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두산 이승엽 감독은 현역시절 12월 혹한에도 개인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렸다.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긍정적인 의견을 나눴다. 다시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

두산은 내년 가을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다시 참여한다. 구단 고위 관계자가 이달 초 미야자키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리그 참가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을 받아왔다. 내년시즌 후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신인급 선수들을 중심으로 교육리그에 참가할 계획이다. 미야자키 교육리그는 일본프로야구 12개구단과 독립구단 등이 매년 가을 실전을 통한 성장을 꾀하는 곳이다.

지구 반대편 호주에서는 한국 유일의 해외리그 팀인 질롱코리아가 열전을 치르고 있다. 사우스웨스트리그 최하위(8승15패)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최근 3연승을 질주하며 반등을 꾀하고 있다. 호주프로야구리그는 마이너리거들이 대거 참여한 일종의 윈터리그로, KBO리그 기대주로 꾸린 질롱코리아로서는 실전을 통한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각 팀 기대주가 외국인 선수와 경쟁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목적이 같다.

프로야구팀 해태 타이거즈(~2000.03)
1990년대 해태 타이거즈 선수들의 동계훈련 모습. 1월 초 무등구장에 모여 비닐하우스 안에서 훈련하던 모습은 동계훈련의 상징적인 장면이다. (스포츠서울 DB)

육성의 시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강조한 ‘비활동기간 엄수’ 지침이 무색해지고 있다. 비활동기간이라는 용어부터 바꿔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프로야구 선수라면 당연히 훈련을 쉬면 안된다. 질롱코리아에 참여하지 않은 선수들도 사설 아카데미 등에서 개인 훈련 중이다. 1월이 되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미국이나 일본으로 훈련을 떠나는 선수들이 줄을 이룬다. 전지훈련지와 같은 곳으로 떠나면 구단이 항공료를 지원하기도 한다. 구단 트레이너가 동행하는 경우도 있다.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어쨌든 KBO리그는 어느덧 구단주도에서 선수주도로 훈련 풍토가 변했다. 훈련 밀도나 성과를 떠나 선수 스스로 비활동기간 훈련의 중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불혹을 넘어서까지 현역생활을 할 수 있는 시대여서 개인의 몸 관리는 개인이 해야 한다는 문화가 정착단계에 도달했다. 프리에이전트(FA) 부자나 메이저리그 진출을 목표로 삼는 선수가 증가하면서 벌어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프로야구팀 두산 베어스(OB)(~2000.03)
1980~90년대는 동계훈련 단골메뉴 중 하나가 극기훈련이었다. OB선수들이 오대산 얼음구덩이 속에서 정신력을 다지던 모습. (스포츠서울 DB)

8~9년 전까지만 해도 KBO리그는 구단 주도의 훈련이 대세였다. 급여를 받지 않는 1월에도 초중순이면 단체훈련을 했다. 1월15일이면 인천국제공항이 각 팀 선수로 북적였다. 선수협은 ‘급여도 주지 않고 구단이 일을 시킨다’며 강하게 성토했는데, 요즘은 ‘사비를 들여서라도 일을 하겠다’는 선수가 증가했다. 훈련을 업무로 생각하던 분위기도 많이 사라졌다.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경기에 출전할 자격을 얻어야 한다. 이 자격은 자신의 기량으로 쟁취해야 한다. 훈련은 더이상 일이 아닌 의무가 된 셈이다.

자발적 ‘휴식 반납’은 KBO리그의 트렌드를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내가하는 것을 온전히 즐기려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MZ세대의 가치관도 비활동기간 중 활발한 활동을 부추긴다. 리그입장으로선 나쁘지 않은 흐름이다. 야구는 1년 내 계속돼야 한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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