 성공의 지름길이 된 셈이다.

이후 SSG의 행보에 삼성, 롯데, NC, LG가 동참했다. 삼성은 지난해 2월 구자욱과, 롯데는 지난해 10월 박세웅과, NC는 지난해 12월 구창모와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지난 19일 LG가 오지환과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하며 오지환은 사실상 종신 LG 선수가 됐다. 모두 특급 선수이며 지금까지 비FA 다년계약자 8명 중 4명이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태극마크를 단다.

그리고 비FA 다년계약 다음 주자도 WBC 대표팀에 있을 확률이 높다. 2024시즌 후 LG 고우석과 KT 고영표가 FA가 될 수 있다. 해외진출 변수를 제외하면 고우석과 고영표 모두 FA 시장에서 최고 가치를 자랑할 게 분명하다. 고우석의 경우 FA 계약 첫 해 만 27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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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청담 리베라호텔에서 진행된 2023 WBC 대표팀 오리엔테이션 모습. 제공 | KBO

NC와 구창모의 경우처럼 원태인, 이의리 또한 몇 년 후에는 비FA 다년계약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원태인과 이의리 모두 도쿄올림픽에 이어 이번 WBC에서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원태인이 선발투수로 4시즌, 이의리가 선발투수로 2시즌을 보냈지만 구창모 또한 등록일수는 채운 시즌은 네 차례 뿐임에도 다년계약을 맺었다. 시간이 흘러 소속팀에서 확신이 생긴다면 원태인과 이의리 역시 자연스럽게 다년계약을 논의하는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지난해 홀드왕 정우영도 해외진출 이슈를 제외하면 LG에서 고우석과 함께 향후 다년계약 대상이다.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일반화된 다년계약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막 데뷔한 선수와도 다년계약을 맺는다. 샌디에이고는 두 시즌을 뛴 당시 만 22세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14년 3억40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MLB에서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 중 한 팀인 탬파베이는 2021년 11월 당시 만 20세 완더 프랑코의 70경기 모습만 보고 11년 1억8200만 달러 계약을 진행했다. 서비스타임 6년을 채우면 얻는 FA 자격에 앞서 일찍이 팀내 최고 유망주와 오랫동안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을 약속했다. 애틀랜타는 20대 주축 선수들과 꾸준히 다년계약을 맺는다.

KBO리그는 아직이다. 그래도 미래에는 이처럼 신예 선수들의 다년계약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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