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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고진현전문기자] 2022년도 노루꼬리만큼 남았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지만 세밑 우울한 소식 하나가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따갑게 아려온다. 고독사가 도드라지게 증가한 한국이 사회적 고립도에서 최고 위험군에 속했다는 충격적인 보도 때문이다. 지난해 고독사로 유명을 달리한 사람은 3378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1.1 %에 달했고, 최근 5년간 고독사는 매년 9%이상 증가하고 있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최근 발표다. 기계화되고 원자화된 현대사회,여기에 가족공동체가 다양한 이유로 해체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진 외딴 섬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안타까운 얘기다.

힘들고 지칠 때 의지할 수 있는 건 바로 사람인데 그 관계가 눈에 띄게 끊기고 있다는 건 사회적으로도 큰 비극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사회적 고립도가 이렇게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건 그냥 두고 볼 문제가 아니다. 특히 50세 이상의 경우 사회적 고립도는 36.9%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인 12.8%보다 훨씬 높은 고위험군에 속했다. 위기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이웃이 없는 비율을 나타내는 사회적 고립도는 국가라는 큰 틀에서 놓고 보면 치명적인 균열에 다름 아니다.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하게 설치해 손실된 인적 네트워크를 회복하고 이들이 정상적인 사회활동으로 복귀하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의 사회보장제도가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돈을 지급하는 데 맞춰져 있지만 사회적 고립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경제적 지원 외에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사회적 고립도가 높은 사람들은 무엇보다 삶의 의욕을 상실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한 경제적 도움을 떠나 이들에게 삶의 의욕을 고취하고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는 동기부여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건강한 삶으로 복귀하는 정책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경제적 지원과는 별개로 세심한 접근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사회적 연대를 강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은 누가 뭐래도 스포츠 활동이 아닐까 싶다. 스포츠는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타인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밖에 없으며 그 속에서 잃어버렸던 삶의 의지도 찾을 수 있다. 스포츠 활동을 통해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신감도 생긴다. 끊어진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고 그 관계를 발판으로 고립된 섬에서 벗어나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는 자연스런 환경을 만들 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무한경쟁의 최종착역인 물질과 자본의 증식에만 매몰된 편향된 삶이 한국 사회를 이 모양 이 꼴로 몰고 갔겠지만 타인과 부대끼며 거친 숨을 주고 받는 몸의 활동을 게을리 한 탓도 빼놓을 수 없겠다. 몸은 타자와의 소통 창구이며 그러한 몸은 쓰지 않으면 닫히게 되는 게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닫힘은 곧 고립이다.

쓰면 열리고 쓰지 않으면 닫히는 문,그게 바로 타자와 소통하는 몸의 속성이다. 전 세계에서 사회적 고립도가 가장 높아진 한국 사회가 오명의 족쇄를 걷어내기 위해선 몸을 써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몸을 쓰는 스포츠활동이 강화되면 사회는 건강해질 수밖에 없다. 정체되고 고립된 폐쇄사회가 열린 사회로 바뀌며 잃어버린 공동체의식도 싹트게 되기까 그렇다.

한국의 체육정책은 지금까지 한 곳만 응시해왔다. 정책대상을 학생 선수로 삼고 이들에 대한 규제와 관리에만 집중했다. 초·중·고·대학생 700여만명 가운데 7만명에 불과한 학생 선수들만 정책 대상으로 삼는 오류는 결과적으로 국민을 체육정책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기형적 현상으로 이어졌다. 99%의 일반 학생도 정책대상에서 사라졌다. 오히려 늘려도 모자랄 학교 체육 수업마저 축소하고 있는 게 학교 체육정책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체육정책은 엘리트 선수만이 아니라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삼는 게 마땅하다. 큰 그림이 그려졌다면 색칠이 남았다. 체육을 세분화시켜 생애주기별 체육정책으로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사회적 고립도가 심해진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병리적 현상을 해결하는 방식을 체육정책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 들이자는 것도 바로 이러한 발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제 체육은 타자와의 경쟁,승리의 가치에만 매몰되어선 안되는 그런 콘텐츠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체육은 압축성장시대의 후유증과 사회 병리적 현상을 치유할 수 있는 유용한 기제(機制)라는 데 꼬리표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체육은 중층적 모순구조에 내몰린 한국사회의 디톡스이며 힐링이자 복지의 다른 이름이다. 체육의 가치는 더 이상 변방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다가오는 2023년에는 체육이 한국 사회의 중심가치로 진입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대해 본다.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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