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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현정기자] 배우 이민정이 영화 ‘스위치’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2012년 ‘원더풀라디오’ 이후 11년만의 스크린 나들이다. 2009년 KBS2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이민호 분)의 약혼녀인 재기발랄한 하재경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2013년 톱스타 이병헌과 결혼, 아들을 둔 주부이자 엄마로 스크린에 돌아와 싱그러운 미모와 현실적인 모습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4일 개봉한 ‘스위치’(마대윤 감독)는 캐스팅 0순위 천만 배우이자 자타공인 스캔들메이커,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만끽하던 톱스타 박강(권상우 분)이 크리스마스에 인생이 180도 뒤바뀌는 순간을 맞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민정은 극중 박강의 첫사랑이자 크리스마스날 인생이 뒤바뀌어 톱스타에서 매니저 겸 재연배우로 살아가는 박강의 아내로 쌍둥이 남매와 소박하게 살아간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민정은 밝은 미소속에 시종 털털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소감과 연기관, 톱스타 이병헌의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가는 일상을 생생히 전했다.

◇일상에선 평범한 엄마..인생이 뒤바뀌는 체험하다면 결혼 전으로 돌아가고파

이민정은 ‘스위치’가 공개된 뒤 ‘아는 맛인데 맛있다’는 어느 기자의 표현이 최고였다고 감탄했다. 김치찌개 맛을 몰라서 매일 먹는 게 아니듯 더 많이 생각나고 손이 가는 게 아는 맛인데 맛있는 것이라며 “영화도 클래식하고 너무 뻔한데도 보게 되지 않나. ‘스위치’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끝을 몰라 궁금해 읽은 건 아니다. 스릴러는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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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갈망 때문에 영화연출 등 영화 일을 하고 싶어 대학(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진학과 배우를 시작한 그가 11년이 걸려서야 스크린으로 돌아온 이유는 뭘까. “영화라는 장르가 여배우의 롤이 많이 없다. 그 와중에 여배우가 울림을 주면서 따뜻하게 남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다. 영화는 10년, 20년이 지나도 꺼내보고 소장하는 책 같은 느낌이다. 내 컬렉션에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해서 섣불리 선택하지 않고 신중해진다. ”

극중 상큼한 첫사랑의 모습부터 두아이의 엄마이자 아내로 사랑스러우면서도 현실적인 주부의 모습까지 자연스레 표현했다. 주부로서 자신의 실제 모습에 대해 “모든 엄마는 다 똑같다. 일할 때 말고는 최대한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얘기도 많이 한다”며 “결혼과 출산이 늦은 친구들에 비해 내가 첫 주자여서 임신했을 때 육아책을 50권쯤 읽었다. 36개월까지 아이의 애착이 잘 형성되면 평생이 편하다 해서 죽었다고 생각하고 36개월까지는 촬영이 있어 밤을 새더라도 애랑 놀아줬다”고 웃었다.

영화 속 박강이 크리스마스날 인생이 뒤바뀌는 것처럼 이민정도 그런 체험을 할 수 있다면 결혼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여행도 많이 다니고 하고 싶은 대로 했지만 하루라도 집에 있었던 게 후회된다고 했다. “대학생활을 열심히 하긴 했는데 대학가에서 으쌰으쌰하고 놀진 않았다. 어제 동기들과 송년회였는데 훌쩍 21년이 가서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1분 1초도 허투로 보내지 않고 더 놀 거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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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웃음에 진심…‘이병헌 요새 싸잖아’ 대사에 웃을 수 있으면 오케이라더라

그가 주연한 ‘스위치’에서 남편 이병헌은 등장 없이 대사 만으로도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이병헌과 절친한 권상우와 부부로 호흡을 맞춘 것과 관련해 “상우 오빠 캐릭터가 진짜 잘할 수 있는 거라 시나리오 볼 때 되게 어울릴 것 같다고 하니까 병헌 오빠도 ‘아 권상우가 잘 하는 거야? 재밌겠네”라고 말했다며 “상우 오빠는 인터뷰 때 키스신에서 병헌 오빠의 눈치가 보였다고 하지만 극중 여자가 적극적이어야 재미있어서 상우 오빠가 벽에 밀리는 느낌이어야 해서 내가 덮쳐 한큐에 잘 넘어가 즐겁게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권상우 뿐 아니라 이민정의 애드리브도 곳곳에서 웃음을 안긴다. 택시를 탄 뒤 자신에게 일어났던 이야기를 하는 권상우에게 “지랄하고 있네”하고 툭 내뱉는 장면이나 동네 엄마들이랑 ‘아모르파티’를 부르며흥겨운 시간을 보내다 마이크를 손에 쥔 채 잠든 장면도 이민정의 아이디어였다.

또한 오정세가 극중 ‘이병헌 요새 (출연료) 싸잖아’라고 애드리브하는 장면을 찍은 뒤 이병헌에게 허락을 받아오라고 했다며 “오빠한테 얼핏 물어봤더니 ‘뭐 재밌으면 되지’ 했다. 그 부분이 사람들이 재미있어해 웃음이 터지면 좋은데 의미없이 지나가면 아쉬울 것 같다고 하더라. 시사회 때 보니 남자들이 그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 진짜 (출연료가) 그렇게 싸졌으면 못하는 거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병헌이 웃음에 진심이라며 “(이병헌은) 유머러스하고 웃긴 걸 되게 좋아하는데 배우로서 작품에 쓰려고 그걸 숨기고 살아간다. 머릿속에 어떻게 하면 웃음이 터질까 하는 욕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헌-이민정 부부가 나란히 찍은 사진이 드문 것에 대해 “결혼 때부터 얘기를 많이 했는데 이미지적으로 둘이 같이 있는 걸 많이 보여주는 게 배우로서 마이너스인 것 같다. 옴니버스 영화인데 나는 여기서, 오빠는 저기서 나온다면 그런 건 괜찮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SNS에서 통쾌하면서도 유머넘치는 댓글로도 화제를 모은 그는 “솔직하게 내가 느낀 걸로 쓴다”며 “남편이 가끔 자기 걸 (SNS에) 올릴 때 나한테 ‘재밌지?’하고 보여주는데 그 순간 재미없다. 내가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게 재미있지 (재미를 위해) 생각했다는 느낌이 든 건 재미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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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게 많아지는 배우였으면…차기작은 스릴러물 하고파

이민정은 배우관도 드러냈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걸리적 거리지 않는 게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며 ”이 사람 자체는 어떤 면이 있을까 궁금해지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에서 저 안에 뭐가 있을지 궁금한 게 많아지는 배우였으면 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관이 축소된 걸 안타까워하며 “밀폐된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내서 보는 영화는 집중도가 달라 영화관과 영화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위치’가 그런 포문을 여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차기작에 대해 ‘스위치’처럼 클래식하고 보고나면 가슴이 먹먹하고 따뜻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작품을 좋아한다면서도 “스무살 때 사람들에게 줬던 러블리하고 뭔가 착할 것 같은 느낌이 이젠 나이가 들어서 많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릴러나 다음 장이 궁금해서 일어나지 못하는 그런 장르의 영화를 하고 싶기는 하다”고 밝혔다.

hjcho@sportsseoul.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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